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미디어파인=강동형의 시사 논평] 우리는 타인의 발언을 선악의 개념으로 파악하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대권 후보가 어떤 발언을 하면 본질은 보지 않고 보수냐, 진보냐하는 이분법으로 재단하고, 그 속내를 파악하려고 몰두한다. 대선 레이스에서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대연정’과 ‘공동정부’를 둘러싼 논쟁이다.

연정(聯政)은 말 그대로 특정한 당이 국회에서 과반이상의 다수당을 구성하지 못해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을 때 다른 정파와 연합해 원내 과반수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 보다는 다당제로 운영되는 내각책임제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부형태다. 대통령제 중심국가에서는 국회가 여소야대일 때 협치를 하거나, 정책연합을 통한 공동정부를 구성하면 이를 연정이라고 일컫는다.

연정과 공동정부라는 말은 연정을 통해 이뤄진 정부형태를 공동정부라고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차이점이 없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국민의당을 향해 공동정부를 구성하자는 제안도 결국 연정을 하자는 의미다. 연정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총리, 이른바 DJP 연합으로 탄생한 ‘국민의 정부’는 연정을 통한 공동정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당시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대선 공조를 통해 대통령은 김대중, 총리는 김종필로 하는 공동정부를 구성했다. 물론 이후 내각제 합의 파기로 공동정부는 그 결실을 맺지 못했다.

연정과 공동정부 경우의 수
연정과 공동정부는 차이점이 없지만 대연정은 상당히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현실 정치를 감안해 상식적인 수준에서 연정 파트너를 고른다면 총선 후 3당 체제에서는 ‘더불어 민주당+국민의당‘, ‘새누리당+국민의당’ 이 그대상이다. 현재 4당 체제에서는 연합정부의 경우의 수는 늘어난다. 앞의 두 사례에 더해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 국민의당+바른정당+새누리당 등의 조합도 가능하다. 정의당과 무소속은 제외했다.

그럼 이제 국회 의석 분포를 살펴보자. 의석 분포를 보면 어떤 조합이 가능한지 알 수 있다. 이날 현재 정당별 의석분포는 더불어민주당 121명, 새누리당 95명, 국민의당 38명, 바른정당 32명, 정의당 6명 등 순이다. 무소속은 8명이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더불어 민주당이 국회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민의당과 손을 잡으면 된다. 두 당의 의석수는 159석으로 과반수를 충분히 넘기고도 남는다. 국정운영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걸림돌이 있다. 바로 국회선진화법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180석이 필요하다. 정의당과 무소속 14석을 더해도 180석에 미달한다. 결국 바른정당의 도움이 필요하다. 반대로 더불어 민주당이 아닌 그 어떤 정당이 집권을 하더라도 더불어 민주당의 도움 없이는 국회선진화법을 극복할 수 없다. 협치 밖에는 답이 없다.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이 집권할 경우 모든 정파와 연합해도 더불어민주당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따라서 더불어 민주당을 제외한 모든 정파는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 못지않게 대 연정을 전제로 대선에 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희정 지사 대연정, 외연확대에는 도움
최근 대연정이 논란이 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가 새누리당과도 대연정을 할 수 있다는 화두를 던졌기 때문이다. 대연정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안한 적이 있지만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번에 안희정 지사가 던진 대연정은 그 필요성만 놓고 보면 엉뚱한 구석이 있다. 원내 의석 분포만 놓고 봐도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한 것이라면 국민의당과 연정만으로도 가능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동참한 바른정당까지 연정대상으로 삼아도 개헌까지 할 수 있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을 책임져야 할 새누리당까지 연정 대상으로 삼은 것에 이재명 성남 시장이 발끈 하고 나선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안 지사가 어떤 의도를 갖고 얘기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새누리당을 연정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한 것은 표의 확장성에는 도움이 될 지 모르지만 현실을 무시한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중도 보수까지 포용할 수 있다는 말이 새누리당을 포함한 대연정이라는 말로 표현됐을 것이라 짐작되지만 공격의 빌미가 되기에 충분하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안 지사는 그러나 대연정 발언과 이에 따른 논쟁으로 덕을 본 것은 틀림없다. 이 시장을 여유 있게 제치고 당내 대선후보 가운데 지지율이 문재인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의 하차에 따른 충청권과 중도보수 표를 일정부분 잠식한 결과다. 이는 더불어 민주당 외연확대와 안 지사의 이미지 쇄신 및 완전 국민경선제로 치르는 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에도 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차기 정부에서 개헌이 돼 4년 중임제 정·부통령제 체제로 전환 될 경우 안 지사의 대연정 발언은 도움이 되는 등 장기적인 포석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는 역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가 자신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집토기는 언제든지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이재명 시장이나 김부겸 의원 등 당내 경쟁자들의 도전이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은 까닭이다.

연정과 공동정부는 대선 후 뜨거운 감자
안 지사의 대연정 발언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대연정과 공동정부 구성은 대선이후 우리 정치권이 풀어야할 과제다. 현재 집권가능성이 높은 더불어 민주당이 여당이 된다고 하더라도 연정이나 공동정부를 구성하지 않고서는 국정을 원활하게 이끌 수 없다. 새누리당이나 국민의당이 집권할 경우 말할 것도 없다. 대연정이니 공동정부니 하는 것은 대선 이후 뜨거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4당 체제가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비록 집권당은 되지 않더라도 존재감이 클 수밖에 없다. 이번 대선에서 친박 세력을 포함한 보수진영이 집권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 따라서 이번 대선은 청치공학적인 이합집산이나 후보 단일화 보다는 다당제 구도로 치러지는 것이 각 정파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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