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이성우의 세계와 우리] 미국 대통령 선거가 예상을 깨고 트럼프 후부가 당선됨으로써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국내정치는 물론 국제금융시장과 국제정치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장기적으로도 앞으로 지속적이고 거대한 변화의 파고가 몰려올 것이라는 예상이 미디어 보도의 주를 이룬다. 국내에서는 미국의 대선 결과로 국제질서의 변화가 예고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최순실 게이트로 정치적 혼란 상태에서 대미외교에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 일본의 아베 총리는 기민하게 트럼프 당선자와 만나 1987년 뉴욕타임지에 기고한 미국의 대일본 방위제공에 관한 비판적 의견에 대해 선제적으로 미일동맹을 강화하는 대안을 마련하면서 대중국 견제를 강화하는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정책과 일본의 국익을 조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로 활용했다.

미국의 대선 기간 동안 나타난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의 차이가 어느 때보다 극단적인 것처럼 보였던 것은 클린턴 후보가 보여준 왼쪽으로 쏠리는 경향보다 트럼프 후보가 보여준 오른쪽으로의 이동이 더 현저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변화에 대한 우려는 선거운동시기 트럼프와 클린턴이 보여준 정책의 차별성에 기인한다. 당선 초기 이스라엘 보다 이집트를 먼저 방문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 온 오바마 정부의 정책을 계승하는 클린턴의 주요정책은 친동성애, 친무슬림 및 친중동정책과 이스라엘 및 기독교와 거리유지, 낙태찬성, 친세계정부주의 및 친북미연합을 중심으로 한 국제주의를 선호한다. 이에 반해서 트럼프는 반동성애, 반무슬림 및 반중동정책 및 친이스라엘과 친기독교, 낙태반대, 반세계정부 및 반북미연합을 중심으로 한 경제적 고립주의를 주요 특징으로 한다. 클린턴은 사회적 진보주의 및 대외정책에 있어서도 자유주의 및 세계주의 경향을 보이는 반면에 트럼프는 사회적 보수주의 및 대외정책에 있어서 고립주의의 경향을 보이는 대척을 이룬다. 국내외 정책에 대한 트럼프와 클린턴의 대비는 선거 막바지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이 우세한 것으로 나오자 수세라고 판단한 트럼프 후보가 지지세력 결집을 위해서 더 우파적 노선을 명확하게 함으로써 미국 국내여론은 물론 한국의 여론에 까지 부정적 인상을 확대시켰다.

트럼프 후보가 당선이 확정되고 2주일이 더 지난 지금 인수위원회의 선거 당시에 주장했던 강경한 고립주의 정책에서 네오콘의 주요인물이 인수위에 진입하는 정책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째, 군사적 고립주의에 근거한 미국의 역할 축소는 사실상 없던 일이 되었다. 트럼프는 후보시절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에 대해서 그건 한국과 일본이 선택할 일이라며 사실상 불간섭원칙을 주장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발언은 잘못되었다가 아니라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한다.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질서에 미국이 패권국으로 적절할 역할을 계속 수행할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둘째, 경제정책에 있어서 고립주의의 선택으로 미국 제조업이 해외에 유지하고 있는 공장을 국내로 다시 들여오라는 주장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경제민족주의는 여전히 후보시절의 기조가 상당히 유지되고 있지만 트럼프가 주장했던 만큼 강력하게 자유주의적 경제를 후퇴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자본권력을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으로 나누어 금융자본의 시대는 지나가고 산업자본의 시대가 도래해 국내적으로 정치-경제 질서가 새롭게 등장할 것처럼 주장한다. 미국의 현실 정치에 있어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적대적인 관계가 되거나 정치권력이 자본권력의 이익을 침해하면서 그 대가로 노동자의 이익을 보호할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 나아가서 부동산 재벌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노동자를 위해서 산업자본이든 금융자본이든 자본권력의 이익을 침해하는 이런 변화를 주도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

▲ 사진=kbs 뉴스화면 캡처

셋째, 미중관계에 있어서 군사적 측면의 대중국 봉쇄전략인 아시아로의 회귀에는 큰 변화가 적을 것으로 생각된다. 트럼프는 후보시절 남중국해 문제는 당사국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미국이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호기롭게 주장했지만 군사적 확대전략이 미국의 경제적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안다면 고립주의를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과의 경제관계의 재설정에 있어서 미국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중국에 대해 제공하던 수출시장의 지위는 축소하고 미국 상품의 대중국 수출의 가능성은 확대하는 방향에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확대하는 미중 경제관계의 설정이 예상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는 취임 즉시 TPP를 철회하겠다는 주장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무역적자를 개선하여 미국의 이익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넷째, 북한 핵문제에 대한 비핵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 트럼프는 김정은에 대해 미치광이 또는 천재라는 언급은 외교정책적 고려가 없는 즉흥적인 반응이라는 점에서 정책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트럼프는 사업가라는 점에 주목하면 미국이 현재 추진하는 북미간의 민간 접촉을 보면 오바마 행정부에서 유지해온 전략적 인내를 종식하려는 동기가 충분히 존재하고 북한도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제재에서 오는 정치적 및 경제적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동기가 있기 때문에 비핵화를 포함하는 한반도의 고착상황을 개선하는 돌파구를 기대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대외정책은 대통령 한 사람에 의해서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8년 전 미국 최초의 흑인대통령이 탄생했을 때 인류는 전 세계의 획기적 전환을 기대했다. 노벨상 위원회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핵 없는 세계를 달성할 것을 전제로 미리 노벨평화상은 수여했다. 지금 돌아보면 미국은 비핵화를 위해 어느 정도 노력은 기울였지만 미국이 현존하는 국제질서를 극적으로 전환했다고 할 만큼의 평화로운 전환은 일어나지 않았다. 같은 논리적 연장선에서, 인종차별과 성차별 군사도발에 대한 가능성 시사와 같은 무모한 발언을 쏟아내던 트럼프 당선자도 대통령에 취임하면 미국 정치제도의 틀 안에서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 정책결정을 할 것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전 세계를 불확실성으로 내몰고 있다고 하지만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은 불안요인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외교안보정책에서 미국의 정책 전환에서 발생하는 원심력과 함께 전통적인 미국외교정책의 구심력을 파악하여 한반도 문제에서 비핵화와 평화를 달성하는데 전환점으로 미국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 이성우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정치학박사)

[이성우 박사]
University of North Texas
Ph. D International relations
현)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정치학 박사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