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조영곤의 리얼 드라이빙 토크 시승기] 바위와 자갈, 그리고 진흙이 지배하는 험로는 자동차에게 길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길이 아닌 곳 즉, 험로를 돌파할 때 운전자들은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

이번 시승기의 주인공은 아드레날린을 폭발시키는 지존 본색 지프 랭글러 루비콘이다. 지프는 전 세계적으로 70년 이상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마니아들에게 폭발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브랜드다.

온·오프로드를 뛰어넘는 지프의 역동성은 남성을 넘어 여성에게도 로망으로 자리 잡았다. 더욱이 지프의 최상위 모델인 루비콘은 각종 편의사양을 덧칠해 전통과 세련미를 아우르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존 본색 지프 랭글러 루비콘이다. 변신했다.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승차감과 정숙성을 대폭 업그레이드 한 것. 아울러 안전 편의사양을 대거 채택해 보다 안전한 오프로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시승 모델인 지프 랭글러 루비콘은 3.6ℓ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최대 출력 284마력과 최대 토크 35.4kg.m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파워를 자랑한다. 공차 중량 2,075kg. 복합연비는 리터당 7.4km다.

변신
달라진 면모부터 살펴보자. 지프 랭글러 루비콘 가솔린 모델에는 유커넥트 멀티미디어 센터가 새롭게 적용됐다. 6.5인치 터치스크린 LCD 디스플레이와 연동돼 직관적이고, 작동이 쉽다. 또 블루투스를 통한 핸즈프리 시스템과 음성인식 기능이 추가됐다.

이밖에 CD 혹은 MP3 음원을 약 6700개까지 저장 재생할 수 있는 40GB 내장 하드디스크와 USB 단자 등이 새롭게 적용되면서 디지털 음원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최근 트렌드에 발을 맞췄다.

아울러 오토 라이트 기능과 내리막 주행 제어 장치 등 기존 안전사양에 안전한 주차를 돕는 후방 카메라 파크뷰가 추가됐다. 특히 오프로드에서 후진 시 후방 노면 상황과 장애물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또 이번 신형 모델에는 도저 옐로우, 딥 체리 레드, 크러쉬 오렌지 등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외장 색상이 추가됐다.

디자인을 한번 보자. 지프 랭글러 루비콘의 외형은 상남자 스타일이다. 직사각형 차체와 동그란 헤드램프, 직각으로 서 있는 앞 유리, 7개 세로줄로 이뤄진 그릴, 툭 튀어나온 플라스틱 범퍼는 지프의 DNA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실내 역시 오프로드에 최적화돼 있다. 문은 모두 떼어낼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창문 개폐 스위치는 중앙 콘솔에 자리 잡았다. 실내 물세차도 가능하다. 바닥에 배수구가 있고, 시트는 천으로 돼 있어 물세탁을 할 수 있다. 천장 역시 분리된다.

오프로드의 색채가 강하지만 편의성과 디자인을 놓치지 않았다. 센터페이시아에 위치해 세심한 디자인이 돋보인 송풍구, 스마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이 바로 그것이다.

쾌감
지프 랭글러 루비콘을 위해 선택한 코스는 경기도 일산 호수공원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을 왕복하는 486㎞ 구간이다.

이번 시승에는 기자와 결혼한 인연으로 다양한 차량을 간접 경험하고 있는 아내가 함께했다. 그는 장롱면허 7년차를 자랑하지만 차에 대한 관심은 모터스포츠 F1 선수 못지않다.

아내는 시승에 앞서 “투박하지만 끌린다. 어떤 길도 거침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면서 “요란한 치장을 하지 않아, 더 매력적이다. 남성적 느낌이 강하지만 여성이 운전할 때 더 섹시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동을 걸었다. 정숙하다. 디젤 엔진의 ‘으르렁’이 아닌 세단의 단정함이 느껴졌다. 차체로 전달되는 진동과 소음이 최소화됐다. 여성에게도 호감으로 작용할 요소다. 아내 역시 “과거 디젤 차량은 소임과 진동이 요란(?)해 탑승이 꺼려졌는데, 놀라울 정도로 정숙하다”고 전했다.

지프 랭글러 루비콘은 ‘상시 4륜 구동’이 아니다. 평소에는 뒷바퀴만 굴리고 험로 등에서 운전자가 4륜 구동 모드로 바꾸면 상남자로 변신한다.

몸무게만 2톤이 넘는 육중한 녀석이 도심에 나타나자 운전자와 보행자들이 힐끔힐끔 쳐다본다. 시선을 즐기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투박하지만 강인함이 묻어나는 지프의 매력에 그들 역시 빠져든 모양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루비콘에 꽂히자 아내가 슬며시 선글라스를 꺼내 들며 한껏 폼을 잡는다. 루비콘의 매력에 서서히 빠져드는 순간이다.

가속은 기대하지 않았다. 초반 가속에서는 약간 더디다. 그러나 100㎞/h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그리 긴 것은 아니다. 가속페달에 힘껏 힘을 주면 150㎞/h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다. 다만 풍절음 등을 견뎌내야 한다.

코너링 실력도 나쁘지 않다. 130~150㎞/h에서 시도한 코너링에서 안정적으로 돌아나갔다. 몸이 좌우로 쏠리는 것도 세단이라면 용납하기 힘들겠지만 루비콘이기에 기분 좋게 넘어갈 수 있다.

가솔린 엔진은 확실하다. 과거에 비해 승차감이 놀랍도록 개선됐다. 아내 역시 엄지 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는 “차체가 높아서인지 전방 시야가 제대로 확보됐다. 안전운전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 “확실히 정숙해졌고, 승차감이 좋아졌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이 녀석은 덩치 큰 세단”이라고 말했다.

본색
대관령 인근에 다다르자 곳곳에 기습 호우의 흔적이 묻어있다. 승용차들이 헉헉거리며 엉금엉금 기어간다. 루비콘이 나설 차례다. 4륜 구동 모드로 바꾸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도로를 집어 삼킬 것 같다. 안정적인 접지력이 인상적이다.

잘 포장된 도로를 벗어나 흙먼지가 뒤덮인 자갈길로 접어들었다. 역시 루비콘이다. 험로에서도 강인함 모습을 잃지 않는다. 뒤뚱거리는 것도 잠시. 길이 아닌 곳에 길을 내며 힘차게 치고 나갔다.

아내 역시 표정은 심각한데 목소리는 살아 있다. 루비콘의 힘에 매료된 모습이다. 그는 “이런 경험은 정말 처음이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힘”이라며 “SUV의 매력에 한번 빠지면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 말을 이제야 실감할 수 있게 됐다”고 피력했다.

총평이다. 가솔린 엔진을 장착하면서 터프함과 함께 정숙함까지 갖추게 됐다. 연비 역시 만족스럽다. 앞으로 지프 랭글러 루비콘 신형 모델을 운전하는 여성이 많이 늘어날 것 같다. 지프는 역시 지존이다. 루비콘에게 “달릴 수 있냐”고 묻는 것은 결례다. 온·오프로드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면 강력 추천한다.

▲ 조영곤 민주신문 편집국장

[조영곤 국장]
민주신문 편집국장
네이버 TV캐스트 카앤토크 제작자 겸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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