▲ 영화 <열두명의 웬수들>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김주혁 소장의 가족남녀M&B] “시즌 끝나면 (감독직을) 사퇴하겠네. (일보다) 가족이 더 중요하지.” “후회하지 않겠나?” “애들 희생시켜서 성공하면 뭐 하겠나.”

대가족의 애환을 그린 영화 ‘열두 명의 웬수들’에서 자녀 12명의 아버지인 톰 베이커(스티브 마틴 분)가 한 말이다. 대학 1부 리그 소속인 모교의 미식축구 감독은 그의 꿈이었다. 모교의 관계 간부인 친구의 스카웃 제의를 받고 부임했을 때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너무 바빠서 아이들과 함께 보낼 시간이 부족해졌다. 그러자 과감하게 그 자리를 내려놓겠다고 친구에게 선언한 것이다.

5살부터 22살까지 줄줄이 이어진 자녀들은 개구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가족들이다. 부부는 처음부터 대가족을 원했다. 남편은 형제가 많은 게 자랑이다. 아내 케이트(보니 헌트 분)는 언니가 숨진 뒤 대가족을 원했다. 대학 동창인 두 사람은 똑같이 자녀를 8명 원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만난 지 1시간 만에 결혼하기로 결정했다.

▲ 영화 <열두명의 웬수들> 스틸 이미지

아이 셋을 낳자 대도시 생활은 무리였다. 일보다 가족이 우선이었으니까. 그래서 시골로 내려갔다. 8번째로 쌍둥이가 나와서 본의 아니게 목표를 초과달성했다. 지역팀 미식축구 감독에 취임한 뒤 과음에 따른 실수로 10번째가 태어났다. 이어 정관수술을 한 뒤 일정 기간을 참으라는 의사의 권유를 무시하는 바람에 다시 쌍둥이가 탄생해 합계 12명으로 마무리했다.

톰은 모교 감독을 제의 받자 가족회의를 소집한다. 아이들은 정든 집을 떠나 이사 가기 싫다고 버틴다. 톰은 “아빠가 정말 바라던 일이니 너희들이 한 번만 양보해 달라.”며 “우리 가정이 행복하도록 아빠도 더 노력하겠다.”고 약속한다. “투표로 결정해요.” “그래, 투표는 하지만 결정은 엄마 아빠가 한다.” 결과는 반대 8, 찬성 3, 유보 3이다. 취업과 함께 타지로 살림을 차려나간 큰 딸이 전화로 참여한 것까지 14명 중 과반수가 반대다.

시카고로 이사한 후에 남편은 눈 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아내도 책 출판을 계기로 뉴욕에 출장을 가게 됐다. 당초 3일 예정이어서 남편 혼자 아이들을 돌볼 수 있다고 했으나 2주일로 늘어나는 바람에 집안은 난장판이 됐다. 아들 마크는 애지중지 키우던 두꺼비 빈스가 죽자 가출했다. 온가족이 총출동한 끝에 옛집 부근에서 그를 찾았다. “아빠는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다는 약속을 안 지켰어요.” “알아. 미안해.” “네가 없으면 한 명이 모자라.”

톰의 사직과 함께 옛 동네로 돌아오자 집에는 웃음꽃이 되살아났다.

▲ 영화 <열두명의 웬수들> 스틸 이미지

대가족에게는 고충도 있지만 행복이 넘친다. 배우 남보라씨 등 8남5녀를 둔 남상돈(53)·이영미(51)씨 부부는 “큰아이를 낳고 행복하니까 생기면 또 낳고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처음 서너 명을 낳았을 때는 다소 부담감을 느꼈지만 그 이상 되니 하나를 더 낳아도 부담이 적어지더라. 대소사를 다 협력해서 하니까 좋다.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육아휴직을 해본 남성들은 대부분 “힘들어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올해 9월까지 국내 혼인이 20만 5900쌍으로 역대 최저이고, 올 9월까지 누적 출생아 수도 31만 7400명으로 최저다. 1960년 6.0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은 2005년 1.08명으로 최저를 거쳐 2015년 1.24명이다. 출산율이 줄어야 실업이 줄어든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인구가 줄어들면 고용기회 자체가 감소한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이야기다. 심지어 미혼남녀의 행복지수가 기혼남녀보다 처음으로 더 높게 나왔다는 ‘2016 서울연구논문 공모전' 최우수논문도 등장했다. 이 추세대로 가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지 걱정된다. 자녀와 함께 하는 기쁨을 누리는 가족이 많아지면 좋겠다.

▲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초빙교수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전 서울신문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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