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강동형의 시사 논평]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탄핵 전야, 박 대통령의 선택할 수 있는 세가지 길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일이 27일로 잡히면서 대통령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박 대통령이 선고일 전에 조건 없는 하야 선언을 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각하 판정을 받기 위해 선고일전에 하야를 선언하면서 하야 날짜를 선고일 이후, 다시 말해 이정미 재판관 퇴임일인 3월 13일 이후나 4월로 사퇴 날짜를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헌재 최종 심판을 기다릴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박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박 대통령은 하야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 사퇴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 이유는 대통령이 스스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들에게 했다는 ‘꼭 뭐에 홀린 것 같다’는 말 속에서 박 대통령의 상황인식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 가장 근거리에서 박 대통령을 지켜보는 청와대 출입기자들도 탄핵 심판 선고일전 하야 및 퇴진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이유가 이채롭다. 누구하나 헌재에서 탄핵 심판이 인용돼 대통령직에서 파면당할 것이며, 이러한 불행한 일을 막기 위해서는 사퇴하는 길 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할 사람이 없고 감히 설득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탄핵심판 대리인은 기각될 것이라는 생각을 심어 주고 있고, 그 누구도 부정적인 전망을 내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헌재 선고일전 조건 없는 하야.
대통령의 탄핵선고일 전 하야 선언과 퇴임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여론의 대부분은 너무 늦었고, 야당 반대를 명분으로 삼고 있다. 또 하나는 자유한국당 등 보수 세력을 단합시켜 대선정국을 유리하게 만들 꼼수라는 지적이다. 탄핵안이 인용될 것 같으니 하야를 한다며 도덕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볼 이유는 없다. 국가적인 재앙을 피하고, 국민들의 갈등을 완화하는 방안으로 헌재 선고일전 하야 선언을 하고 곧바로 청와대를 떠나는 조건 없는 하야는 여전히 유효하다.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고, 구속되는 것을 모습을 보고 싶은 국민의 입장에서는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태극기 시위에 참여하는 국민들은 헌재에서 기각을 한 뒤 대통령이 하야하는 방안을 최고의 선택으로 꼽았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일리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기각을 바라는 국민은 20%내외다. 여전히 국민 80%는 탄핵이 인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 입장에서는 헌재 기각과 대통령 하야 수순이 명예롭겠지만 이는 촛불집회 참가자 등 다수의 국민 여론과는 동떨어져 있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결국 대통령이 하야를 한다면 조건이 없어야 한다. 박 대통령이 현재의 상황에 놓인 것도 알고 보면 고비마다 조건을 내건 게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하야 이야기가 나올 때도 구체적인 일정 제시 없이 국회가 합의하면 따르겠다고만 했다. 스스로 결단하지 않고 국회에 책임을 떠 넘겨 불신을 자초한 셈이다.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면 누구나 두렵고, 불안한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역사는 백척간두에서 섰을 때는 허공을 향해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갈 것을 주문한다. 죽고자 하면 살길이 열린다는 얘기다.

대통령의 하야 선언은 보수 정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국가의 대란을 막아야한다는 마지막 충정으로 이해하면 된다. 특히 이번 대선은 정권교체라는 큰 물줄기를 되돌릴 수 없고 막을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 조건 없는 하야를 선언하더라도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니, 탄핵이 인용될 것 같으니 꼼수를 부렸다는 등의 비판은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 방안이 유일하게 상생의 방안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도 받고, 구속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 각오가 있어야 비로소 길이 보이게 될 것이다. 이때가 되면 여야 정치권은 정치력을 발휘할 공간이 생긴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탄핵 선고일전 하야 선언, 3월 13일 이후 하야?
박 대통령이 던질 비책은 하나가 더 있다. 그러나 국민의 공분을 부를 소지가 다분하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임기가 만료되는 3월 13일 이후 하야 일정을 잡고, 헌재 선고일 이전에 공표하는 방안이다. 누가 봐도 꼼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배제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해 박 대통령이 선고기일 전(3월초)에 국가원로들이 제시한대로 4월 모일을 택해 하야하겠다고 선언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지 상상해 보라.

헌법재판소와 정치권은 허를 찔려 일시적인 멘붕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 여론도 크게 갈릴 것이다. 박 대통령의 입장과 태극기 민심은 이세돌이 인공지능 알파고를 이긴 것과 같은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건 큰 착각이 될 수도 있다. 신의 한수가 착오에 의한 ‘악수’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누구에게 물어봐도 “에이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지만 과거를 돌이켜 보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기술적으로 정치공학적으로도 가능한 방안이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큰 화를 부를 것이다. 이 수를 두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만약 박 대통령이나 대통령 탄핵소추 피청구인측 변호인단이 밀실에서 이러한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면 즉각 공개하고, 공론화해야 한다. 실현 가능이 낮지만 헌법재판소나 여야 정치권은 어떻게 대응할 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큰 혼란을 막을 수 있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선고일전 하야선언, 선고일후 퇴임’ 방안은 심심해서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그 근거가 충분하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근 “헌재의 탄핵소추 ‘각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 ‘탄핵전 하야’는 하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의 발언에서 박대통령 대리인측과 여권이 구상하고 있는 방안의 실마리를 읽을 수 있다. 인용이나, 기각이 아닌 각하를 위해서는 ‘선고일전 하야선언, 선고일후 퇴임’ 이외에는 달리 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적 합의는 이미 물 건너갔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면 헌재 탄핵선고일 전 하야를 선언하되, 퇴임 일자를 3월말이나 4월로 못 박는 것이야 말로 선고를 늦추거나 탄핵안 각하 가능성을 높이는 유일한 방안이 될 것이다. 물론 하야 선언을 했다고 헌재에서 선고를 유보하거나, 각하를 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각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게 사실이다. 종국결정을 위해서는 모든 헌재 재판관이 서명을 해야 한다. 하야를 선언했다는 이유를 들어 서명을 거부하는 재판관이 한 명이라도 생기면 종국결정을 못하고 선고가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고일전 하야선언, 선고일후 퇴임’방안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불신이다. 불신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 대통령이 하야 일정을 명시했다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명확한 답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탄핵심판과정과 특검조사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양치기 소년’으로 비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약속한 하야 날짜가 다가왔는데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달리 방법이 있는가.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다시 발의해 처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헌재는 이제 7인체제가 됐다. 박 대통령이 어떤 담보를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 질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측이 이러한 구상을 하고 있다면 공론화과정을 거치고, 퇴임 날짜를 명시하는 등 약속을 담보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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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 조건이 없어야 명분과 실리를 얻을 수 있다.
하야를 한다면 박 대통령은 헌재 선고일 이전 조건 없는 하야를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탄핵 인용사유가 없고 떳떳하다고 생각한다면 헌재 재판 절차에 협조하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헌재를 7인체제로 만들기 위해, 탄핵 각하를 유도하기 위해 선고일 전에 4월 하야를 선언하는 등의 꼼수는 결국 ‘역사의 심판대’에서 패배자로 기록할 것이다.

신의 한수라고 생각한 마지막 한 수는 되돌릴 수 없는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 여당과 야당 등 정치권은 그 가능성은 낮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대통령 하야 선언과 함께 19대 대통령 선거일을 공포하는 등 불신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제 모든 공은 박 대통령에 넘어 갔다. 박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국민 여론에 반하는, 부정적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는 그런 상황은 피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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