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류시두의 식용곤충 이야기] 곤충을 먹는 것은 그리 새롭지 않다. 유엔 농식량기구(FAO)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20억명 이상의 인구가 곤충을 주식이나 부식으로 섭취하고 있다. 태국에는 2만개가 넘는 귀뚜라미 농장이 등록되어 있으며, 국내에도 식용/비식용 곤충 농장이 1천여곳은 넘는다.

사실 한국은 편의점에서 번데기를 파는, 식용곤충에 매우 친화적인 국가로 알려져있기도 하다. 이렇듯 곤충을 섭취하는 문화가 완전히 새롭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최근 전 세계적으로 곤충을 식량자원으로써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곤충이 지속가능한 단백질 공급원으로써 손꼽히기 때문이다.

곤충은 변온동물로, 체온을 유지하려는 성질이 없기 때문에 대사에 의한 에너지 소모가 낮다. 이 때문에 사료의 효율성이 생겨난다. 간단히 말해 먹는 것에 대비해 생산되는 양이 많은 것이다. 소고기나 돼지고기 등 육고기와 비교해서 사료 효율성은 최대 10배에 달한다.

인류는 농업 기술과 생산성이 발달하면서 충분한 양의 곡물을 생산하고 있지만 이 중 막대한 양은 사람이 아닌 가축이 먹는, 사료로 사용 되고 있다. 물 사용량을 생각한다면, 곤충의 지속 가능성은 더 돋보인다. 축산업에 비해 분뇨를 치우거나 도축의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의 양이 적기 때문에, 곤충은 물자원의 측면에서도 친환경적이다.

유엔의 세계 인구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인구의 수는 97억명으로 예상된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구에 대비해, 식량 생산량은 그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곡물을 생산할 땅과 물이 부족한데다 이를 사료로 사용하는 축산업 역시 생산량의 증대가 어렵다.

사실 현재에도 인류가 충분히 먹을 정도의 식량이 생산되지만 지구상 어느 곳에서는 굶주린 사람이 존재하는 만큼, 미래에 절대적인 식량 부족이 다가온다면 기아와 영양실조에 허덕이는 사람의 수는 엄청날 것이다.

곤충은 좁은 공간에서 많은 개체를 사육할 수 있으며, 물 부족이나 온실가스에 의한 오염도 적다. 이러한 관점에서, 세계 각국은 곤충을 새로운 식량 자원으로 개발하려 노력하고 있다. 벨기에와 네덜란드 등 일부 유럽국가들은 발 빠르게 곤충을 제도권 내에서 식품으로 인정하고 규제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며, 국내의 경우도 원래 메뚜기와 누에, 번데기만 식품으로 인정받고 있었으나 국립농업과학원의 연구를 통해 현재에는 총 7종이 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유엔 농식량기구도 2013년 5월, 식용곤충 식량 및 사료 안보 전망 (Edible Insects - Futureprospects for food and feed security)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곤충이 지닌 지속가능성에 주목했다.

▲ 영화 <설국열차> 스틸 이미지

영화 설국열차에 나오듯, 마치 어쩔 수 없이 혹은 떠밀려서 곤충을 먹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곤충이 지닌 영양적 가치는 매우 뛰어나다. 동물성 단백질로 필수 아미노산의 조성이 뛰어나며 특히 분지 아미노산(branched chain amino acid)을 풍부히 함유하고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의 연구에 따르면, 꽃뱅이(흰점박이꽃무지 유충)의 경우 단백질 함량이 55%이며 칼슘과 칼륨이 다량 포함되어 있다. 동물실험 결과 간 기능 회복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이 되어, 한방에서 약재로 쓰여지고 있는 굼벵이의 효능이 실제 검증되기도 했다.

식용 곤충은 육고기와 대비해 전혀 손색이 없으며, 철분이나 비타민 등 미량 영양소의 함유량도 뛰어난 것이다. 도축의 과정이 불필요하다는 점에서, 단백질의 섭취 효율성이 높고 특히 육고기를 소화시키기 어려운 경우에 소화에도 효과적이다.

최근 강남 세브란스 병원의 연구팀은 고소애를 이용해 환자식을 제공받은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높은 열량과 단백질 섭취를 통해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환자가 수술을 받은 이후 회복을 위해서는 필요 영양의 80% 이상을 섭취해줘야 하는데, 고소애 환자식을 섭취한 경우 60%가 이를 달성한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는 29%의 환자만이 이 기준을 만족할 수 있었다.

영양학적 관점 외에도, 미식이나 전통 문화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태국 꼰깬 대학(Khon Kaen Univ.)의 유파 교수는 곤충을 섭취하는 것은 전통 문화의 일종이며, 닭고기 보다 곤충이 비싼 경우에도 곤충을 사먹는 것은 단순히 곤충이 저렴하거나 영양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 맛 자체가 뛰어나서라고 얘기한다.

실제 고소애로 불리는 갈색거저리 유충은 불포화지방산을 함유해서 고소한 맛이 뛰어나며 바삭한 식감도 뛰어나다. 국내에도 이러한 맛과 영양을 이용해 쿠키나 소면, 순대 등 다양한 제품이 개발되어 나오고 있다. 곤충이 미래 식량이 아닌, 현재에도 충분히 즐길만한 매력으로 우리의 식탁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류시두 이더블 대표이사]
서울대학교 경제학 졸업
카이스트 정보경영 석사 졸업
(사)한국곤층산업협회 부회장(학술위원장)

현) 이더블 주식회사 대표이사

저서 : 식용곤충 국내외 현황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