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용훈의 썰전] 혹자들은 그동안 싸워왔던 민주주의를 이번 정권이 다 망쳐놨다고 말을 한다. 그 중심엔 독재정권의 딸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고 말하고 그의 방식은 막무가내식, 일방통행 그리고 혼자만의 국정운영이라며 별의 별 별명을 붙여가며 깔아 내렸다. 미우나 고우나 국가원수이자 참정권으로 정당하게 뽑힌 대통령을 하루아침에 독재자로 부르는 이유가 무엇일까? 집권 4주년 동안 시민권은 죽었고 자유는 사라졌다며 마녀 사냥하듯 박대통령을 몰아세우고 무엇을 하든 각종 인터넷에서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얘기들로 도배를 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비빌 수 있는 모든 대상자를 찾아가 정권에 맞서려하고 시민들은 각종 재난과 능숙하지 못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때론 한심하고 답답한 마음에 그동안 지지했던 지지자들마저 등을 돌리며 배신을 자처한다. 누가 봐도 문제가 되는 인사파동에 행정운영에 진짜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는 말은 이젠 식상하기까지 한다. 만회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주었고 인내하며 중심을 잡아주기를 바랬지만 여전히 수첩을 끄적거리며 냉랭한 모습에 얼음공주 또는 목석의 여인이라는 말에 공감은 간다.

여의도는 외딴섬처럼 나라사정과 다르게 따로 놀고 인왕산의 기운이 다되어가는 듯 연일 수도 서울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한다는 말과 함께 왕정 아닌 왕정을 무너뜨려야한다는 시민들이 광화문에 집결하여 매일같이 시위를 한다. 공정성도 형평성도 없는 사법부는 점점 판결내리는 것마저 힘겨워하고 그나마 눈치 있게 생존했던 공무원들도 하나둘씩 “에라이 모르겠다는 식으로 정부에게 항명을 하고 국민에게 머리를 들이박는다. 정치적 패러다임은 하나 없고 똑같은 말들을 다르게 표현하며 권위를 지키려는 의원들은 한번 일하고 열 번의 외유로 재미를 삼으니 의원들의 일정은 남을 리가 없다.

언론은 언론대로 내편 네 편으로 편가르식으로 싸움을 부추기니 시누이가 따로 없다. 정치, 경제, 법치, 안보, 행정 어디 한군데도 성한 데는 없고 매일같이 표적이 되어왔던 재벌기업만이 살맛났다. 지역감정에서 이제는 보수와 진보 그리고 세대별 견해 차이로 가뜩이나 작은 나라에서 별짓을 다하고 있으니 주변국에서는 아직도 한국은 멀었다는 비냥거리는듯 흉을 보는데 우리만 괘념치 않아한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갈등과 마찰도 타협안이 있어야 싸울 맛이 나지 해법도 정도도 없는 진흙탕 싸움에 어느 곳도 안전지역은 없고 모두가 표적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모든 문제가 바로 그 잘난 민주주의라는 대의명분으로 시작된 것이다. 끼니를 때우기도 쉽지 않은 어려웠던 시절엔 밥과 함께 누울 자리만 주어도 행복이라 생각하며 소박했던 시절에서 어떤 밥에 어디에 눕느냐는 팔자 좋은 얘기가 오고가면서 시작된 트집이 지금의 잘난 시국으로 만들게 되었다.

몇 번의 정권이 바뀌었지만 한심스러운 치킨게임은 끝나지 않고 있다. 서로가 민주주의 근간이며 그 정신으로 이루고 있다고 말하니 민주주의가 언제부터 그리 중요했는지 생각해보며 무척이나 짧아 웃음만 나오게 한다. 정부와 시민단체의 명분의 줄다리기는 끝나지 않을 기세로 계속되고 있고 시민들의 여가공간인 광장은 어딜 가든 특정시위대로 인산인해이다. 당장 자신의 미래의 설계와 현재의 안정적인 생활보다 민주주의가 급한 것인가를 물어보며 그건 또 아니라며 하면서도 누군가 깃발을 들고 뛰쳐나가면 얼떨결에 휩쓸려가는 것을 보면 시민들을 보고 과연 우리에게 있어 민주주의란 도대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 이 칼럼은 2014년 겨울에 작성되었으나 당시 권위적 언론에 차마 쓰이지 못하고 뒤늦게나마 공개되었습니다. 자유적 의사표현을 제공해준 미디어파인 편집국에게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정치가의 디스패치는 계속될겁니다*

▲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김용훈 대표]
정치·경제 컨설턴트
시사칼럼니스트
시인(2011년 등단)
현)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저서 : 새벽한시간, 지하철안에서 생각을 만나다
      남자시, 그렇게 보낸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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