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용훈의 썰전] 촛불의 위엄이 대한민국 생활경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공무원들의 점심 끼니와 언론사들의 대기실로 이용되었던 광화문과 시청이 자영업자들에게 호황을 주고 있다. 뜻밖에 호재에 근처 부동산업계에서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권리하나 없던 노점에 프리미엄까지 붙어 거액의 매물로 매매되고 있다며 연일 빈틈 상권을 찾느라 애쓰고 있다.

부동산경제를 살리지 못했던 주인공이 미안해서 였던가, 마지막 젖 먹던 힘을 쏟아 결국은 서울 중심가를 진짜 번화가로 만들었다. 홍보는 자연히 언론에서 해주고 있어 두말하면 잔소리다.

서울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목 좋은 명동과 신촌 자리를 광화문과 시청으로 내주었다. 올 초 경제지수 1.7%를 예상했던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후반부터는 법인들이 생기더니 개인주주들이 상장까지 논의하고 있다. 이제는 제조업이 대세라고 할 만큼 개미들의 일감이 연일 증시를 상승시킨다.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대기업은 청문회에서 혼나고 불매운동까지 일어나 내외수 모두 길이 막히고 있다. 근거 없는 상품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 수많은 전주들이 지금 광화문에 몰리고 있다. 지금 광화문경제는 성장률 300%를 치닫고 있다. 근근이 공무원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던 매장에서는 연일 인산인해로 자유롭고 평화로운 시위를 해야 한다며 시위대를 지지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폭력 시위로 다들 문 닫고 떠나던 상점들이 지금 다시 돌아오고 있다. 광화문에는 지금 햇볕정책을 뛰어넘어 촛불경제정책이 이루어지고 있다. 본의 아니게 종로 3.1운동의 근원지가 광화문 시청 앞으로 이전되고 잘하면 국보로 인정될 만큼 홍보와 역사의 깊이는 채 10년이 수백 년이 된 만큼 언론들이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다. 특산품으로는 꺼지지 않는 촛불이 높게는 개당 만원으로 팔리고 있고 촛불이 그려져 있는 모든 상품들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적자운영을 했던 KTX는 주말마다 올라오는 지방 사람들 덕분에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고 추석조차도 입석이 되지 않던 기차는 몇 천원 차이로도 서서 오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기승전결 광화문 기승전결 촛불이 돼버린 서울 한복판에 언론들부터 남녀노소 세대별이 다 모이니 방송에서 종종 나오던 흉악범죄와 사건사고는 쪼가리로도 나오지 않는다. 어디에 무슨 일이 있었고 경제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따위가 대수냐며 보도자체를 포기하고 있다. 한 개에 오백 원 천 원 하던 오뎅은 금새 두 배로 뛰고 주변 커피숍은 줄을 서서 들어가고 있다. 페이스 북이나 각종 SNS에서는 서로 커피와 밥 그리고 술을 제공하겠다며 홍보하기 바쁘다. 그런 모습들을 보고 찾아가서 함께 식사를 하며 배를 채운 동지애는 우리 시민들이 자랑스럽다고 한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그 옆에 수많은 노숙자는 이 추위에 촛불하나 받지 못했다. 그리고 평소와 다르게 본체만체하는 시민들과 그나마 광화문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누웠던 보금자리마저 촛불에 자리를 잃어 버렸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기억난다. 광화문 광장에 맥주 컵을 들고 환호성을 치며 서로서로 모르는 사이끼리 안주를 나눠주며 필승 코리아와 함께 단합된 국민성을 보여줄 때 정작 배고픈 사람들은 쓰레기 더미에서 길을 잃었다. 그리고 지금도 한마음으로 마녀사냥을 하는 동안 거리 곳곳에서 자리 잃은 노숙자는 다른 곳을 헤매고 있다. 이 혹독한 추위에 촛불 값이라면 열차 이용료라면 오뎅 한 컵의 값이라면 그리고 커피 값과 술값이라면 병든 노모에게 용돈을 드리고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를 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전국이 불경기인데 광화문에서는 웃돈으로 프리미엄이 얹히고 밤이 없는 뜨거운 열기로 서울의 핫 플레이스는 이제 시청과 광화문이 되었다. 외국인이 들려야 하는 명물로 그 자리를 선호하고 있다. 촛불이 가져다준 내수 효과는 광화문뿐이고 특정 업계라는 것에 한편으로는 좋지만 한편으로는 이 땅에 열광은 편향된 부분밖에 없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촛불이 태워준 경제는 고맙지만 어딘가 모르게 싸늘한 내년 그늘이 왠지 찜찜함을 만든다.

▲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김용훈 대표]
정치·경제 컨설턴트
시사칼럼니스트
시인(2011년 등단)
현)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저서 : 새벽한시간, 지하철안에서 생각을 만나다
      남자시, 그렇게 보낸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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