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KBS뉴스 화면 캡처

[미디어파인=이성우의 세계와 우리] 북한의 2017년 신년사는 경제 분야에 대한 강조 그리고 제재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 동원이라고 할 수 있는 ‘70일 전투’와 ‘200일 전투’에 대한 치사가 일차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배체제의 공고화는 김정은 체제의 입장에서 우선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김정은은 국내정치적 측면에서 북한의 내부적 단결을 강화하고 김정은 지배체제의 강화를 위해서 ‘세도, 관료주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자’는 주문과 함께 당을 통한 국방력의 강화와 단결을 호소했다. 이러한 내용은 신년사에 등장하는 통상적인 입장 정리라고 할 수 있다. 도리어 북한 주민들의 정치 및 경제 분야에서 노력동원을 위한 병진노선이나 선군정치와 같은 선언적 정치구호는 드러나지 않았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북한의 인식에 있어서 우선, 미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이 상당한 수준으로 약화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김정은은 북한이 동방의 핵 강국·군사강국으로 부상했다고 선언하면서 수소폭탄 실험, 핵탄두 폭발 시험, 첨단무기 연구개발 사업, ICBM 시험발사 준비의 마무리 단계에 진입과 같은 긍정적 평가가 미국에 위협적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미국에 대한 공격을 직접적이고·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신년사에서 나타난 ‘제국주의자’와 ‘적들’은 미국을 의미하지만 북한에 대한 미국의 침략과 전쟁도발이 있다면 이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결의를 표시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고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ICBM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아직 개발 중이라는 것이다.

▲ 사진=KBS뉴스 화면 캡처

북한의 공격적인 성향이 감소한 태도변화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에 앞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어떤 방향과 어느 수위에서 결정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대응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미국을 자극하는 내용을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이 마지막 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한 2016년 10월 21일 이후 74일 이상 구체적인 추가 도발 없이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신년사의 후반부에서 미국을 언급하고 있지만 한반도에 있어 미국이 반통일사대매국세력을 지원하는 이간술책의 주체로 언급하는 정도이며 이는 의례적인 수준의 언급이다. 다만 2017년 신년사에서 미국에 대한 가장 강력한 위협은 미국이 한국과 수행하는 연례 한미군사훈련을 전쟁연습으로 규정하고 이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능력을 계속 강화할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수준의 주장을 하고 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2016년의 남북관계의 악화를 남한의 제재압박과 군사훈련의 탓으로 돌리고 한국에서 일어나는 촛불정국을 우리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민중의 반감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호도하는 자의적 해석을 제시하기도 한다.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제재국면에 따른 압박감으로 인한 것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북한이 남북관계의 개선에 대하여 대화를 하겠다는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남북관계의 현 상황을 군사적 충돌과 전쟁위험이 첨예하다고 진단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남북한의 적극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남북관계의 개선이 낙관적이 않은 것은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실험은 자위적인 것이고 남한의 비핵화 주장은 무턱대고 걸고넘어지는 식이라는 주장으로 핵개발을 기정사실로 하려는 것이다. 이는 남북관계의 개선에 북한이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단면이다.

▲ 사진=KBS뉴스 화면 캡처

2017년 북한에게 있어서 한반도 정세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불확실성이 극대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불확실한 상황 아래서 우선 위험을 수반하는 모험전략을 회피하고 미국의 대응을 예의주시하면서 미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이완된 태도를 보이는 빈틈을 노려서 미국에 대한 도발수위를 오바마 행정부 시기의 수준으로 복구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 핵보유를 정당화하려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선거가 2017년 중반 이후에 실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북한은 남북관계를 개선하려고 하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다만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북한은 핵개발이 자위적 수단에 의한 것임을 정당화하는데 우선 목표를 두고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은 미국과 한국에 핵보유국의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고 하고 핵보유국의 지위에 기초해서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을 해소하기 위한 남북한 공동의 노력을 논의하려고 한다. 북한은 핵 보유국의 지위를 우선 관철하려 한다는 점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 이성우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정치학 박사)

[이성우 박사]
University of North Texas
Ph. D International relations
현)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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