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관현악에 대한 불편한 오해와 진실 [김영훈 칼럼]

김영훈 세종문화회관 예술단공연지원팀l승인2017.01.26l수정2017.04.2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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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김영훈의 Arts & Respect] 요즘 국악관현악에 대한 평가가 언론 기사나 SNS 등에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국악관현악에 대한 관심에는 변화를 바라는 애정 어린 것도 있지만, 왜곡된 정보와 편향된 시각을 기본으로 한 이벤트성 기사도 있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국악관현악이 주변의 다양한 시각을 기회삼아, 새롭게 도약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몇 가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선 국악관현악을 이해하기 위해 몇 가지 관점에서 접근해 보려고 한다.

첫째, 형식의 관점이다. 보통 국악관현악을 논할 때 서양오케스트라 형식을 무분별하게 차용했다는 주장이 주를 이루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왜곡된 정보가 국악관현악 형식이 전통음악에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과 지휘자의 존재와 역할에 관한 부분이다. 따라서 우선 서양오케스트라와 지휘자(지휘법)에 대해서 잠시 이해한 후 진행하고자 한다.

관현악(오케스트라)은 관악기와 현악기 등의 대규모 편성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서양오케스트라 방식이라는 것은 지휘봉을 든 지휘자의 지휘에 의해 관현악기를 중심으로 구성된 대규모 편성의 연주자가 서양식 의자에 앉아 연주 한다는 개념이다. 따라서 전통 좌식 형태에서 벗어나 의자에 앉아 서양식 지휘자의 지휘를 받으며 연주하는 현대 국악관현악은 서양오케스트라 모방형태라는 말(비아냥)을 자주 듣게 된다. 필자 또한 이러한 주제로 서양음악 지휘자, 작곡자, 연주자 등과 본의 아닌 열띤 토론을 하고는 한다.

필자의 주장은 현재의 국악관현악 형식은 우리가 입는 의복처럼 서양의 그것으로 간소화, 현대화해서 진행하고 있을 뿐, 우리음악에도 전통방식의 대규모 편성인 관현악이 있고, 영산회상과 같은 관현악곡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립국악원 정악단에서 이러한 전통방식의 국악관현악을 잘 보존,전승하고 있다. 또한 대취타의 등채나 정악합주의 집박 등 지휘자도 존재한다. 혹자들은 지휘자들의 정교한 지휘법이 적용된 제대로 된 지휘가 아니라고 반박하기도 한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정악합주에서 집박(과거 행사를 진행하는 집사를 생각하면 쉽다.)은 음악을 모르는 누구나가 연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음악 전반과 흐름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시작과 끝을 알려야 하며(여기까지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집박의 역할), 중간 중간 음악의 변화를 인지하고, 연주자들과 함께 호흡하여 박을 신호로 흐트러진 흐름을 다잡아 가며, 지휘자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한다.

여기서 서양식 지휘법에 대해서도 잠시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서양식 지휘는 17세기~18세기 초까지 긴 막대로 바닥을 두드리는 정도였다가, 현재와 같이 지휘봉을 사용한 지휘는 1812년(오스트리아 빈) 시작되어, 1850년경부터 보편화 되었다고 한다.(물론 서양합창 지휘는 조금 더 먼저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오케스트라 지휘를 논하는 중이기에 생략한다.) 그렇다면 최초의 국악관현악단 창단(서울시국악관현악단)인 1965년을 현대식 국악관현악 지휘의 시작으로 본다면, 서양식 지휘법과의 차이는 불과 115년여에 불과하다. 그러함에도 현재의 관현악(오케스트라) 형식과 지휘법을 서양음악 고유의 전유물처럼 해석하여, 국악관현악이 서양오케스트라 형식을 무분별하게 차용했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 그러한 논리라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한복대신 서양식 의복을 무분별하게 착용하고 다니는 것인가?

물론 지휘법에 대한 제대로 된 공부와 고민 없이 지휘자로 데뷔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국악관현악에는 지휘자가 없다.’ 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들리곤 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 또한 역량 있고 존경할 만한 젊은 지휘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일부는 수긍하기 힘들다.

둘째, 시스템의 관점이다. 관현악단(오케스트라)의 규모에 대한 정의는 1767 루소가 “여러가지 악기의 집합체”라고 표현한데서 시작한다. 여기서 우리는 ‘여러 가지’와 ‘집합체’에서 미루어, 대규모 편성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사전적 정의는 대부분 70명~100명의 규모를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연관하여 공연장과 음향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식 극장은 1908년 예식을 위해 지어진 원각사이다. 원각사는 500석 규모, 다용도 목적의 공연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원각사 이후로도 우리나라 공연장은 주로 다목적홀로 지어졌고, 국악 음향을 고려한 공연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국립국악원의 리모델링한 우면당, 서울남산국악당, 돈화문국악당 등 국악전용 공연장이 생겨나고는 있지만, 국악관현악을 연주하기에는 규모면에서 매우 협소하다. 그렇다면 국악관현악의 음향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공연장은 거의 없는 샘이고, 다목적 홀을 채우기 위해서는 음향 장치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매우 힘들다 하겠다.

또한, 악기의 울림에 대한 특성도 관여하게 되는데, 기본적으로 서양 악기에 비해 국악기는 소리의 울림이 작고 전달거리가 짧은 대신, 자연 발성적이고, 울림의 잔향이 매우 섬세하다. 따라서 국악관현악 그대로의 소리를 객석으로 잘 전달하기 위해 흔히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하나는 자연 그대로의 사운드를 전달하기 위한 관현악단의 규모(인원)이고, 다른 하나는 규모가 협소할 때 그 사운드를 확장하기 위한 음향 장치의 선택이다.

현재 국악관현악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국립 및 지자체 국악관현악단은 운영상(인건비, 관리비 등)의 문제로 70명~100명의 편성 규모를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국악관현악단은 전용 공연장이 아닌 곳, 또는 야외에서 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음향을 사용하게 되며, 이러한 이유로 국악관현악이 음향(엔지니어)이 만드는 음악이라고 잘못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해석에 동의할 수 없다. 음향장치라는 것이 상술한 바와 같이 기본적으로 작은 소리를 확성하기 위한 기술 장치이다. 따라서 음향의 역할은 최대한 국악기의 기본 음색 그대로 확장만 해주면 되는 것이고, 지휘자는 객석으로 전달되는 소리가 현재 본인이 듣고 있는 소리라는 확신을 갖고, 정교하고 섬세한 음악을 만들어 내면 그 뿐이다. 이는 음향은 단지 거든다라는 해석이기도 하다. 단 현재 우리나라 음향 시스템과 기술력이라는 것이, 서양음악 또는 밴드음악의 강렬함과 날카로움에 고정되어 있어, 국악기의 섬세하고 예민한 소리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확성 되고 있다. 때문에 그러한 오해를 충분히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음향 전문가들과 함께 해결해야 할 기술적인 문제일 뿐, 국악관현악이 음향(엔지니어)이 만들어 내는 음악이라는 오명을 쓸 문제는 아니다.

실제로 필자가 국악관현악단과 공연을 제작할 때 스탭 입장에서 가장 신경 쓰는 점은 연주자들이 편하게 연주할 수 있도록, 객석에서 음향 모니터링을 해주고 음향감독과 소통하는 것이다. 물론 국악기만의 가장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객석에 잘 전달하기 위해서이다. 필자는 1965년 창단된 최초의 국악관현악단인 서울시국악관현악단 기획담당으로 2015년 4월 창단 50주년 기념공연(함께 미래로, 단장 황준연, 지휘 원영석)을 진행하며, 역사의 순간을 성공적으로 함께 했다고 자부한다. 그 당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약 3,000석 규모)에서 서울시국악관현악단 80여명(서울시청소년국악단, 50주년꿈나무특별연주단 포함) 이상의 연주로, 음향장치(MIC) 도움 없이(반사판 사용),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국악관현악 그대로의 소리를 성공적으로 전달했던 것으로 필자의 주장을 증명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국악관현악이 2000년대 들어서면서 침체기를 겪고 있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국악관현악의 역사적, 사회적 역할을 감안한다면 발전적인 방향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대와 사회의 따끔한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반면 국악관현악에 대한 평가가 이슈를 위한 단순한 이벤트라면, 좀 더 조심스럽게 예의를 갖춰 표현해야 할 것이다. 시대와 사회는 변하고, 어느 분야든 그에 따라 수용자들의 요구도 변하기 마련이다. 시장경제의 원리상 공급자(국악관현악)가 수용자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관심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다. 물론 국악이라는 장르가 대중적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더 이상 이를 명분으로 안주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국악관현악은 포맷상 큰 장점을 갖고 있다. 우선 대규모 편성의 장중한 에너지를 표출할 수 있고, 협연이라는 포맷으로 많은 장르 및 예술가와 협업이 가능하다. 또한 관현악단의 실력이 검증된 개개인 및 팀을 개별(Unit) 아티스트로 지원할 수도 있다. 이는 관현악이라는 한 가지 포맷으로 여러 포맷의 시도가 가능하고, 수용자의 다양한 음악적 욕구를 충족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인 장점으로 부각시킬 수 있다. 전통음악과 함께하고 그 안에 머물고 있으며, 발전된 모습을 누구보다 기대하는 한 사람으로서, 국악관현악이 재도약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Respect!!!

▲ 김영훈 세종문화회관 예술단공연지원팀

[김영훈 PD]
추계예술대학교 및 동대학원 졸업
공연기획자, 문화예술학 박사
전)네오(NE5) 크리에이티브 대표
서울시국악관현악단 기획담당
현)세종문화회관 예술단공연지원팀

김영훈 세종문화회관 예술단공연지원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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