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트리플엑스 리턴즈>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테마토크] 2002년 개봉된 ‘트리플 엑스’는 그야말로 익스트림 스포츠에 기반을 둔 리얼 액션의 정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극단적인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비주얼을 뽐내며 관객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보다 1년 전 해외에서 공개됐지만 정작 2003년에 국내에서 개봉된 ‘야마카시’가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을 수밖에 없었던 게 당연하다.

야마카시는 파쿠르(프리 러닝)를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린 최초의 팀명이다. 본격적으로 파쿠르를 알린 영화는 ‘13구역’(2004)으로 파쿠르의 창시자인 데이비드 벨의 활약에 힘입어 흥행에 성공한 뒤 ‘브릭 맨션: 통제불능 범죄구역’(2014)까지 이어지고 있다.

▲ 영화 <트리플엑스 리턴즈> 스틸 이미지

빈 디젤은 벨에 비교하면 확실히 영화배우인 것은 맞지만 그가 주연하는 액션영화는 왠지 모를 B급액션에 대한 기대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트리플 엑스’가 딱 그랬다. 파쿠르는 기가 찬 익스트림 스포츠이긴 하지만 맨손이라 왠지 허전한데 그걸 보완해준 영화다. 이 영화의 성공 후 웬일인지 ‘트리플 엑스 2’(2005)에서 아이스 큐브에게 트리플 엑스의 바통을 넘긴 디젤이 12년 만에 제 자리로 돌아왔다. ‘트리플 엑스 리턴즈’(D. J. 카루스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배급)다.

10여 년 전 NSA(미국 국가안전보장국, 국방부 소속 정보기관) 간부 오거스터스 기븐스(새뮤얼 L. 잭슨)는 기존의 체계로는 날로 강력해지는 세계 테러단을 당해내기 힘들다는 판단 하에 초인적인 강심장과 그에 상응하는 전투능력을 갖춘 범죄자들을 끌어 모은 특수팀 트리플 엑스를 창시한다.

▲ 영화 <트리플엑스 리턴즈> 스틸 이미지

창립멤버가 돼 화려한 활약을 펼친 샌더 케이지(빈 디젤)는 전설만 남긴 채 자취를 감춘 뒤 도미니카공화국에 숨어서 조용히 살며 그렇게 세월을 보내던 중 NSA 수장 제인 마크의 방문을 받는다. 엄청난 테러조직이 CIA 심장부에 침투해 위성을 조종해 원하는 곳으로 떨어뜨려 테러를 할 수 있는 ‘판도라 박스’를 탈취했고, 여기에 기븐스가 첫 번째로 희생됐다는 것.

다시 트리플 엑스에 복귀한 케이지는 1mm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여자 스나이퍼 아델 울프(루비 로즈), 악동 DJ 니키(크리스 우), 스턴트 드라이버 테니슨(로리 맥칸), 현장지원 내근요원 베키 웅거(니나 도브레브) 등을 새 멤버로 끌어들여 테러조직의 사주를 받은 ‘어마무시’한 암살단 ‘고스트’를 잡으러 필리핀의 한 외딴섬으로 떠난다.

▲ 영화 <트리플엑스 리턴즈> 스틸 이미지

CIA 건물에 맨몸으로 뛰어들어 혼자 정예요원들을 모두 처치한 뒤 유유히 사라진 장본인은 고스트의 리더 시앙(젠쯔단). 그는 뛰어난 무술실력을 지닌 태런(토니 자), 여전사 세레나(디피카 파두콘) 등을 휘하에 거느리고 판도라 박스로 큰돈을 만질 꿈을 꾼다.

고스트와 더불어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강력범죄자들로 들끓는 섬에 도착한 트리플 엑스 팀과 시앙 일당과의 한판 승부가 벌어질 즈음 판도라 박스를 탈취하려는 러시아 특수부대가 엄청난 화력을 소지한 병력을 파견함으로써 섬은 아수라장이 된다.

케이지 일행은 천신만고 끝에 고스트와 러시아 군대를 물리치지만 고스트의 뜻밖의 정체에 놀라고, 제인과 그의 배후세력의 음모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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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스토리는 뻔하다. 엄청난 반전이나, 대단한 메시지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다만 ‘할배’ 실베스터 스탤론이 이끄는 올스타 액션 팀의 활약을 그린 ‘익스펜더블’보단 훨씬 역동적이고 그런 만큼 매우 젊다. 마치 ‘그냥 군말 없이 돈 낸 만큼 즐겨라’라고 2시간의 실사 컴퓨터 게임을 파노라마로 펼쳐내는 듯 손에서 땀이 마를 새 없을 만큼 흥미진진한 액션의 향연을 꾸민다.

시작부터 디젤의 밀림이 우거진 산악을 질주하는 익스트림 스키잉이 펼쳐지며 ‘트리플 엑스’의 정체성을 강하게 어필한다. 스키에 이어 스케이트보드로 갈아탄 케이지의 도로질주는 청룽의 온몸 롤로스케이팅보다 저 짜릿하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는 액션의 대명사 ‘미션 임파서블’을 살짝 비웃는 듯하다. 젠쯔단이 맨몸으로 고층건물에서 옆 건물로 뛰어내려 침투하는 장면은 ‘고스트 프로토콜’을, 디젤이 추락하는 대형비행기에서 그대로 허공에 뛰어내려 스카이다이빙으로 낙하산 뭉치를 낚아채 간신히 착륙하는 장면은 ‘로그네이션’을 각각 염두에 둔 듯한 기색이 역력하다.   

▲ 영화 <트리플엑스 리턴즈> 스틸 이미지

백미는 케이지의 시앙 추격 신이다. 오토바이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두 사람은 육지에서 바다로 거침없이 뛰어들며 오토바이 바닥에 보드를 펼치더니 파도 속으로 질주하며 상상을 뛰어넘는 웅장한 모터사이클 서핑 장면을 연출한다. 절로 엄지손가락이 올라가는 황홀한 비주얼이다.

축구스타 네이마르(FC바르셀로나)는 인트로와 아웃트로의 코미디를 담당하고, ‘트리플 엑스 2’의 아이스 큐브가 의외의 특별출연으로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인도를 대표하는 파두콘의 퇴폐미와 지성미의 절묘한 조화와 레즈비언으로 설정된 아델 역의 루비 로즈의 중성미, 그리고 푼수기 넘치는 베키의 백치미의 대결 역시 남성들의 눈을 호강하게 만들 티케팅 파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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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4살을 바라보는 젠쯔단은 오히려 젊었을 때보다 더 아름다운 격투실력을 뽐내고, 5달 뒤 만 50살을 맞는 디젤은 외려 회춘한 듯 겁이 없다. 다만 ‘옹박’의 토니 자의 활약이 의외로 미미하고, UFC 미들급 챔피언 마이클 비스핑의 액션이 기대에 못 미친다. 영화와 실전격투가 다르긴 하지만 종합격투기 팬들에겐 아쉬움일 듯. 2월 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가.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서울신문, 미디어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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