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통계청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부부 중 현재 배우자에게 만족하는 비율이 남편은 71.8%인 반면, 아내는 59.2%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결혼한다면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하겠느냐?’라는 질문에 남편들 중에서는 46.9%가 ‘아니오’라고 답한 반면, 아내들의 경우에는 무려 71.9%가 ‘아니오’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결과를 ‘결혼하면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이 손해를 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관점입니다.
아마 ‘다시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 응답자들이라도 반드시 현재의 결혼 생활에 큰 불만이 있어서가 아니라, “다시 태어나서까지 또 같은 사람과 살아야 하겠나, 할 수 있으면 다른 사람과도 살아보는 것도 좋지 않겠나?”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사랑하는 남녀가 ‘함께’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며 결혼을 하지만, ‘남자의 결혼’과 ‘여자의 결혼’은 다르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할 때에는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사랑이란 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고 보면, 다른 환경과 경험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 사는 것이 순탄할 리 없습니다. 더구나 결혼의 두 주인공인 남자와 여자는 그 성별의 차이만큼 기본적으로 그 생각과 기대가 다른 존재들입니다.
부부 싸움의 상당수는 이처럼 자신과 ‘다른’ 상대를 ‘틀렸다’고 여기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따라서 결혼을 하는 남녀는 서로의 다른 점에 대해서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그 다른 점이 두 사람의 생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물론이고, 서로가 갖게 될 실망과 좌절감에 대해서까지도 잘 이해하고 또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준비해야 하는 것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남자의 결혼은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찾는 일종의 ‘구인(求人) 수단’입니다. 남자도 결혼을 통하여 두 사람이 하나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자신이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고, 기쁘게 해주는 ‘보조적인’ 존재를 바랍니다.
무슨 말이냐면, 결혼 후에도 자기 자신은 그대로 남아있고 단지 조금 더 편해지는 정도만 바라는 경향이 많다는 말입니다. 대부분의 남자는 결혼 이후 자신이 ‘더 이상 과거의 내가 아니게 될까 봐’ 염려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사는 것은 좋지만, 이전에 혼자 지내면서 누리던 자유로운 생활을 완전히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결혼 후에도 예전 버릇대로 늦은 시간까지 친구들과 어울려 술 마시며 놀던 재미를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가 하면, 직장에서 성과를 올리는 것에서 (일찍 집에 들어가 지내는 것보다) 더 큰 성취감을 얻습니다. 때문에 일찍 집에 오기를 재촉하는 아내의 전화에 (좀 미안하기는 하지만) 짜증이 나는 것을 참지 못합니다.
그리고 ‘휴일 내내 ‘같이 있어 주었는데‘ 왜 또 전화를 하는 거야? 왜 자기 혼자서는 자기 할 일 하거나 잠들지도 못하나? 내가 바람이라도 피우는 줄 아나?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것을 알면서 이렇게까지 망신을 주어야 하나?’ 생각하는 것입니다. 결혼을 해서도 이전과 달라지기를 거부하는 남자들의 이런 특성은 양가 어른들을 뵈러 가서도 나타납니다.
남자는 대개 처가를 방문해서도 특별히 할 일이 없는 경우 대접만 받고 눈치껏 지내다가 부인을 챙겨 돌아오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남편 자신의 본가를 가면 예전에 하던 대로, 즉 예전에 쓰던 방에서 잠을 자거나 거실에서 TV를 보다가 돌아옵니다.때문에 입장이 바뀐 경우, 즉 자기 본가가 아내에게는 낯설고 어려운 자리라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합니다. 반면 거의 모든 부인들에게 남편의 본가는 ‘아주 불편한’ 일터입니다.
낯설고 어색한 부엌일을 겨우 마친 부인은 힘들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해서 남편이 어서 잠에서 깨어 ‘자신들의 집’으로 함께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이를 눈치 챈 시어머니가 따라 들어와 “직장 다니느라 피곤할 텐데, 한 숨 자게 가만 두어라” 하십니다.
부인은 기가 막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다만 남편이 그런 사정을 알아주기를 바라고, 만약 모른다면 적어도 물어봐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하지만 남편은 아는지 모르는지 자기 세상에 온 듯 태평한 모습이라 부인 속만 부글부글 끓습니다.
남편은 집에 돌아가는 길에서 부인의 냉랭한 모습에서 뭔가 달라졌음을 느끼지만, 그 이유를 묻지는 않습니다. 공연히 말을 꺼냈다가 무슨 책임이라도 지게 될까 봐 염려하기 때문입니다. 그저 “이 사람도 시집을 싫어하는, 그렇고 그런 여자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에서 더 멀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만약 어느 부부가 외출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아무 말도 없다면, 그 각자는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과 느낌을 곱씹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