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이성우의 세계와 우리]

1. 미국 대선과 트럼프의 대외정책 전환
트럼프가 선거기간 약속했던 다수의 극단적인 외교정책은 철회되거나 수정되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기후변화협약에 참가 철회, 멕시코와의 국경에 멕시코가 비용을 부담해서 장벽을 건설, 무슬림 국가의 사람들이 미국에 입국하는 것을 전면 금지, 미국에 들어오는 중국의 수출품에 대한 45%의 관세 부과 등이 있다. 트럼프의 동아시아 정책의 핵심은 “아시아의 문제는 아시아에게”라는 제퍼슨식 고립주의를 근간으로 하여 당선 이후 미국외교정책에 상당한 전환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인수위원회가 정부의 출범을 준비하는 현시점에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전통적인 공화당 주류의 대외정책으로 복귀하고 있다.

공화당 주류의 핵심적인 축을 차지하고 있는 네오콘(Neocon)에 대해서 이들이 군사적 국제주의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트럼프는 후보시절부터 기본적으로 선호하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선거기간 동안 네오콘은 트럼프의 대외정책에 있어서 고립주의의 문제, 개인적인 무능함과 함께 성격과 도덕적인 측면에서 부적합함, 그로 인해서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맹렬한 비난을 해왔다. 트럼프도 네오콘에 대한 혐오를 드러냈지만 선거에 승리한 이후는 자신의 각료들을 이들 네오콘 속에서 찾고 있다는 점에서 대타협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트럼프가 제시한 미국의 대외정책은 내부지향적인 것으로 고립주의 외교와 보호주의 무역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군사적인 국제주의와 경제적인 자유무역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에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고립주의와 보호주의가 지배적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사라졌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더라도 안보, 동맹, 무역을 포함하는 외교정책의 근간은 변화가 없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미국의 주류 외교정책 노선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2. 미국의 대 중국 정책
트럼프는 미국의 고립주의를 천명했지만 지금은 입장이 완전히 선회했다. 한국과 일본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그것은 당사자가 알아서 하면 될 일이지 미국이 개입할 일이 아니라고 했지만 당선 직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스스로 언급을 부정했다. 트럼프가 말했던 아시아의 문제는 아시아 국가들이 알아서 하면 된다는 고립주의 정책의 핵심은 결국 미국이 안보 비용의 부담을 떠안지 않겠다는 안보문제의 경제적 고려가 핵심이었다고 할 수 있다.

고립주의에서 개입주의로 재전환
트럼프가 말하는 미국의 고립주의가 아시아에서 관철된다면 중국은 아시아 지역 내의 헤게모니 국가로 부상하는데 미국의 반대를 우려할 필요가 없는 전략적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군사적 재균형 정책을 추구하는 것이 사실상 종결되면 중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압력은 사실상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중국은 이러한 상황을 내심 기대했지만 트럼프가 당선된다고 해도 실제로 이런 호재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미국이 아시아 문제에서 손을 떼어 준다면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전략적인 우세를 확보하고 아시아 지역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다만 미국의 고립주의에 따른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과 같은 바람직하지 않은 동아시아 역내 질서의 불안에 직면하게 되더라도 미국의 철수로 중국이 거두는 이익은 상당한 것이 될 것이다. 문제는 트럼프 취임을 한 달여 앞둔 현시점에서 이러한 호재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 확실해졌다는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역내 불안정성이 증가한다하더라도 미국의 고립주의가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스스로 물러남에 따라서 발생하는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러한 미국의 고립주의로의 정책 전환은 사실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트럼프가 말하는 고립주의는 경제적 측면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표현한 것이다. 트럼프가 미국외교정책과 관련해 정확한 사실을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과 한국같이 경제적으로 잘사는 나라의 방위비를 미국이 부담해야 하는 것은 부도덕한 것이라고 비판한 일에서 잘 나타나 있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패권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과도한 군사적 비용을 지불하면서 동아시아에서 패권을 유지하고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그 반사이익으로 역내에서 군사적 안정을 향유하게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안보문제에 있어서 미국은 아시아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역할 확대를 지속적으로 견제할 것이다. 특히 남중국해의 난사군도와 시사군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과 갈등을 관리하면서 중국과의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는 전통적인 접근을 선택할 것이다. 한편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서 미국은 경쟁적인 갈등요인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우리가 목격한 바와 같이 대만 문제에 대해서 미국은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대중국 영향력 확대에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본다면 티벳 문제,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과 관련한 필리핀과 베트남, 동중국해의 센카쿠열도에 대한 적극적인 미국의 역할이 중국을 압박하는 형태로 전개될 것이다.

중국과의 경제문제의 우선순위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서 군사안보적 측면보다는 경제적인 측면에 중점을 두는 양상이었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안보문제에도 비용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논리를 적용하고 있고 무역에서 보호무역을 통한 자국의 무역수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국내경제 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그 핵심에 미국 내 제조업의 부활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의 이러한 인식의 핵심에는 미국과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구조와 중국의 환율조작을 거론하는 단편적인 이해를 보여주었다. 후보자 시절 트펌프가 보여주었던 중국에 대한 몰이해와 단편적 이해가 상당정도 극복되면서 미중관계의 기본적인 구도는 공화당 주류의 정책 또는 미국외교정책의 주류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서 중국에 있는 미국 기업의 제조 공장을 미국으로 다시 이전하는 것과 같이 경제적 실익은 없고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조치가 발생할 가능성을 사실상 사라졌다. 다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같은 다자주의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미국이 경제적 불이익을 본다는 견해가 아직도 남아 있는 한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재협상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

전반적으로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외교정책이 고립주의로 가지는 않겠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승계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미중관계에서 가장 큰 부분은 불확실성이다. 트럼프가 후보자 시절부터 키워온 불확실성이 미국의 동아시아 외교에 자산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대중국관계의 불확실성을 활용하여 미국의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고 기존의 미국이 감수했던 경제적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미국의 경제적 이익이 확보되는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려고 할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동맹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경제적 이익을 확대하고 안보정책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할 것이다.

3.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
북한 핵문제에 미국의 불확실성

한반도 정책에 있어서 핵심은 북한 핵개발의 이른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ement)가 목표이다. 오바마 행정부 기간 동안 미국이 견지한 이른바 전략적 인내 정책을 통해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해오는 과정에 북한이 핵기술을 발전시키고 소형화하는데 시간을 준 결과가 되었다. 트럼프는 후보자로서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했지만 일관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후보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북핵 문제를 놓고 "대화할 것이며 대화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던 발언이 북한의 핵보유국을 용인하는 꼴을 낳을 것이라는 비판을 받자 이에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용인할 의사가 없다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트럼프는 김정은이 미국에 온다면 만나겠다는 적극적 의지와 함께 회의 탁자에 앉아 햄버거를 먹으면서 더 나은 핵협상을 하겠다고 회의의 형식까지 언급했지만 대화가 실제로 가능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일관되지 않은 입장표명이 뒤따랐다. 트럼프가 제시한 설명 중 보다 흥미로운 것은 북한과 대화를 통해서 핵무기를 포기하게 할 가능성은 10%∼20%정도라고 부정적인 평가를 제시하였다.

트럼프는 또한 2000년 미국 대선에 처음 출마했던 당시에 북한의 영변 핵원자로에 정밀타격(surgical strike)을 주장했던 경력을 소개하고 북한 핵문제를 거론하면서 문제를 지적하는 건 쉽지만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하느냐. 내가 원자로를 폭격할 준비가 돼 있느냐"고 묻고는 "완전히 맞다(You're damned right)"고 대답하면서 강경대응의 가능성을 확실히 했다.

북한은 2016년 3월부터 10월 까지 8개월 동안 14일에 걸쳐서 다양한 종류의 탄도미사일 24발을 공해상에 발사했다. 이는 날짜로 따지면 224일 동안 평균 16일에 한 번 꼴로 탄도미사일 발사실험으로 도발을 한 것이다. 마지막 미사일 발사 도발인 10월 21일 이후 12월 26일까지 67일간 특별한 도발이 없이 시간이 지나간 것은 올해 들어 사실상 최초이다. 미국의 대선일인 11월 8일을 기점으로 북한이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사실상 10월 15일 무수단 미사일 2발을 시험 발사했다가 실패했고 그 이후로 추가적인 도발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북한은 섣부른 군사적 도발을 통해 미국을 자극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북한이 도발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아니라 적어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방향성을 파악하기 전까지는 도발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전략적 불확실성 아래 북한은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자제하는 것이다.

북한의 목표는 핵보유국의 지위를 획득하는 것이 명백한 만큼 미국이 제시하는 제제완화, 경제적 보상, 북미관계개선과 같은 유화정책으로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할 수 없는 것이 명확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비핵화의 의지를 보이고 북한의 도발에는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는 미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는데 핵심이다.

한미동맹의 미래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위협이 현실적으로 나타날수록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의 의존은 보다 현실적인 유일한 대안으로 비쳐진다. 한국의 국내정치적 불안 속에도 사드(THAAD) 배치는 북한에 대한 방어력을 제공하며 한국의 안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한미동맹의 핵심연결고리로 인식된다. 북한의 핵개발 등 한반도 안보위협이 드러날 때 마다 미국은 핵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B-52전략 폭격기와 원자력 잠수함을 한반도 인근으로 파견하여 미국의 확장억제력을 제공하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한국이 핵공격을 받으면 미국은 핵 보복을 결정하는데 결정의 주체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고 미국의 핵 보복 결정은 한국의 이해가 아니라 미국의 이해에 따라 결정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는 시점에 맞춰서 한국의 입장에서 한미동맹에 대한 의존의 정도를 줄여나가고 전시작전권전환의 시점을 재조정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아시아의 동맹국과의 안보협력 문제도 안보비용의 부담이라는 경제적 측면에 중점을 두고 논의해왔다. 선거운동 기간 트럼프 후보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동맹국들이 방위비 100%를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고 주한미군의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도 했다.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미국이 한국을 지켜주는데 비용까지 부담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취지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는 2017년 이후에는 이러한 입장에 어느 정도 변화가 올 것으로 예측하지만 궁극적으로 한국이 부담해야하는 주한 미군의 주둔비용은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그리고 미국이 더 이상 전 세계의 군대와 경찰역할을 맡을 수 없으며 미국이 다른 나라의 군사지출 비용을 보다 몇 배나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여 미국이 아니라 그들 나라의 방어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입장에는 수정이 나타날 것이다.

미국의 대외정책에 있어서 전통적인 논쟁의 하나는 미국의 자국의 비용으로 수행하는 세계경찰의 역할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가의 문제였다. 대통령 후보자였던 트럼프의 입장은 비용에 비해서 이익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미국의 외교정책을 책임지는 대통령에 취임하게 되면서 미국이 세계경찰로서 활동하는 비용은 상당하지만 그로 인해서 얻게 되는 미국의 국익은 비용을 상쇄하고도 충분히 남을 만큼 중요한 전략적 가치가 있다는 쪽으로 선회하게 될 것이다.

▲ 이성우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정치학박사)

[이성우 박사]
University of North Texas
Ph. D International relations
현)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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