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신수식의 세상읽기] 사육하는 닭과 오리 중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사상 최고인 3천 271만 마리를 살처분한 결과 품귀현상으로 고기와 계란값이 치솟아 미국을 비롯해 해외에서 수입에 나서는 등 서민생활, 국가경제 등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지금 한국은 비선실세 국정농단사태로 대통령까지 탄핵소추된 상황이고 정치권은 조기대선에 나서는 등 안정되지 못한 몹시 어수선한 사회적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까지 AI로 매몰된 닭과 오리가 전체 사육의 20%에 이르는 최악의 상황에서 계란을 비롯해 소비자 물가는 크게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는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가금류를 매몰처분 하면서 매몰지 또한 전국에 430여 곳에 달해 매몰지에서 야기될 수 있는 2차 감염 및 오염이 염려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즉, 이번 AI로 인해 살처분된 가축들을 매몰지에 묻고 난 이후 제기되었던 악취, 침출수 유출로 인한 토양오염 등 2차 피해에 대해 걱정과 염려가 남의 일이 아닌 상황인 것이다. 2010~2011년에 발생해서 국내 축산 농가에 큰 피해를 줬던 구제역 사태 당시에도 매몰지로부터 유출된 침출수가 인근 토양과 지하수로 스며들면서 환경재앙을 경험했던 상황을 떠올리면 이에 대한 우려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정부에 따르면 2017년 1월 21일 0시까지 도살 처분된 가금류 수는 3,271만 마리로 집계됐다. 2016년 11월 16일 충북 음성과 전남 해남에서 AI가 처음 발생한 지 불과 2개월여 만에 살처분된 마릿수가 역대 최대치를 훌쩍 넘어섰으며 살처분 마릿수가 이처럼 많아지다 보니 전국 곳곳에 조성된 매몰지도 430여 곳에 달한다. 정부는 매몰지 침출수 유출 등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농식품부, 환경부, 국민안전처 등 3개 부처가 430여 곳의 매몰지 중 환경오염 우려가 높은 일반매몰방식으로 가금류가 살처분된 매몰지 169곳을 중심으로 점검에 나섰다고 한다. 일반매몰방식이란 구덩이를 파 바닥에 비닐을 깔고 동물 사체를 묻은 뒤 그 위에 흙을 덮는 방식을 말한다.

이번 AI사태에서 약 200곳 정도는 동물 사체를 밀폐형 섬유강화 플라스틱(FRP) 저장조에 담아 매몰하는 방식을 채택했는데 밀폐형 FRP 저장조에 담아 사체를 처리할 경우 저장조가 파손되지 않는 이상 침출수 유출로 인한 토양 및 지하수 오염 등의 우려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100여 곳 정도는 사체를 미생물 처리가 된 왕겨에 묻는 호기호열 방식으로 매몰 처리하고, 여건이 되지 않는 나머지 100여 곳 정도만 과거처럼 일반매몰 방식으로 사체를 처리했다고 한다. 최근 주민들에 의해 악취민원이 제기된 전남 해남지역은 호기호열 방식으로 육용오리 13,500여 마리를 매몰 처리한 곳으로 전해졌다. 호기호열 방식은 미생물을 이용해 동물사체를 단기간에 분해·발효시켜 퇴비로 만드는 기술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악취가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아주 짧은 기간에 AI가 급속히 확산하다 보니 매몰지의 입지나 적정성 등을 면밀히 따져올 여유가 없이 급하게 살처분이 진행된 경우가 많아 동물사체매몰에 적합하지 않은 지역에 매몰하거나 관련 규정을 충실히 따르지 못하는 등의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문제점은 날씨가 풀리면서 언 땅이 녹아 매몰지 봉분이 내려앉거나 경사지에 조성된 매몰지에서 지반이 약해져 토사가 쓸려 내려가는 경우가 많은 해빙기에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에 따르면 한국은 H5형 AI 양성 반응이 나오는 즉시 발생농장은 물론 500m 이내 관리 지역에 있는 농장의 가금류와 알에 대해 살처분·폐기하고 있으며 살처분은 이산화탄소(CO2)가스로 가금류를 안락사시킨 뒤 매립·소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보호지역으로 불리는 발생농장 반경 500m~3km내에서도 AI 발생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선제적 조치라는 명목하에 예방적 살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AI발생에서도 2016년 11월 16일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최초 신고가 접수된 이후 2017년 1월 21일까지 국내 가금농가 사육 마릿수의 19.8%에 해당하는 3,271만 마리가 매몰됐고 피해 농가에 지급할 보상금 규모도 2,370억 원으로 사상 최대규모다. 특히 산란계(알 낳는 닭)의 피해가 심각했는데 전체 사육규모의 33.2%에 해당하는 2,321만 마리를 살처분시켜 계란파동까지 발생하고 긴급하게 미국을 비롯하여 해외에서 계란을 수급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하였으며 번식용 닭인 산란종계는 절반 이상 사라져 생산기반 자체가 붕괴 위기에 처했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정부는 미국, 일본, 영국 등 축산 선진국의 사례를 들며 바이러스 박멸을 위해 강력하고 신속한 살처분 정책을 중시하고 있다. 정부가 모범 사례로 드는 미국·일본의 경우 발생농장에 대해서만 살처분을 실시하고 있고 그 외 역학농장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살처분을 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 같은 유형의 H5N6형 AI가 발생한 일본은 살처분 규모가 114만 마리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거침없는 살처분에도 AI는 그 횟수가 크게 줄었으나 의심 신고가 계속 들어오고 있으며 야생 철새에 의한 재확산 위험도 있는 등으로 막대한 정부 예산 투입과 가금산업기반을 무너뜨리는 수준의 살처분 대책은 과잉대응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살처분 중점으로 이뤄지는 현재의 방역체계가 예찰 및 초기진압을 강화하는 쪽으로 반드시 바꾸고 발생농장에 대해서만 살처분을 실시하는 정책으로 전환하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실 이번 AI발생 때도 정부당국이 사태 초기에 강력한 초동 대처에 나서지 않고 한 달이 지난 뒤에야 AI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해 총력전에 나서는 등 사실상 늑장대응으로 화를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정부도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돼 있는 AI위기경보단계를 간소화하는 등 방역체계의 문제점을 보완하겠다고 밝힌 상태이다. 초기에 발생 특성을 보면 여기저기서 의심신고가 들어왔고 그때야 정부 방역시스템이 작동했는데 농가로부터 신고가 들어온 뒤에는 이미 AI가 퍼진 상황이나 다름없어 살처분 효과는 거의 무의미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축 전염병에 대한 정부의 대응체계가 달라져야 한다는 사실에서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가축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살처분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예찰체계구조부터 고쳐 농가에서 신고가 들어오기 전에 정부가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 의심증상을 잡아내는 사전예방적 대처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동물복지차원에 있어서도 이제는 고도의 밀집·밀폐의 사육방식인 공장식 축산방식도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공장식 양계장에는 좁은 케이지를 4~5단으로 쌓아 올려 그 안에 닭을 옴짝달싹 못하게 가둬놓고 키우고 있고 냄새와 먼지, 그리고 악취 등으로 눈이 따갑고 숨을 못 쉴 정도로 열악해서 질병에 취할 수밖에 없는 사육환경이 현실인 것이다. 살처분과 소독만으론 AI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며 공장식 사육을 지양하고 동물의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AI 바이러스가 유입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셋째, 밀집사육을 지양하기 위해 농가별 사육총량제를 도입하는 방법도 제기되고 있다.

넷째, 전염병에 노출된 대상 가축의 처리방식에 있어서도 2차 감염 및 환경, 토양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일반매몰방식은 지양되어야 하며 소각방식도입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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