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룹 혹은 아이돌의 하향세? 시장의 재편! [유진모 칼럼]

유진모 칼럼니스트l승인2017.01.03l수정2017.01.0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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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가온차트 홈페이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테마토크] 아이돌그룹의 하락세일까, 가요 시장의 재편 과정일까? 가온차트가 집계한 지난해 재생(스트리밍) 기준 인기가요 차트 10위 안에 보이그룹은 없었다. ‘치어 업’의 트와이스가 1위(‘우아하게’ 10위)에서, ‘시간을 달려서’의 여자친구가 3위에서 각각 빛나긴 했지만 그게 다였다. 다른 걸그룹 이름은 없었다.

반면 미성년자 성매매 파문으로 아직도 면죄부를 받지 못해 방송노출 등 드러내놓고 홍보에 나서지 못한 엠씨더맥스의 신곡 ‘어디에도’는 무려 2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힙합은 ‘너는 나 나는 너’의 지코가 이름을 올렸을 뿐 ‘이 사랑’(다비치) ‘널 사랑하지 않아’(어반 자카파) ‘유 아 마이 에브리씽’(거미) ‘이 소설의 끝을 써보려 해’(한동근) ‘걱정 말아요 그대’(이적) 등 조용한 감상용 음악이 대세였다.

1위의 스트리밍 수는 1억 9000만 건에 육박했고, 10위는 8000만 건이 채 안됐으니 1위는 10위의 2배가 좀 넘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다지 차이가 크지 않다는 의미다.

▲ 사진=가온차트 홈페이지

이 차트 하나로 지난해 가요계의 정밀한 시장분석을 하는 게 무리인 것은 맞다. 하지만 최소한 커다란 흐름의 일부를 읽는 부분적 해석은 가능하다는 데서 가요 관계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향후 시장의 향방을 예측하는 가늠자가 될 수도 있다.

K팝의 주인공인 아이돌그룹의 국내시장과 해외시장의 구분이 비교적 확실해진 게 차트에 반영됐다. 국내의 인기를 국외로 연결해 양쪽의 시장을 동시에 달구는 기존 시스템에서 벗어나 국내용 활동과 국외용 프로모션의 차별화를 정착한 것이다.

이는 보이그룹이 차트에선 전멸했지만 국외활동만큼은 활발했다는 데서 드러난다. 엑소 방탄소년단 B.A.P 등은 활발하게 국외활동을 펼쳤고, 그만큼 해외팬들의 성원을 받으며 많은 수입을 올렸다.

빅뱅은 연말에 신곡을 발표했기에 순위에 들어올 수 없었지만 국내외에서의 무게감은 여전히 보이그룹 중 최고임을 입증했다. 그러나 곧 멤버들이 줄줄이 입대하므로 보이그룹으로 남을지는 미지수고, 신화를 뛰어넘는 장수그룹이 될지, 각개전투로 전술을 전환할지에 대한 변수만 남겼다.

▲ 사진=가온차트 홈페이지

결국 보이그룹은 세대교체에 실패했다. 그러나 이에 비하면 걸그룹은 비교적 물 흐르듯 바뀌었다. 2NE1 등이 해체했지만 여자친구 트와이스 블랙핑크 등이 언니들의 바통을 넘겨받아 열심히 질주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아이돌그룹의 열풍은 상승세가 아님은 분명하다. 진정국면인지 하락세인지 올해 판명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해외시장의 흐름, 특히 중국 정부 당국의 ‘한한령’ 조치 규모에 큰 영향을 받을 것도 쉽게 미뤄 짐작이 가능하다.

영화 ‘럭키'의 이준과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서현진에도 정답이 적혀있다. 성공한 아이돌과 실패한 그것에 근거한다는 차이점은 있지만 아이돌 무대의상을 벗고, 연기자 유니폼으로 갈아입어 성공했다는 공통점에서 일치한다. 이렇듯 배우로 전업했거나 양수겸장인 아이돌은 남자가 더 두드러진다.

모든 싱어 송라이터는 음악이 시작이자 끝이지만 다수의 아이돌은 연예인이 최종목표다.

▲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현장 스케치

가요 프로그램의 변화와 정국 및 사회 분위기의 커다란 흐름도 무시할 수 없다. 지상파 3사 및 케이블TV의 아이돌그룹 위주의 프로그램은 더 이상 대표 가요 방송이 아니라 10대들의 국지적 오락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렇다고 비용 시간 플랫폼 등 접근성과 감동에서 가장 편리한 대중문화 콘텐츠인 가요에 대한 성인들의 소비욕구가 시든 것도 아니고, 시들 수도 없다. 그들의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게 바로 ‘복면가왕’ 등 넘쳐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콘텐츠 생산자들이 주목한 것은 창작의 한계와 향수였다. 아이디어와 감성의 존재 임계점을 넘긴 창작자들의 크리에이티브는 이미 답보상태다. 따라서 오리지널 인스트러먼트가 수반되는 감성적 음악의 창조보다는 리메이크와 재편곡이라는 확대재생산이 이미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했고, 소비자도 이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자연스런 시대적 흐름과 시장구도가 소비자의 추억에 대한 향수와 동업관계가 됐다.

또한 이 결과물은 가벼운 소비심리와 말초신경 자극에 익숙하게 길들여진 10~20대에게 새로운 소비성향의 지평을 넓혀줌으로써 탄탄한 입지조건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가족영화가 된 셈이다.

▲ 사진=가온차트 홈페이지

아이돌 전성시대는 1990년대 댄스그룹의 창궐로 인한 가요시장규모의 급격한 팽창이 야기한 ‘빅뱅’이 잉태했다. 당시 웬만한 댄스그룹이라면 음반을 냈다 하면 100만 장 판매를 바라볼 만큼 폭발직전에 접근한 시장의 몸집과 그 체구를 능가하는 댄스그룹의 난립으로 인한 표절 등 시간에 쫓긴 조악한 창작물이 넘쳐난 신체비율을 무시한 과잉 사이즈의 무대복이 다수의 팬들로 하여금 가요시장에 등을 돌리게끔 만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영화시장의 활황을 가져왔고, 그 사이에 체계적으로 차근차근 계단을 밟은 SM JYP YG 등 메이저 기획사의 거대산업화로의 도약에 의해 아이돌그룹의 전성시대란 시장의 재편을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수년 간 대중은 말초신경만 반응하는 K팝에 지쳤다. 경제는 바닥을 지나 지하로 기어들고, 인심과 정과 이타심이 메말라가는 사회구조 속에서 중년층을 중심으로 ‘응답하라’ 바람이 불기 시작했으며, 이에 대한 드라마와 중견가수들의 화답으로 복고열풍이 아날로그 회귀열망과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고 가두판매대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땅 속에 묻혀있던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를 부활시킨 향수와 트렌디 드라마인 ‘태양의 후예’와 기성가수 거미가 악수해 ‘유 아 마이 에브리씽’을 기성세대와 청소년 모두에게 주입시키면서 발라드를 세뇌한 신구협업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사조였다.

대다수가 그토록 이수의 ‘나는 가수다 3’ 출연을 반대하면서도 엠씨더맥스의 노래는 주구장창 애청한 걸 보더라도 대중은 피부와 피하지방만 들썩이게 만드는 K팝보단 심장이 요동치고 눈물샘이 흔들리는, 가슴으로 즐기는 감상음악에 목말랐던 게 정답이다.

god 젝스키스 엄정화 S.E.S 이효리 등 왕년의 스타들이 줄줄이 복귀 혹은 재결합해 뮤직 신에 복귀하는 현상과도 떼려야 뗄 수 없다. 빅뱅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아이돌그룹은 소속사의 기획력이 맞춤생산한 음악에 맞춰 로봇마냥 움직일 따름이니 그 느낌이 확연히 다를 수밖에. 가슴으로 듣는 음악과 거리가 멀 수밖에 없는 증거다.

매년 그렇듯 지난해에도 데이빗 보위, 조지 마이클 등 커다란 별들이 지는가 하면 밥 딜런이 노벨상을 수상하고도 시상식에 불참하는 거인다운 면모를 보여줘 진정한 ‘뮤지션’에 대한 인식이 재확인됨으로써 ‘뭐가 중헌디’란 유행어처럼 깊이 있는 음악에 대한 새삼스러운 깨달음이 이어졌다.

아이돌그룹이라고 반드시 가벼운 댄스곡만 추구하고, 쇼윈도우 뒤의 인형처럼 짜인 군무에 형식적인 율동만 펼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유행에 편승한 시장구도가 만든 대다수 아이돌의 동선과 지나치게 기계화된 음악은 인간의 정서를 흔들지 못한다는 게 지난해 가요시장 구도의 큰 변화와 맞물린 명명백백한 증거다.

자극적인 말초신경의 엔조이에 따른 가벼운 소비는 배부르고 등 따뜻할 때나 유혹의 기능을 수행한다. god의 ‘촛불 하나’에 나오는 ‘지치고 힘들 때’ 듣고 싶은 노래는 뇌가 먼저 움직이고 가슴이 좌뇌와 우뇌 중의 선봉을 결정하는 감상용이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서울신문, 미디어파인)

유진모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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