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임대인의 채권자에 의한 강제집행이나 담보권의 실행 또는 임대인의 국세체납으로 인하여 임차주택이 경매 또는 공매되는 경우에, 주택의 인도와 전입신고 외에 임대차계약서상에 확정일자를 갖춘 주택임차인은 후순위 권리자나 일반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매각대금으로부터 그의 보증금을 변제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선순위인지 여부는 주택의 인도와 전입신고를 구비한 시점이 아니라 확정일자 부여 일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최근에 공인중개사가 다가구주택의 임차인에게 선순위 임차권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어도, 임차인이 계약에 앞서 적극적으로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등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임차인의 책임이 더 크다고 판단한 사안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임차인 갑은 공인중개사 을을 통해 다가구주택을 보증금 1억 원에 임차하였습니다. 그런데 다가구주택이 경매로 넘어가게 되었고, 다가구주택에는 임차인 갑보다 먼저 들어와 살고 있던 다른 임차인 병, 정 등이 있었습니다.

경매절차에서 다른 임차인 병, 정에게 보증금 등을 배당하였고, 남은 돈에서 임차인 갑의 보증금을 배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은 보증금 1억 원 중 5000만원을 배당받고, 나머지는 배당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임차인 갑은 "다가구주택 임대차계약을 하면서 공인중개사 을이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아 임대차보증금 반환청구권 순위에 밀려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했다." 며 공인중개사 을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법원은 "을이 갑에게 보증금의 40%를 배상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하였습니다.

재판부는 "공인중개사는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를 설명하는데 그쳐서는 안 되고 다가구주택의 또 다른 임차인들의 임대차보증금, 임대차의 시기와 종기 등 자료를 확인한 후 임차의뢰인에게 자료를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임차인 역시 해당 건물이 다가구주택이고 각 건물에 선순위 근저당권 또는 전세권 등이 설정돼 있어 다른 세대와도 임대차계약이 체결돼 있는 걸 알면서도 이를 확인할 자료를 적극적으로 요청하지 않아 권리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잘못이 인정된다."며 "갑에게도 60%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위 법원의 판단은 공인중개사가 임대차계약 중개 시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 외에도 다가구주택의 또 다른 임차인들의 임대차보증금, 임대차의 시기와 종기 등 자료를 확인한 후 임차의뢰인에게 자료를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임차인 역시 자료를 요청하지 않아 권리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잘못이 있으므로 공인중개사에게 손해액의 40%의 책임만 물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세대주택이라면 한 가구 당 임차인이 한 명만 존재할 것이므로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다가구주택에는 등기부에는 없는 수인의 임차인들이 존재하게 되고, 후순위 임차인은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임차인이 다세대 주택과 다가구 주택을 구별하고 위와 같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판례의 입장에 따르면 임차인이 다가구주택에 관하여 다른 세대와도 임대차계약이 체결돼 있는 걸 알았다면 확인할 자료를 공인중개사에게 적극적으로 요청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권리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잘못이 인정될 수 있으므로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등 각별한 주의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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