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이시우의 감히, 다르게 말하다] 흔히들 알고 있는 ‘가는 사람 붙잡지 말라’ 라는 말이 있다. 대체로 떠나가는 사람에게 미련을 두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데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말에서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사랑을 한다. 사랑의 방식이나 기준은 정의가 불가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각자의 ‘맞는’ 사랑을 생각한다. 그러나 이 ‘맞음’은 온전히 나에게만 해당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드라마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너 올 때까지 기다릴게’, ‘지금 집 앞인데 잠깐만 만나줘’ 같은 대사들은 로맨틱함을 유발할 수 있지만 상대가 받아들이기에 배려가 없는 행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 생활 안에서 뿐만 아니라 살아가면서 만나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 중, 간혹 상대방에 대한 관심을 명분으로 어떤 행동이든 허용된다는 식의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 친해지고 싶어서 그랬는데 왜 그러느냐 식의 사고방식인데, 이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관계란 결국 상호작용이며 서로에 대한 배려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사람은 ‘내가 널 이 정도로 생각하니까 너도 그만큼 생각해줘’ 라고 말한다. 단순한 보상심리를 넘어서 당연히 너도 나만큼 해야지 라는 생각을 가진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가는 사람 붙잡지 말라는 말은 배려라기보다는 오히려 포기의 느낌에 가깝다. 그러므로 필자가 위에서 말한 부족함이란 그냥 포기한다는 느낌에서 오는 것이다. 가는 사람을 붙잡지 말되, 그 다음에 무언가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관계형성에서 오는 답답함과 서운함을 화로 표현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이 상처를 받거나 자신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상대에게 화로써 그 답답함과 서운함을 표현한다. ‘답장이 없어서 너무 답답했어.’, ‘그렇게 말하니까 서운하다’라고 말하지 못한 채 왜 내 맘을 모르니, 넌 아무것도 몰라 라고 말하며 상대방을 당황하게 한다.

상대의 상황이나 이유를 듣더라도 그것보다 무조건 나의 상태와 상처가 더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애매함을 발견할 수 있다. 배려의 중요성을 간과하다가는 집착이나 상처를 줄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지나친 배려를 한다면 오히려 나와 깊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은가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또한 저렇게 평정심을 유지하며 말하는 것은 연인사이나 인간관계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가 생각하는 방법은 이렇다. 그대의 마음을 전시하라.
보통의 경우 우리는 상대방에게 마음을 던진다. 내 마음을 보여주며 상대방에게 답을 바라고 그 과정에서 상대에 대한 배려는 점차 사라진다. 너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너’가 빠지고 ‘마음’만 남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마음을 전시해야 한다. 내 마음에 대한 확실한 관찰과 생각을 거친 후 상대에 대한 마음을 전시관에 전시하듯 내 마음속에 전시하는 것이다.

그 마음을 언제 볼 것인지, 어떻게 볼 것인지는 전적으로 방문객의 마음이다.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고 아 이런 작품이구나 하고 깊은 감명에 빠질 수도 있다. 나의 역할은 작품 전시에서 끝나는 것이다. 가는 사람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올 곳에서 전시하는 것이다.

떠나간 상대가 길을 가다가 우연히 발견 할 수도 있고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 만약 그대로 지나친다면 그렇게 존중해주는 것이다. 반대로 내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면 주변의 다른 작품들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저런 작품들을 보여주고 생각을 나눈다. 나아가 나도 상대의 전시관에 간다. 가서 상대의 작품을 보고 느끼고 이해하려 노력한다.

상대의 생각과 방식을 사랑하려 애쓰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생각이 맞지 않는 부분도 있고 그렇게 전시하지 말라며 싸울 수도 있다. 그러한 다툼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앞서 말한 다툼은 자신의 답답함 해소였다면 이 다툼은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의 차이를 극복하려는 과정이고 함께 다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전시관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심심하거나 추워서 잠깐 들어갔다 나오는 곳이 아니다. 공짜로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배려를 입장료로 지불해야 한다. 또 들어왔다고 해서 함부로 작품을 만지거나 뛰어다녀서도 안 된다.

그 전시관만의 규칙과 순서가 있고 관람방법이 있다. 무턱대고 들어와서 작품 몇 개만 보고 좋다 괜찮다 말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작품을 잘 만드는 것도 힘들고 잘 감상하는 것도 힘들다.

사랑은 하나의 예술이다. 그 예술작품을 감상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것은 자격이 아니라 방식이다. 가는 사람 붙잡지 말고 그 사람이 올 곳에서 기다리자. 가면 가는 대로 멈추면 멈추는 그대로 의미가 있다. 다른 것들은 그 다음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