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강동형의 시사 논평] 인간은 누구나 상대를 누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다. 하지만 힘을 가졌다고 해서 함부로 휘둘러서는 안 된다. 권력을 가진자가 공정하지 않은 룰을 무기로 약자를 억누르는 것을 우리는 횡포 또는 전횡이라고 한다. 우리는 권력을 가진자가 그 힘을 남용하거나 이기적인 행태를 보일 때 이를 ‘00패권’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패권(覇權)주의란 용어는 미국과 소련의 틈바구니에 낀 신세였던 중국이 만들었다고 한다. 1968년 신화통신이 소련과 미국의 세계 지배를 비판하기 위해 패권주의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소련이 해체되고 러시아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중국이 패권국가라는 말을 듣고 있다. 역사의 아니러니가 아닐 수 없다.

패권의 사전적 의미는 ‘힘 있는 자가 누리는 공인된 권력’이다. 패권국가인 미국과 중국이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서 힘을 사용한다면 그건 횡포다. 마찬가지로 특정 집단 내에서 공인된 힘을 가진 집단이 그 힘을 자신의 집단만을 위해, 사익을 추구하는데 사용한다면 비판의 대상이 된다. 패권이라고 부를 수 있다.

‘친박 패권’은 최순실게이트로 인해 국민들에게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친문 패권’이란 말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패권의 영어식 표현은 주도권이라는 의미를 갖는 헤게모니(hegemony)다. 집단 내에서 주도권을 가진 사람을 점잖게 표현하면 주류가 되고, 비판적으로 표현하면 패권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당내에서 주도권을 잡는 경쟁, 패권 경쟁은 다반사로 일어난다. 주류의 힘이 비주류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하다고 해서 비주류나 언론에서 ‘00패권’이라는 꼬리표를 붙이지는 않는다. 경쟁자, 비주류를 정당하지 않은 힘으로 굴복시킬 때 ‘00패권’이라고 한다. 양김시대 상도동계나 동교동계에 패권이란 꼬리표를 붙이지 않은 것은 패권이라는 용어가 최근 등장한 시사용어인 탓이다. 아무튼 패권이란 말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함축돼 있다. 최근에는 국정농단으로 친박 패권의 적폐가 드러난 것과 권력과 힘을 상징하는 패권의 패(覇)와 집단이나 무리를 의미하는 패거리의 패(牌)가 전혀 다른 뜻이지만 발음이 같아 패권이 ‘패거리 정치’와 구분 없이 받아들여지면서 부정적 의미가 더 강화됐다고 할 수 있다.

정치인들이나 각종 미디어 논객들이 패권정치와 패거리정치를 동일 선상에서 놓고 얘기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집단 내에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끝없이 경쟁하고 경쟁에는 승부가 갈리기 마련이다. 승리한 사람이 그 힘을 공평하고 공정하지 못하게 사용할 때 패권정치라는 말이 나오게 되고 비판의 대상이 된다.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은 권력을 잘못 사용한데서 비롯됐다. 친박 패권이 국민들에게 혐오의 대상이 된 것도 여기에 있다.

패권은 가정이라는 공동체는 물론이고 기업이나 정당, 국가 등 사람이 여럿 모여 활동하는 곳에는 어디든지 존재한다. 힘을 잘못 사용하면 조직이나 집단, 나아가 국가, 국제사회에서 갈등을 유발하고 화합을 해치고 평화가 깨지게 된다. 약자도 마찬가지다. 패권을 가지기 위해 부당한 수단을 사용하면 갈등을 일으키고, 화합을 해치게 된다. 패권이란 말을 듣지 않으려면 지나침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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