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이성우의 세계와 우리] 인공지능, 로봇, 빅테이터, 사물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기술이 다양하게 소개되는 만큼 기술의 발전이 가져오는 변화로 인한 미래는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시대이다. 불확실성이란 지식의 한계에서 기인하여 현재의 상태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미래의 결과를 정확히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하나 이상의 결과가 예측되는 상태에 직면한 것을 말한다. 인류는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감 속에 살고 있는 만큼 기술의 변화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것이다. 알고 싶은 미래에 대한 단편적인 논의는 확대되고 있지만 특정분야 이를테면 정치제도나 국제정치에 대한 체계적인 논의는 부족하다.

제레미 리프킨은 3차 산업혁명의 기본구조를 설명하고 이에 따른 정치사회 그리고 국제정치 질서의 변화에 대해 논의를 제시하고 있다. 새로운 산업혁명은 주요산업이 의존하는 에너지의 원천에 달린 것으로 이해한다. 기존의 산업혁명이 화석에너지인 석유에 기초했지만 새로운 산업혁명은 화석연료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신재생 에너지”에서 출발한다. 석유에너지는 채굴과 운반 그리고 가공과 사용에 있어서 대자본이 투여되는 만큼 사회구조가 위계적이고 서열적이며 중앙집중형으로 조직되었다. 이에 반해서 신재생 에너지는 개별 주택에서 분산되어 생산하고 소비하며 개별생산 주체는 네트워크를 통해서 연계되는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사회구조도 수평적, 협력적, 분권적으로 조직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구조의 수평적 변화는 다양한 사회제도와 비즈니스 관행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예를 들면 시장의 중심구조도 소비자가 소유하는 구조에서 공유하는 구조로 변화하여 지식이나 경험을 공유하는 위키피디아는 물론 교통이나 숙박과 같은 전통적인 임대업에도 공유의 경제가 등장하고 있다. 금융업도 채권자와 채무자가 나뉘는 위계적인 구조에서 사회자본이 중요성을 가지는 협력의 구조로 변경되었다. 새로운 기술의 결합으로 만들어지는 비즈니스 모델은 사회공동체의 수준에서나 시장의 수준에서 수평적인 사회구조, 공동이익 추구,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이른바 민주주의형태의 기업 또는 경제모형을 원한다.

국가권력에 있어서도 탄소경제를 이끈 2차 산업혁명이 기초한 경제이론인 자유방임과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은 사실 잘못된 미신에 근거해 있다고 비판한다. 정부의 규제에서 자유롭고 국가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의 법칙을 따르는 자유시장경제가 경제적 발전과 성공의 핵심이라는 믿음은 잘못된 신념에 근거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자유방임을 주장하면서 국가의 간섭을 배제하지만 실제로는 기업은 행정부와 입법부에 지속적으로 접근해서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부를 축적해왔다. 이러한 기업과 정부가 유착해온 관행을 일반적으로 보여주는 직업이 바로 ‘로비스트’이다.

미국에서 민주주의가 성숙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기부금을 받아 선거운동을 돈으로 사는 관행이 제도화되어있다. 2008년 기준으로 하원의원 선거 당선에 필요한 평균 비용이 110만 달러, 상원의원의 경우는 6,500만 달러가 소요되고 대통령 선거에는 13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조사되었다. 충격적인 것은 선거비용을 가장 많이 지출한 후보가 당선될 비율은 상원 94%이고 하원은 93%라고 한다. 정경유착을 극복하는 새로운 정치모델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은 좌우 이념구도를 초월하는 분산형 협력의 정치와 신재생 녹색에너지를 가능하게 해야 하는 모델을 이야기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업계와 노동조합, 협동조합, 그리고 소비자 협회의 연합과 협력적인 구도가 이른바 조합주의가 새로운 정치제도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국제정치의 기본적인 질서도 분산형 신재생에너지의 생산과 소비구조의 틀이 결정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면, 유럽과 아프리카 두 대륙을 연결하는 데저텍(Desertec) 프로젝트를 통해서 사하라 사막의 태양광 및 풍력을 유럽으로 들여오는 프로젝트와 분산형 발전으로 생산된 전력을 네트워크 그리드를 통해 대륙 간의 협력과 공유가 가능해진다고 본다. 21세기에는 기술발전으로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을 연결하여 전기를 교환하는 해저케이블이 가능해지는데 이러한 에너지 협력구조가 국제질서의 협력과 평화를 주도하는 원동력이 된다. 분산형 재생에너지는 국내정치의 수평화와 민주화만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질서에도 이동의 자유와 수평적 교류를 가능하게 하고 생산과정의 협력과 상품의 공유경제를 통해 국경 없는 교류와 협력이 가능하고 저탄소 녹색에너지의 네트워크가 수평적으로 확대된다.

과학기술이 가져오는 미래사회에 대한 논의의 대부분이 기계에 의해 대치되는 노동력으로 실업의 증가 그리고 국내적으로도 고급기술자와 자본가 그리고 비숙련 노동자로 나뉘는 소득의 양극화 그리고 국제질서에도 기술의 양극화로 테러와 분쟁 가능성의 증가와 같은 부정적이고 암울한 전망이 다수를 이루었지만, 리프킨의 설명은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미래에 대한 단초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첫째, 새로운 산업혁명에 따라서 신뢰와 평등의 정치체제가 출현한다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국내정치에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개인의 이익추구 그리고 국제관계에서는 개별국가의 국익추구라는 이기주의가 행동의 원칙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국내정치적으로 시장에 기초한 경쟁적 분배구조에서 벗어나 과학과 기술의 힘으로 분배의 정의가 확보되는 정치경제제도가 현재의 정치질서에서 중요시되는 원리이고 이에 근거해서 개인의 이익은 물론 국가와 관련된 안보의 중요성을 구성한다. 국제질서에 관해 교통과 통신의 발달에 따라 세계정부가 자동적으로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국가의 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출현해야 단일통화와 세계경찰에 기초한 세계정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세계정부는 평화적 국제제도의 확보를 전제로 하는데 이는 한 국가가 경제적, 군사적, 환경적으로 다른 국가의 생존을 위협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얻는 방식으로 국가의 발전을 추구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정치에 관련한 미래의 전망은 기술의 발달에 따른 경제적 상호관계가 국내정치 제도와 국제정치의 질서를 결정한다는 경제결정론에 기초해있다. 정치제도의 발전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일관성이 부족하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국내정치적으로는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어 의회와 정당제도가 기능을 못하면서 대의민주주의가 위축되고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한 주민참여제도와 같은 직접민주주의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반해서 올바른 정책결정을 위해 직접민주주의 보다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에게 좀 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임기를 보장해 정치엘리트의 전문성에 기초한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대의정치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미래의 정치제도로서 바람직할 것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셋째, 국제정치에 대한 설명에 있어서도 현실주의와 자유주의의 시각이 서로 상충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중국의 미국 추월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세계적 차원의 국력 경쟁 과정에서 미국의 패권과 중국의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현실주의적 시각이다. 미래에 중국위협론이 현실적으로 부상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는 현실주의 시각에 근거해 있다. 이에 반해서, 기술발달에 따라서 국내정치와 국제관계가 수렴하게 되면서 세계인들 사이에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가 확대되어 세계정부의 출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지역주의에 기초한 국제주의를 바람직한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국제주의에 대한 기대는 자유주의·제도주의의 점진적 진보를 전제로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이다. 중요한 것은 자유주의적 낙관론이 가능해지기 위해서 중국위협론과 같은 현실주의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논의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산업혁명을 통해서 다가올 미래의 불확실성에 그에 따른 불안감은 상수에 가까운 독립변수이다. 위기의 극복은 미래의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줄이는 방향을 제시해주는 독립변수를 찾는 것이다. 대안을 위한 노력에 비해서 제시된 설명에는 아직 빠져있는 부분이 많다. 산업혁명에 관한 미래전망은 우리에게 대안을 제시하는 해답지가 아니라 우리가 해결해야하는 숙제의 목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논의되지 않은 많은 문제를 찾아내는 것도 미래에 대한 이해의 확장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 이성우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정치학 박사)

[이성우 박사]
University of North Texas
Ph. D International relations
현)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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