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kbs 뉴스화면 캡처

[미디어파인=강동형의 시사 논평]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조만간 자신이 몸을 담을 정당을 선택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 12일 귀국 하자마자 19대 대선 행보를 숨 가쁘게 이어가고 있지만 무소속 후보로서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설을 전후해 당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반 전총장이 정당 선택시 고려 사항은 외연확대와 최종 대선후보 가능성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반 전총장의 입당을 원하는 정당은 국민의당, 새누리당, 바른정당 등 3곳으로 압축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정당을 선택해도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만큼 만만한 곳은 없다.

외연확대에 가장 적합한 당은 빅 텐트를 외치며 반 전 총장을 구애하다 최근에는 정체성이 다른 것 같다고 발을 빼고 있는 국민의당이다. 그러나 국민의당에는 안철수라는 만만치 않은 경쟁자가 있어 당내 경선부터 장담할 수 없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1월 2주차(조사일시 1월10일~12일)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 민주당대표와 반 전 총장 양자대결 시 국민의당 지지자의 45%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고, 43%가 반 전총장을 지지하겠다고 응답했다. 따라서 국민의당 후보가 된다하더라도 외연 확대를 최대화하는데 한계가 존재한다. 국민의당의 지지기반인 호남과 중도 진보 성향 유권자들과 보수 성향 지지자들을 화학적으로 결합시키는 게 쉽지않은 과제다. 특히 반 전 총장을 지지하는 주요 그룹이 새누리당 지지자들이어서 정치공학적 접근이 역풍을 받을 수도 있다.

▲ 사진=kbs 뉴스화면 캡처

반 전 총장이 지지자를 고려해 당을 선택한다면 새누리당을 선택하는게 순리다. 반 전총장 지지자의 절대다수가 보수성향이거나 새누리당 지지자들인 탓이다. 한국갤럽조사에서(조사기간 1월 10일~12일) 문재인 반기문 중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새누리당 지지자의 92%, 자신이 보수라고 응답한 그룹의 66%가 반 전 총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은 새누리당을 선택할 수 없다. 새누리당은 국정운영을 잘못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고, 박근혜 대통령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대선가도에 결정적인 장애요인으로 작용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은 반전 총장이 누구 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혹여 반 전총장이 선택하고 싶어도 그를 둘러싼 참모들의 반대에 부딪칠 공산이 크다. 반 전 총장에게 새누리당은 대선후보 가능성에서는 나무랄 데가 없지만 최상의 둥지는 아닌 셈이다.

결국 반 전총장의 선택은 바른정당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양자 대결 시 바른정당 지지자 72%가 반 전 총장을 지지하는 것만 봐도 나쁘지 않다. 따라서 반 전총장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며 친박 및 새누리당과 결별을 선언한 바른정당으로 가는 것 외에는 달리 길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바른정당을 선택하더라도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이다. 후보 선호도에서는 뒤지지만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 만만치 않은 후보군이 있다. 바른정당을 선택하더라도 본선에 나가 보지도 못하고 바른정당 뉴페이스의 불쏘시개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반 전 총장이 대선완주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낭설은 아닌 셈이다.

▲ 사진=kbs 뉴스화면 캡처

대권고지의 8부 능선까지 가는데도 반 전총장이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가장 큰 걸림돌은 친박과 친이를 포함한 보수진영, 특히 새누리당 지지자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장점이면서 가장 큰 단점이다. 촛불 민심에 반하는 후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빅 텐트론이 나오고 있지만 빅 텐트는 치기도 어렵고, 결속력이 약할 수 밖에 없다. 문재인과 반기문 양자대결시 안철수 의원을 선호하는 지지자들의 50%가 문재인 전 대표로 넘어가고, 34%만이 반전 총장을 지지하는 것에서도 이러한 기류를 읽을 수 있다.

반 전총자의 대선 출마 자체를 반대하는 여론이 높은 것도 딜레마다. 17일 발표한 한국일보 여론조사(조사기관:한국리서치. 조사일시 1월 10일~12일)에서 반 전 총장의 대통령 선거 출마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55.2%, 찬성한다는 의견은 38.3%에 그쳤다. 여기에 반 전총장이 대통령에 당선 될 경우 정권교체라고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는 답변이 62.0%를 차지했고, 정권교체라는 응답은 28.8%에 불과했다. 이러한 수치는 많은 국민들이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반 전 총장은 어느 당을 선택해도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우려에도 반 전 총장은 바른정당과 물밑접촉을 하는 등 조만간 결심을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20일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어느 당으로 갈지 결정을 못했다며 결심을 유보했다. 그의 최종 선택지가 바른정당이 될지, 또 다른 선택지가 있을지 궁금하다.

※ 본 칼럼에 인용된 여론조사 및 그 밖의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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