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의 실패요인과 대안의 모색 [이성우 칼럼]

이성우 정치학박사l승인2016.12.26l수정2016.12.2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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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이성우의 세계와 우리]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하여 북한의 5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실험 그리고 SLBM 발사실험 등 연이은 군사도발로 인하여 한반도 비핵화가 사실상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미국의 동아시아 외교정책에 일정정도 수정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한반도 비핵화의 실패 원인을 모색하고 그 대안을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고 정책적 함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미국을 포함한 당사국의 노력은 무엇보다 기존의 긴장과 협상의 행위패턴의 반복에 의한 남북한의 관계악화가 긴장과 제재의 반복으로 인한 한반도 주변 상황의 악화로 전환되었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이라는 정책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은 상수처럼 받아들여진다. 북한의 핵무기를 향한 일관된 긴장에 대해 한국, 한국과 미국, 또는 한국, 미국, 그리고 일본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까지도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서 초기 협상에서 제재로 정책을 전환했다. 남한을 포함한 6자회담 당사국이 모두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서 제재전략을 선택하던 협상전략을 선택하던 북한의 대응은 결국 핵개발의 진전으로 나타났다. 국제사회의 선택과 무관하게 북한의 선택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북한의 핵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한 실효적 대안은 명확하지 않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주변 당사국들이 협상을 선택한 경우나 제재를 선택한 경우나 이행의 장기화로 인한 주변국의 협력이 지속되지 못했던 점과 합의를 이행할 주체 또는 제재를 주도적으로 지도할 주체가 불분명했다. 북한핵개발을 중단시키고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는 주변국의 노력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게임이론을 통해서 설명할 수 있다.

북한은 핵개발과정을 치킨게임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반해서 주변국가들은 죄수의 딜레마 게임으로 생각한다는 인식의 불일치가 존재한다. 북한은 정권의 생존은 물론 국가의 생존을 위해서 핵개발은 필수적인 전략이다. 북한이 핵개발과 관련한 치킨게임 상황에서 북한의 우월전략은 돌진이며 남한은 회피를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사장(남한)과 노숙자(북한)가 치킨게임을 한다면 그야말로 목숨을 건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노숙자에게는 돌진이 우월전략이며 안전을 추구하는 중소기업사장은 대결을 피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남북한은 상호관계를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돌진에 대해 최악의 결과를 피하고 싶은 남한이 회피를 택함으로써 상호관계를 진행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것이 제재전략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이다.

남한을 비롯한 미국과 일본은 남북관계를 극단적인 대결의 구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 협력이든 강압적 협력이던 협력이 가능한 죄수의 딜레마 게임으로 본다. 하지만 북한은 체제의 생존과 정권의 생존을 위해서는 협력을 선택할 수 없다. 한반도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보상구조 아래 북한의 협력은 체제의 붕괴라는 파국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북한은 배반을 선택하여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선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북한은 대결의 치킨게임에서나 협력이 가능한 죄수의 딜레마게임에서나 극단적인 돌진과 배반을 선택하는데 어떻게 타협과 협력으로 선택을 전환할지에 대해서 고려해야 한다.

실제 한국의 대북정책을 보면,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의 기간 동안 “화해협력정책”과 “평화번영정책”이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기 위해 경제지원과 교류협력을 주요하고도 우선적인 정책수단으로 활용하는 선공후득 전략에서 출발한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와 북한체제의 개혁개방을 핵심 목표로 제시한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은 북한의 핵문제 해결과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과 교류협력을 연계하는 전략적 전환으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화해협력정책”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후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그리고 “통일대박”은 전 정부의 압박정책을 계승하여 북한의 비핵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강경전략이었다. 이명박 정부와 그 뒤를 이은 박근혜 정부가 화해협력정책 대신 선택한 현실적 상호주의 정책으로의 노선 수정은 무책임한 불량국가인 북한에게 더 이상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데는 일정한 효과를 거두었지만 궁극적으로 남북관계가 장기적인 고착상태에 빠졌고 북한의 핵 능력은 북한이 계획한 속도로 발전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런 점에서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은 “화해협력”에서 “비핵개방 3000”, 그리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로 변화해왔지만 그 본질은 죄수의 딜레마 게임의 프레임에 갇혀있다고 할 수 있고 그 때문에 비핵화를 위한 현실적 대안이 많지 않다.

첫째, 북한은 이미 5차 핵실험을 마치고 SLBM을 위한 핵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핵실험 및 미사일 실험의 동결은 실효성이 부족하다. 둘째, 한국과 미국의 적극적 개입과 공조는 좋은 대안처럼 들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실과 동떨어져있다. 미국의 북한 핵에 대한 정책목표가 비핵화인지 비확산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셋째, 협상과 제재의 이행에 대해 가장 문제가 되는 행위자는 중국이다. 중국이 대북 제재를 집행하거나 협상의 결과가 이행되도록 하는 과정에 우리의 의지를 반영할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 넷째, 현재 한반도의 상황은 한미연합군사훈련, 미국의 무력시위와 같은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 뿐 아니라 한-미-일로 이어지는 군사협력과 중-러로 이어지는 군사협력으로 인해 군사적 긴장상태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한국의 국내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의 대북정책은 사실상 정치적 선호에 따라서 양분된 현상을 보였다. 북한에 대해서 우호적 접근을 강조하는 진보세력과 북한에 대해서 원칙을 강조하는 보수세력으로 양분되어 정책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조건 없는 지원 그리고 비핵화 우선해결이라는 대결 양상을 보였다. 국제정치적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에 대한 비핵화 우선과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대화와 협상 우선 및 제재에 있어서도 상황을 고려한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결의안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제재만으로 북한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표명을 통해 북핵문제의 처리 방안에 있어서 미국과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핵심은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선제타격을 의미하는 군사적 수단의 가능성이나 북한정권을 세습체제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정치적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고려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하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어있다. 한국과 미국이 강경한 정책을 확실히 배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한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추구할 이유는 확실하다. 대화와 협력을 통한 평화적 해결의 정책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강경정책도 사용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는 것을 상대방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기존의 민주당이나 공화당의 전통적 접근과는 다른 트럼프의 전략이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이성우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정치학박사)

[이성우 박사]
University of North Texas
Ph. D International relations
현)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정치학 박사

이성우 정치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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