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13일 이전이냐, 이후냐?
- 4개 가상 시나리오 후폭풍

[미디어파인=강동형의 시사 논평] 헌법재판소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다가오면서 그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통령 탄핵안은 인용될까, 기각될까라는 원초적인 질문에서부터 선고일은 3월 13일 이전에 이뤄질 것인가, 아니면 이후에 이뤄질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인용과 기각, 13일 이전과 이후 등 4개 시나리오를 예상해 볼 수 있다. 가능한 시나리오는 13일 이전 선고 및 인용, 13일 이전 선고 및 기각, 13일 이후 선고 및 인용, 13일 이후 선고 및 기각 등 4가지다.

대통령 탄핵안의 인용과 기각은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여기에 선고일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13일 이후에 7명의 재판관이 평의에 참가해 기각이 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지게 될 것이다. 13일을 기준일로 삼는 것은 이미 퇴임한 박한철 헌재 소장의 역할을 대행하고 있는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날짜가 바로 그 날인 까닭이다.

3월 13일이 다가오면서 헌재 선고 결과에 대한 전망은 크게 엇갈린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청구인 측 대리인단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반면 피청구인(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기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대략 8대 2로 탄핵안 인용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헌법재판관 8명 또는 7명의 평의 결과에 달려 있다. 이에 따라 촛불 민심과 태극기 민심이 11일 서울 한복판에서 대규모 집회를 갖는 등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막판 기세싸움을 하고 있다. 여기에 헌재 재판관 중 2명 또는 3명이 기각할 것이라는 괴담까지 떠돌고 있다. 인용이든 기각이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 대목이다. 정치권의 냉정함과 국민들의 지혜가 요구된다. 각 시나리오 별 문제점을 짚어 보면 어떤 일들이 발생 할 수 있을 것 인지 짐작 할 수 있다. 헌재 선고 이후 예상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가져올 후폭풍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정치권은 작금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지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시나리오1 : 3월 13일 이전 대통령 탄핵 인용
-대선시계 카운트다운
많은 국민들이 예상하고 있는 시나리오다. 헌법재판소 선고일이 주로 목요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역사적인 그 날은 3월 9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날, 국민들의 눈은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재판정을 향할 것이다. 수많은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정미 재판관을 필두로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등 8명의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재판정에 들어선다. 침묵이 흐르고 인용 이유와 소수 의견이 차례로 낭독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인용되려면 8명 재판관 가운데 6명 이상이 탄핵안에 찬성해야 한다. 결국 8명 모두가 탄핵안에 찬성하거나, 찬반이 7대 1 또는 6대 2로 갈릴 수도 있을 것이다. 기각을 누가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왜 탄핵 인용에 반대했는지 반대한 재판관이 누구인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어떤 논리로 반대를 했는지 등에 대한 평가는 뒤따를 수밖에 없다.

헌재 선고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신분은 권한 정지 상태에서 민간인으로 바뀐다. 모든 눈은 청와대로 향할 것이다. 선고일에 청와대를 떠나는 상황도 예상할 수 있다. 설사 며칠 여유가 주어지더라도 삼성동 사저나 비서들이 미리 마련해 둔 제3의 장소로 옮길 수밖에 없다. 청와대를 나오는 순간부터 새로운 거처에 도착할 때까지 언론은 단 한시도 박 대통령을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또한 최근 태극기집회에서 보았듯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국민들은 큰 실의에 빠질 것이다. 극단적인 행동에도 대비해야 한다. 대통령 탄핵 인용의 여파는 상당기간 계속될 수 있다. 특검 수사기간 연장여부와 관계없이 어떤 경우 든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운명인 까닭이다.

6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시계는 이제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면서 원활한 국정운영의 중요성이 커진다. 여기에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마저 대선출마를 선언하게 되면 국정운영의 구심력은 약해 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혼란을 줄일 수 있지만 일정부분 혼란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최종 결정되면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맡은바 임무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도 국회를 중심으로 냉정을 되찾아 국정 공백 상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시니리오 2 : 3월 13일 이전 대통령 탄핵 기각
-탄핵정국 이전으로 회기
헌재 선고일은 3월 9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시나리오는 인용 보다는 가능성이 낮지만 심각성을 고려해야할 시나리오다. 헌재 재판관 중 두 명이 기각에 합류할 것이라는 이야기 외에도 다른 한명이 오락가락 하고 있다는 소문이 그럴 듯하게 유포되고 있다. 재판관의 성향을 나름대로 분석한 결과물이다. 5대3 기각설을 괴담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피청구인 측 대리인은 인용과 기각 여부를 묻는 질문에 “법리적으로는 기각”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4대4 기각을 전망하기도 했다. 보수단체가 태극기 집회에 열을 올리는 것도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서 탄핵안이 기각될 것에 대비해 차기 민정수석을 내정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문제는 대통령 탄핵안이 기각된 후 혼란상이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은 다시 대통령으로서 지위를 회복한다. 촛불 민심은 무효를 선언하고, 국회는 다시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거나 하야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위를 회복했다 하더라도 국정운영을 제대로 수행하기는 힘들 것이다. 면죄부를 받은 것으로 생각해 국정 장악을 기도할 수도 있지만 큰 착각이다. 헌재에 앞서 많은 국민들은 이미 심정적인 탄핵을 했다. 국회에서 탄핵안은 다시 추진되고, 대통령 하야와 완전한 2선 후퇴, 책임총리제 등의 주장이 난무하는 등 대한민국의 시계는 지난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촛불이 다시 타오르고, 그 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된다는 보장도 없다. 여기에 태극기까지 가세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연출 될 수 있다.

혼란의 모든 책임은 국정운영의 동력을 상실한 박 대통령에게 부메랑이 될 것이다. 일정부분 명예회복은 됐다 하더라도 기각 이후 곧바로 2선 후퇴냐, 자진 하야냐에 따른 청사진을 밝히지 않고서는 성난 민심을 바로 잡을 길이 없다. 정치권은 유,불리를 떠나 다시 한 번 질서 있는 퇴진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대선전 개헌논의도 재 점화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혼란 상황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시나리오 3 : 3월 13일 이후 대통령 탄핵 인용
-친박 반발 등 혼란 불가피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로 시나리오 1에 비해서는 시시비비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단의 지연전술에 헌재가 끌려갈 것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다. 8명의 재판관이 평의에 참석한다는 것을 가정했을 때 선고일은 기술적으로는 3월 13일 이후 다음 목요일인 3월 16일도 가능하다는 논리다. 보통 헌재는 선고를 하기 일주일 전에 평의결정을 하고 이후 일주일동안 판결문을 작성한 뒤 선고를 하는 관행이 있다. 헌재는 그동안 재판관이 평의에 참여한 뒤 선고일 이전에 퇴임했다 하더라도 그 유효성을 인정해 왔다. 따라서 이정미 재판관이 3월 13일 퇴임하더라도 13일 이전에 평결에 참여했다면 그 결정은 유효하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3월 13일 이후 선고가 이뤄지더라도 8명이 평의에 참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대통령 변호인단이나 새누리당, 친박단체에서 원천무효를 들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 탄핵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선고와 함께 형이 확정된다. 평결로서 결정은 났지만 논쟁거리를 제공할 수 밖에 없다. 헌재의 관행을 인정하지 않는 법조인들도 있기 때문이다.

탄핵 결정이후 60일 이내에 치러야 할 대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이후에 선고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혼란만 더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시나리오 4 : 3월13일 이후 대통령 탄핵 기각
-재판관 7명 평결은 하책 중 하책

헌법재판소의 선고기일이 3월 16일이 될 수도 있고, 무작정 늘어져 선고 일정을 잡지 못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라 하더라도 특히 3월 13일 이후 선고를 하면서 7명의 재판관이 평의에 참여해 찬성 5, 반대 2로 탄핵안을 기각한다면 정말 혁명적인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헌법재판관들은 물론, 박 대통령과 피청구인 측 대리인단조차도 국가와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가능성은 낮지만 헌재가 선택할 시나리오는 결코 아니다.

박 대통령은 탄핵안이 기각됐다 하더라도 더 엄격한 역사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지위를 회복하더라도 대통령으로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 선고 기일을 늦추면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국면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라는 보도를 하고 있지만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위다. 피청구인 측 전략이 선고 기일을 지체시켜 7명으로 판단하게 해 탄핵안을 기각시킨다는 것이라면 하책 중 하책이다. 국가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런 발상은 해서도 안 된다. 기각됐다 하더라도 박대통령의 선택지는 오히려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질서 있는 퇴진은 보장받을 수 없게 되고, 탄핵안은 다시 국회를 통과해 탄핵 심판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기각에 찬성한 헌재 재판관들은 매국노라는 비판까지 감당해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이나 피청구인 측 대리인단이 만약 이러한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헌재 선고 일자를 늦추고 있다면 큰 오산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3월 13일 이전에 헌재 선고가 이뤄지도록 협조하는 것이 국가를 위한 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헌재도 이러한 상황을 맞게 된다면 평의나 선고를 하지 말고 재판관을 충원하는 것이 바른 방향이다. 헌재 결과를 왜곡시키는 선고가 이뤄질 경우 그 후폭풍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헌재 재판관 7명이 평결에 참여해 탄핵안이 기각되는 불행한 사태는 있어서도 일어나서도 안 될 시나리오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제 3의 길은 없는가.
박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4개의 시나리오를 상상해 봤지만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하지만 헌재 결정은 그 결과가 인용이든 기각이든 이정미 재판관 퇴임 이전인 3월 13일 이전에 이뤄지는 것이 혼란을 줄이는 길이다. 만약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 늦춰진다하더라도 7명의 재판관이 평의에 참여하는 불행한 사태는 막아야 한다. 만장일치가 아니라면, 특히 그 결과가 인용이 아니라 기각이라면 대한민국은 큰 위기 상황을 맞을 것이다.

어떤 이는 혼란이 있더라도 우리가 다시 한 번 겪어야 할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게 상책이다. 막을 수 있는 혼란을 예방하지 못하고 일부러 피를 흘릴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럼 다른 선택지, 다른 시나리오는 없는가. 아직은 여지가 있다고 본다. 이는 박 대통령의 의지에 달렸다. 스스로 거취를 밝히고, 지금의 사태를 마무리하는 수순은 아직도 유용하다. 질서 있는 퇴진은 아니더라도 국가와 국민에 대한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정치권의 물밑 대화가 필요하다.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국가의 미래와 국민을 위해 청와대와 국회가 나서서 제 3의 길을 찾는 지혜를 발휘했으면 한다. 비록 실패한다 하더라도 대화 채널을 가동하면 혼란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정치권이 대선에 매몰돼 재판관들의 입만 바라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인용이 될 것인지, 기각이 될 것인지 알 수 없는 지금이 새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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