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jtbc 뉴스화면 캡처

[미디어파인=강동형의 시사 논평] 2월 2주차(조사기간 2월 7일~9일) 한국갤럽 여론조사가 공개됐다. 한 달 전 조사와 이번 조사를 비교하면 매우 흥미로운 구석을 발견할 수 있다. 그 하나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낙마 효과를 톡톡히 본 안희정 충남지사의 돌풍이다. 또 하나는 황교안 대통령권한 대행의 지지율이 나름 견고하다는 점이다. 아울러 반 전 총장 대선 출마 포기의 과실을 얻을 것으로 기대됐던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전혀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유 의원은 바른정당 지지자 가운데서도 지지율이 33%에 그쳐 안희정 지사( 29%)에게 쫓기는 양상이다.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유 의원을 비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새누리당 지지자 가운데 2%만이 유 의원을 지지했다. 이는 후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시장과 동률로 가장 낮은 수치다.

이와 함께 갤럽 대선후보 여론조사 방식과 샘플이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이러한 변화는 전체 여론조사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파악된다.

-달라진 갤럽여론조사의 함정
한국갤럽 2월 2주차(조사기간 2월 7일~9일) 여론조사는 한 달 전 조사에 비해 질문 방식이 호명방식에서 자유응답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시킬 소지가 있다.

한 달 전 조사에서는 갤럽은 후보들의 이름을 한명한명 거명(호명)하면서<귀하는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특정인을 답하지 않을 때는 <그럼, 누구에게 조금이라도 더 호감이 가십니까>라는 추가 질문을 했다.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였다. 그 결과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에서 문재인 31%, 반기문 20%, 이재명 12%, 안철수 7%, 안희정 6%, 황교안 5%, 유승민 3% 등 순이었다.

이번 한국갤럽 2월 2주차(조사기간 2월 7일~9일) 조사에서는 후보들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고 <귀하는 누가 다음번 대통령이 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특정인을 거론하지 않을 때는 <현재 거론되는 인물 중 누구에게 조금이라도 더 호감이 가십니까>라며 자유 응답을 유도했다. 처음으로 실시한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였다. <대선후보지지도> 조사결과 문재인 29%, 안희정 19%, 황교안 11%, 이재명 8%, 안철수 7%,유승민 3% 등 순으로 나타났다.

차기 정치지도자를 묻는 질문과 다음번 대통령을 묻는 질문은 비슷한 것 같지만 큰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갤럽은 이번 조사를 발표하면서 붉은 글씨로 지난 30개월 동안 진행된 여론조사와 2월 2주차 여론조사 수치를 직접 비교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하지만 모든 언론은 과거 한국갤럽 여론조사와 최근 여론조사를 비교하며 안희정 지사의 돌풍을 대서특필했다.

-갤럽 조사 방식은 황교안 권한대행에 불리
질문 내용을 보면 크게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없다.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뭐가 달라졌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에는 함정이 있다. 출마여부가 불투명한 황교안 권한대행의 지지도가 왜곡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다른 후보들은 모두 출마를 기정사실화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은 다르다. 그를 좋아하지만 출마를 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들은 다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 사진=연합뉴스TV 뉴스화면 캡처

비슷한 시기 타기관의 여론조사에서 황교안 대행이 안 지사 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오거나 거의 차이가 없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만 유독 차이가 두드러진 것을 볼 때 황 권한 대행에게 불리한 여론 조사였던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참고로 2월 2주차 리얼미터 여론조사(조사기간 2월 6일~8일) 에서 황교안 15.9%, 안희정 15.7%를 보인 데서도 알 수 있다. 이 조사에서 문재인 전대표는 33.2%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한국갤럽 1월 2주차(조사기간 1월 10일~12일) 조사와 마찬가지로 후보 호명 방식으로 조사했다.

-직업별 응답자 구성비 변화는 문재인, 이재명에 불리
2주차(조사기간 2월 7일~9일) 한국갤럽조사는 기존 8명에서 후보를 7명으로 줄였다. 반 전 유엔사무총장을 후보에서 제외한 결과다. 응답률은 1월 2주차조사(응답률 19%)와 2월 2주차조사(응답률 20%)에서 차이가 없었다. 조사대상자도 1007명으로 동일하다. 외형상으로는 동일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먼저 새누리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자 수가 118명에서 138명으로 20명 증가했다. 또한 화이트칼라가 341명에서 298명으로 43명 이나 줄었다. 반면 블루칼라는 111명에서 146명으로 35명 늘었다. 가정주부가 189명에서 206명으로 17명 증가한 것도 눈에 뛴다.

이러한 정당지지 및 계층별 응답자의 구성비의 변화는 기존 여론조사와 단순 비교를 어렵게 한다. 예를 들어 새누리당 지지 응답자의 증가는 이들의 선택을 거의 받지 못하는 문재인 전대표나 이재명 성남지장, 유승민 의원에게 불리하다. 반대로 한나라당 지지자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황교안 권한대행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한다. 또 화이트칼라 응답자가 43명(4.3%) 감소한 것은 화이트칼라의 지지(1월조사 문재인 40%,이재명 14%)를 가장 많이 받은 두 사람의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블루칼라 숫자의 증가는 문재인 전 대표에게 유리하지만 문 전대표의 블루칼라 지지율(2월 26%)이 화이트칼라(2월 35%)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화이트칼라 감소를 상쇄하지 못한다. 가정주부가 늘어난 것은 지지자들의 후보 분포가 다양해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희정 지사 돌풍은 반 전총장 낙마에 따른 낙수효과
한국갤럽 2월 2주차(조사기간 2월 7일~9일) 여론조사와 기존 조사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안희정 지사 지지율의 급상승이다. 안 지사의 지지율은 6%에서 19% 수직상승했다. 이어 황교안 권한대행이 5%에서 11%로 올랐고, 안철수 의원은 7%에서 7%, 유승민 의원은 3%에서 3%로 제자리 걸음을 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31%에서 29%, 이재명 성남시장은 12%에서 8%로 하락했다.

안 지사의 지지율 돌풍은 반 전 유엔사무총장이 갖고 있던 지지율 20% 가운데 안 지사가 15%포인트, 황교안 권한대행이 3%포인트씩 나눠가진 셈이다. 안지사의 돌풍은 반기문 전총장의 낙마에 따른 낙수 효과라 할 수 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질문 방식 및 응답자 구성비 변경 등도 안 지사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중도 보수층을 상당부분 흡수한 것도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

지역별지지도를 보면 문재인 전 대표는 서울에서 25% 지지율을 30%로 끌어 올렸다. 또한 대구 경북을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뒤진 것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1위를 달렸다. 안 지사 역시 대구 경북에서 3위를 한 것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2위 자리를 꿰차 강력한 주자로 발돋움했다.

야권의 뿌리인 전라 광주만 보면 문전 대표는 39%에서 31%로 하락한 반면 안 지사는 2%에서 20% 급상승했다. 반기문 전 총장을 지지하던 12%보다도 더 많은 지지가 보태졌다. 호남지역에서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문전 대표에 얹혀 있던 중도 보수성향이 안지사로 옮겨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13%에서 15%로 지지율을 늘려 호남 쟁탈전에 가세했다. 더불어 민주당 대선후보 3인의 호남 쟁탈전에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의 호남지지율은 12%에서 11%로 낮아졌고 손학규 전 대표는 2% 지지율을 기록했다.

호남에 이어 격전지 중의 하나인 대전 세종 충청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27%에서 30%로 선전했다. 안희정 후보는 12%에서 27%로 껑충 뛰었고, 황교안 권한대행도 2%에서 12%로 증가했다. 39%의 지지를 받던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을 나눠가진 탓인지 모든 후보의 지지율이 오른 점이 눈길을 끈다.

-안지사 지지율, 바람에 흔들리는 부평초
지지율 20%을 목전에 둔 안 지사의 선전에 많은 사람들이 기대감을 갖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안 지사의 지지율은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지지자의 성향이 부평초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반 전 총장의 낙마 어부지리에다 여론 조사 방식의 변화와 응답지 비율 조정의 덕을 상당히 봤다.

여기에 황교안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거나, 출마를 포기할 경우 지지율이 크게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의 지지율은 더불어 민주당 지지자는 20%에 불과하고, 국민의당 지지자 가운데 24%, 바른정당 지지자 중에서 29%의 지지를 받아 소속당보다 타당 지지자의 지지를 더 많이 받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시각을 뒷받침한다. 이는 지지정당에 제대로 된 후보가 있으면 지지를 철회할 유권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 지사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과 상당히 거리감이 있다. 이는 안 지사에게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 장점이면서 독이 될 수도 있다. 안 지사는 특히 보수 언론으로부터도 지지를 받으면서 보수 이미지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 황 권한대행 불출마시 또 한 번 낙수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안 지사의 보수 이미지로는 호남 공략에는 부정적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이 갖고 있는 딜레마를 안 지사도 동시에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2월 2주차(조사기간 2월 7일~9일) 한국갤럽 방식의 조사에서는 여전히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세론을 잠재우기에는 한계 또한 분명히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 본 칼럼에 인용된 여론조사 및 그 밖의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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