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호 칼럼] 가계부채, 꽁지에 불붙은 시한폭탄

문수호 칼럼l승인2014.12.09l수정2015.01.02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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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호의 시시콜콜 경제] 가계부채가 총106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 3분기말 현재 기준으로, 3분기에만 22조원이 늘었다. 이후 10월과 11월에도 빚의 증가 속도는 3분기보다 더 가파르다고 금융권은 추산한다. 가계 빚이 1100조원을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숫자로만 보면 단군 이래 최대의 빚이다. 99년말에 213조원이던 가계부채가 10년전인 2004년 494조원, 5년전인 2009년에는 776조원으로 꾸준히 늘어왔다. 4인 가구 기준으로 15년전에는 가구당 1천7백만원의 빚이 올해에는 8천5백만원에 이르게 된 것이다. 부채증가율이 15년동안 500%로 늘어난 수치다.

가계부채가 이렇게 느는 동안 부채상환 여력은 나아졌을까.
지난 9월말 현재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37%이다. 2013년말 135%에서 2% 상승한 것으로, 2010년말 128%, 2011년 131%, 2012년 133%로 꾸준히 상승하면서 기록적인 행진을 해왔다. 이는 가계의 부채 상환여력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의미다. 국제통계 비교 때 주로 사용하는 자금순환표상 개인부문의 금융부채를 기준으로 한 가처분소득대비 금융부채비율을 한 번 보자. 이 비율은 2011년 157.4%, 2012년 159.3%, 지난해 말 160.7%에서 올해 9월말 164.1%로 높아진 것으로 추산된다.

선진국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소득대비 금융부채비율은 평균은 135.7%다. 미국은 2007년말 143.1%로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가계부채를 감축해 2012년말에는 115.1%까지 비율을 낮췄다. 독일은 93.2%, 일본은 129.3%로 우리나라와는 상당한 격차를 보이며 안정된 흐름을 보여준다. 금융 위기후 선진국들은 디레버리징을 통해 가계부채를 꾸준히 감축해 오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거꾸로 가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빚이 느는 만큼 부채 상환여력도 갈수록 줄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우리는 급격한 저성장의 길로 들어섰다. 양질의 일자리는 전혀 늘지 않고, 중소기업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자영업 시장에 뛰어든 사람들의 폐업 소식은 이제 뉴스거리도 아니다. 뉴노멀 시대의 특징이라는 저성장, 저물가, 저소비, 높은 실업이 이제 우리 사회의 일상이 된 것이다. 빚으로 연명해야 하는 사람들이 늘어 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가계부채는 늘어나는 구조다.

거기에다 지난 8월초 시행된 LTV, DTI 등 부동산 규제완화로 대출을 권하는 모양새가 됐고,10월에는 기준금리를 2%로 인하하면서 가계부채 증가 속도에 기름을 부은 꼴이 다. 이로 인해 9월말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350조원으로 1년전보다 8.7% 증가했다.

그럼 지금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정말 안전한가.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가계 빚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그동안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고 뒷짐지던 정책당국도 이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이주열 한은총재가 ‘내년에 금리가 오르면 한계가구 중 일부는 디폴트를 맞을 수 있다’고 지난달 언론사 초청 강연에서 경고하고 나섰다.개인회생 건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지난해 개인회생 신청 건수가 10만 5885건에서 올해 10월까지 9만310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늘었다. 대출 부담을 이기지 못해 파산으로 내몰리는 한계계층이 늘고 있는 것이다.

대출의 사용처도 생계형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은행이 10~11월중 신규로 대출받은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용도를 조사한 결과 주택자금 외에 생활자금 18.2%, 대출 상환을 위한 대출 17.5%, 전월세자금 3.7%, 사업자금 4.9%로 나타났다. 과거 사업자금 등이 주요한 대출금의 사용처였다면 이제는 생계를 위해 빚을 내고 있어 대출의 질이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더욱 위험한 것은 국민소득 하위 20%인 소득 1분위 계층과 저소득 자영업자다. 소득 1분위는 가처분 소득의 68.7%를 원리금 상환에 투입하고 있으며, 이는 사실상 자력으로 부채의 덫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발버둥쳐도 더 옭아드는 올무에 빠진 격이다.소득 2분위와 3분위의 가계부채상환부담률(DSR)은 각각 40%를 넘는 고위험군으로 분류할 수 있어 최하위 저소득층만의 문제가 아니라는데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

이러한 가계부채 문제의 여파는 경기순환상 악순환을 낳고 있다. 여론조사 업체 닐슨에 따르면 한국민들은 올 3분기에 소비를 전분기보다 줄이고 있다고 한다. 외식비 절감, 의류구입비 절감, 더 저렴한 식료품 구입, 가스,전기비 절감 순으로 소비를 줄여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다. 우리 경제가 뉴노멀이라고 하는 악성 경기순환 사이클의 쳇바퀴에 올라 탄 것으로 볼 수 있다.

가계부채는 언제 어떻게 우리를 곤경에 빠뜨릴까.
끝나지 않는 고통은 없다. 반대로 영원한 잔치도 없다. 우리 사회가 잔치를 벌이려고 빚을 졌던 것은 아니다. 당장의 주택문제 해결이나 생계를 위해 절박하게 빚을 졌다. 하지만 빚으로만 지탱되는 사회는 예부터 없었다. 이제 대가를 치룰 시간이 다가올 뿐이다. 그 시기는 이주열 총재가 경고한 “내년에 금리가 오른다면”의 의미를 곱씹어 봐야 한다. 일각에서는 내년에 우리나라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할 것으로 점치기도 한다. 우리 경제여건상 일리 있는 추정이고 그럴 개연성도 높다. 그러나 그 것은 시기를 늦출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불행이 딱 한 가지만 잘못돼서 오는 법은 거의 없다. 우리 사회가 이미 실질 소득이 감소하고 내수가 침체에 빠진 저성장 저소비의 사회에 와 있고, 대외 여건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우리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대중국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고, 이는 대부분의 무역흑자를 중국에서 얻고 있는 우리 형편에 치명타를 안긴다.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을 줄이는 악순환의 고리에 한 축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다시 실질 소득이 줄어들고 소비가 침체되고 빚이 늘어나는, 온갖 나쁜 일들로만 버무려진 종합 세트가 그 결과물인 것이다.

결정적으로는 미국이 내년 어느 시기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 확실시 된다. 시기와 속도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넘쳐나는 달러를 거둬들이기 위한 통화정책으로 미국경제를 정상화 시키려는 미국 연준의 예고된 일정이다. 우리나라 금리인상의 방아쇠가 당겨질 시기는 이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화가 썰물처럼 빠져나가 국가가 곤경에 빠지지 않으려면 우리나라도 금리인상이 불가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상 시기를 늦추더라도 청명이나 한식이나가 될 것이다.

1100조원의 대출금리가 2%만 오르더라도 22조원의 년간 이자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그러나 가계가 원리금 상환과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는 우리는 IMF 사태를 통해 똑똑히 기억한다. 지금 그런 위기가 닥친다면 그 때보다 더 혹독한 고통이 뒤따를 것이다. 1997년말 우리 가계는 저축이라는 자산을 가지고 있는데 비해 지금은 1천조가 넘는 부채라는 자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신에게는 아직 열 두 척의 배가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뗏목도 없는’ 형국이다.

정부당국은 가계부채에 대해 안일한 인식에서 벗어나 정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빚은 그만 권하시라. 또한 가계 주체는 부채의 심각한 위험성을 알아야 한다. 빚은 갚아야할 부채일 뿐이다. 서둘러 가계부채 살빼기에 나서야 한다. 손 놓고 있다가 위기가 닥치면 불안과 고통의 어두운 터널에 오랫동안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과중한 부채, 다가오는 위기의 그림자, 마치 심지에 불이 붙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문수호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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