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신수식의 세상읽기] 세살배기 외손녀를 때려 숨지게 한 비정한 사건이 발생되었다. 이 사간은 자신의 딸 최모(26)씨와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 동안 이천시 자신들이 사는 주택에서 딸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A양을 나무 회초리와 훌라후프 등으로 때려 숨지게 한 가족에 의한 살인사건이 또 발생했다. 요즘 대한민국은 비선실세 국정농단, 정경유착과 부정부패, 지속되는 촛불시위, 국회대통령탄핵소추, 헌재의 심판과정, 특검수사, 찬반으로 나뉜 탄핵시위 등으로 사회가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이러한 사건은 마음이 아프다. 특히 지금 국내외적으로 수출과 수입이 부진하고 경기불황, 경제침체와 저성장, 높은 실업과 양극화, 심각한 가계 및 국가부채 등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도 삶에 희망이나 비전이 없는 상황이 더욱 힘들게 하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지 마음이 아프다.

이러한 불안사회를 잘 반영하고 있는 듯이 대한민국사회는 범죄비율이 크게 상승하고 있는 추세이며 이 가운데 특히 큰 문제로 대두되는 것이 바로 가정 내, 가족관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패륜범죄의 증가추세라 할 것이다. 폐륜범죄는 가족성원 간 돈 문제나 정신질환, 기타 다른 이유들로 벌어지는 해마다 살인, 상해, 폭행, 그리고 방화 등의 범죄로서 그 심각성이 날로 커지고 사건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가정을 이루는 가족(家族)은 대체로 혈연, 혼인, 입양, 친분 등으로 관계되어 같이 일상의 생활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공동체) 또는 그 구성원을 말한다. 집단을 말할 때는 가정이라 하며 가정의 목표는 가족구성원의 행복과 복지향상이지만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능과 과업을 수행한다. 가정의 기능은 크게 가족구성원들을 위한 가정 내 기능과 대 사회적인 기능으로 구분되며 가정 내 기능으로는 성과 생식, 양육 및 교육, 보호, 휴식, 생산과 소비, 오락, 종교의 기능 등이며 대 사회적 기능으로는 합법적인 성적 통제, 생식을 통한 사회의 유지·존속, 노동력 제공과 소비생활을 통한 경제적 기능, 자녀의 사회화를 통한 사회에 적합한 구성원 제공 등이다. 따라서 가정은 개개인이 생활하고 보호받는 터전인 동시에 한 사회를 유지·존속시키는 최소의 단위로서 개인과 사회를 연결시키는 중간 고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런 가정에서 가족 간에 야기되는 폐륜범죄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정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잘 확인시켜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폐륜범죄의 형태는 금전문제로 다투다가 아버지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바다에 버린 존속살해 및 사체유기, 평소 가족들로부터 무시당했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한 사건 등 다양하며 해마다 1천 건을 훌쩍 넘어 증가하는 추세이다. 존속살해는 2012년 50건, 2013년 49건, 2014년 60건, 2015년과 지난해 각각 55건이었고 존속상해와 존속폭행까지 포함하면 최근 5년간 해마다 1천 건 이상의 패륜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폐륜적 가족범죄는 주로 가정불화나 정신질환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2006∼2014년 사이 전국 존·비속 살해사건의 원인 중 절반이 가정불화(49.3%)였고 정신질환(34.1%), 경제문제(15.2%)가 그 뒤를 이었다. 최근에 경제문제 특히 실업과 양극화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폐륜범죄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며 사실상 정부가 대책으로 내 세울 수 있는 방안은 정부재정을 확대하여 기초생활 등 복지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도 이외에는 특별한 방안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정신질환으로 일어나는 존속에 대한 폐륜범죄의 경우는 시설과 전문가를 통해 치료와 교육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예방에 나서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정신질환자의 경우 가족들과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기 때문에 큰 범죄로 이어지기 전에 주변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치료를 통해 예방해야 한다.

인의예지에 따른 삼강오륜 등의 예절을 중요하게 여기고 행동으로 실천했던 대한민국과 지금 벌어지고 있는 폐륜범죄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인의예지 4대 덕성을 가진 인간 그 자체는 훌륭한 인격체인 것은 분명하나 동방의 예의지국의 근원은 중국인들이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예의가 밝은 민족의 나라라고 평했다는 산해경(山海經)이다. 중국인들이 예로부터 우리의 민족성을 가리켜 어진 사람(仁人)이니 사양하기를 좋아하여 다투지 아니한다(好讓不爭) 혹은 서로 도둑질하지 않아 문을 잠그는 법이 없으며 여자들은 정숙하고 믿음이 두터우며 음란하지 않다는 등 칭찬했다는 점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순수한 의미로 받아 들이는 것이 옳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동방의 예의지국에는 역사적 과정에서 내포되어 있는 다른 의미가 숨어있는데 중국 및 중국인들은 다른 오랑캐들 가운데 가장 자신들에게 예의를 다했다는 사대적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보면 중국과 중국인들은 우리와 상하관계라는 불평등의 민족비하적 의미까지 갈려 있는 것 같아 왠지 불쾌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최근에 대한민국사회가 중요하게 여겼던 예의가 붕괴되고 가장 중요한 가족을 중심으로 폐륜범죄가 크게 증가하는 사회적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 대해 필자를 비롯해 국민들도 마음이 아프다. 존속살인 등 폐륜적 가족범죄가 전국적 현상으로 그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자주 등장할 때마다 그 원인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첫째, 사회적으로 윤리·도덕의 틀이 망가지고 인명경시풍조가 사회전반에 만연한 탓, 둘째, 사회양극화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심리적·경제적 소외계층이 증가하고 사회불만과 분노로 전환되면서 나타난 사회병리학적 현상, 셋째, 핵가족화에 따른 이기주의의 심화, 가족공동체의식 및 가족윤리의 붕괴, 넷째, 경제문제나 심리적 갈등에 대한 해결 또는 조절 능력의 약화 등을 지적하고 있다. 다섯째, 밥상머리교육의 부재, 입시위주 경쟁적 교육의 일반화,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의 갈등조절능력 상실, 업적·능력 제일주의의 사회적 만연 등도 원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폐륜적 가족범죄의 증가추세를 잠재울 만한 방안을 정부가 여전히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필자의 생각은 폐륜적 가족범죄의 예방을 위한 방안은 가정, 학교, 사회, 국가가 꾸준하고도 적극적인 교육과 치료, 전문기관과 재정이 함께 지원되는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해결되게 하는 궁극적으로는 정부역할과 책임이 동반되도록 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 특히 폐륜적 범죄의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인간적 배신이라 할 것이며 다른 범죄보다 더 나쁘고 인간 개인 및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도 훨씬 크다는 사실이다.

미국 정치학자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한국은 저신뢰(低信賴)사회로 추락하였으며 따라서 고신뢰(高信賴)사회에서는 지불하지 않아도 될 사회적 고비용을 한국사회가 부담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과 상황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정부, 정당, 국회에 대한 신뢰도가 30%정도의 바닥수준으로 추락하게 만들었으며 이 정도 신뢰수준은 거리에서 처음 마주치는 사람을 신뢰하는 수준보다 더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정부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고 정치인은 그야말로 불신의 대상이란 증거이며 국민이 명색이 나라를 이끄는 정부와 정치인을 못 믿을 정도의 사회저변의 인간관계신뢰도가 무너진 상태에서는 두말할 필요 없이 사회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2017년 2월 현재 비선실세 국정농단으로 인한 사회혼란이 저신뢰 대한민국을 잘 확인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핵심자본인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자 온갖 범죄가 사회전반에서 기승을 부리게 되고 사회유지에 마지막 보루인 가족과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폐륜적 범죄까지 늘어나면서 한국사회의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가족의 윤리와 도덕은 가정은 물론 사회를 유지 발전시키는 기본질서를 형성하게 된다는 점에서 형법상 보호되어야 할 가치라고 보았듯이 대한민국은 신뢰사회의 회복으로 가족과 가정을 제대로 유지할 방안을 찾는데 우리 모두가 함께 당장 나서야 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