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차나연의 ‘뚜껑 열기’] 통영은 경상남도 남해안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수많은 문학가들이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글로 남긴 바 있으며, 박경리와 김춘수 등의 대작가를 배출한 도시이기도 하다. 푸른 바다가 눈에서 사라지지 않는 마을, 통영의 매력을 알아본다.

역사를 간직한 중앙시장
통영 터미널에서 내려 십 여 분 버스를 타면 중앙시장에 도착한다. 활어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신선한 어류들을 만나볼 수 있다. 시장 골목 사이로 낡은 간판들도 눈에 띈다. 바다와 인접한 마을답게 멍게비빔밥과 생굴, 물회 등 해산물 요리가 가장 인기가 많다. 그 외에도 짜장면과 우동을 퓨전한 ‘우짜’도 중앙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이다.

시장 밖으로 나오면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정박된 어선들 사이로 커다란 목선木船이 눈에 띈다. 충무공 이순신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실제 크기로 복원한 거북선이다. 날카로운 등판과 거북의 매서운 눈매가 압도적이다. 소정의 입장료를 지불하면 거북선의 내부도 관람할 수 있다. 8월 중순에는 한산대첩축제가 열리니 때맞춰 가면 각종 체험활동과 야시장을 경험할 수 있다.

예술을 머금은 동피랑
중앙시장에서 십분 쯤 걸으면 동피랑이 있다. 동피랑은 ‘동쪽’과 비탈의 통영 사투리인 ‘비랑’을 합친 말이다. 이곳이 여행지로 알려진지는 오래 되지 않았다. 2007년 철거 위기에 놓인 마을을 살리고자 그린 벽화들이 주목을 받으며 관광지로 자리 잡게 되었다. 드라마 ‘착한 남자’, ‘빠담빠담’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구불구불 이어진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어떤 거리는 지나치기도 하고, 갔던 곳을 또 가기도 한다. 여유를 가지고 동네를 충분히 돌아보아야만 동피랑의 진가를 발견할 수 있다. 다채로운 벽화만큼 아름다운 것이 동피랑에서 내려다보는 바다이다. 강구안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날이 좋으면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와 그 위를 날아다니는 갈매기 떼를 만날 수 있다. 욕설이 들어간 라떼 아트를 그려 주는 ‘쌍욕라떼’도 동피랑의 명물이다.

그러나 동피랑이 본래 달동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골목은 매우 좁고 굽이지며 경사진 곳도 있다. 그에 비해 찾는 이들은 많아 서로 부딪히기 일쑤다.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차례가 오길 기다려야 하며, 포토타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감당해야 한다. 여유롭게 거닐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적절치 않는 장소이다. 또한 그곳이 관광지인 동시에 주거지라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시끄럽게 떠들거나 대문을 열어보는 행위 등은 자제해야 한다.

바다에 둘러싸인 이순신 공원
통영 외곽에 위치한 이순신 공원에서는 탁 트인 광장에 서 있는 이순신 동상을 만나 볼 수 있다. 허리춤에 칼을 차고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이 광화문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이곳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일본 수군을 대파한 성지이다. 그 얼을 기리는 만큼 넓은 규모를 자랑하는데, 무엇보다 바다와 접해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를 걷다보면 제주도 올레길을 걷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샛길로 내려가면 좁은 해안가에 다다른다. 신발을 벗고 자잘한 모래알과 시원한 바닷물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통영의 정상, 케이블카
통영대교를 넘으면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에 도착한다. 오전 아홉시부터 여섯시까지 운행하며, 이용요금은 왕복 만원이다. 따로 예약은 받지 않으니 현장 예매를 해야 한다. 대기 시간이 길다면 인근 카페에서 목을 축일 수도 있다. 최대 여섯 명까지 승차할 수 있으며, 소요시간은 8분 내외이다. 케이블카의 도착지는 해발 461미터의 미륵산이다. 유리창으로 통영시의 경치를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선착장에서 십오 분 정도를 걸어 올라가면 미륵산 정상에 도착한다. 여기서는 통영시 전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통영 여행에서도 손꼽히는 풍경이다. 여름에는 내려오는 차에 한해서 일곱 시까지 운영하니, 느지막이 올라가 미륵산 정상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통영의 먹거리들
통영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충무김밥과 꿀빵을 파는 가게였다. 충무김밥은 뱃사람의 끼니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혹독하고 바쁜 뱃일에 밥을 먹을 시간이 부족했고, 뜨거운 햇살로 인해 밥이 금방 쉬기 일쑤였다. 김밥도 안의 재료 탓에 금방 쉬어버리곤 했다. 이를 막기 위해 김에 밥만을 넣고 반찬은 상하지 않도록 조미료를 넣어 무친 것이 지금의 충무김밥으로 자리 잡았다. 그 재료로는 오징어나 꼴뚜기, 석박지라고 무르는 깍두기 등이 널리 통용되고 있다.

꿀빵 역시 마찬가지다. 뱃사람들의 간식으로 잘 상하지 않게 만든대서 유래했다. 안에 팥앙금을 가득 넣고 밀가루 반죽을 씌워 튀긴 후에 꿀을 바르는 형태이다. 통영 시내는 물론 터미널이나 휴게소에서도 이 꿀빵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강구안 거리에 이십 여 곳의 꿀빵 판매점이 늘어서 있으니, 시식을 해 본 후에 입맛에 맞는 곳을 선택할 것을 추천한다.

숱한 여행지 중 통영을 선택한 것은 명소가 많고, 그 모두가 인접한 거리에 위치해있기 때문이었다. 자가용이 없거나 운전면허가 없어 렌터카를 빌리지 못하는 여행자들에게 특히 매력적인 곳이다. 작은 규모의 도시인지라 택시를 타고 어디에 가더라도 육천원을 넘기지 않는다. 소정의 대여료를 지불하면 스쿠터도 빌릴 수 있다. 뚜벅이 여행자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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