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오서윤 기자] 김정권 작가가 서울 종로구 갤러리41에서 초대전을 연다. 그는 쳇바퀴 돌 듯 무료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임을 자각하는 동시에 주체적 존재가 되기 위한 고민을 이어오고 있다. 자본주의와 물질 만능주의로 점철된 현실 속에서, 청소년기부터 시작된 ‘주체’가 되기 위한 몸부림은 그의 작업 원동력이 되어 왔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나 자신이 낙서(doodle)를 하는 이유는 끄적거림으로서 그 순간만큼은 보다 자유로워지고 싶어서다. 또 한편으로는 “나만”을 갈구하는 몰입의 순간을 즐기는 것 인지도 모른다. 현실 도피보다는 현실 속에서의 휴식에 가까운 행위이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소재는 해골과 돌이다. 해골은 으레 죽음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그에게는 특별한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해골은 인간의 육체를 이루는 물질인 동시에 변하지 않는 영속적 존재로써, 삶과 죽음을 초월한 그 너머의 무엇을 뜻하고 있다. 즉, 해골을 둘러싼 외형적 물질은 삶을 살아감으로써 다양한 변화를 거치지만, 해골 자체는 변치 않는다. 이는 성장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의 길들여짐에 익숙해져 있지만, ‘나’라는 주체의 본질은 변화하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

또한 돌은 인간과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인간과 같은 자연의 산물인 돌이 외부 작용으로 인해 마모되고, 깎여나가 외형이 변하지만, 정작 고유의 본질인 단단함을 잃지 않는다. 인간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환경 속에서 형상의 변화를 거치지만, ‘나’라는 본질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즐겨 사용하는 재료인 목탄(charcoal) 또한 변화와 영속이라는 이중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생명을 가진 나무가 강한 열에 의해 삶을 상실하고, 형태의 변화를 가진다. 그래도 나무의 본질은 내재하고 있으며, 작가의 의지로 인해 새로운 주체가 되어 태어나게 된다.

해골과 돌로 이루어진 그의 목탄화는 무기력 속에서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몸부림이자 자신을 잃지 않겠다는 거대한 의지이다. ‘나’라는 존재가 사회 속에서 길들여져 가며 객체가 되어 상실된 것을 바로 잡으려고 애쓰는 일련의 행위들로 시작된 그의 작품들은 어떻게 보면 현대인의 초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회는 종로 사간동 Gallery 41에서 11월 16일부터 11월 29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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