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BC 홈페이지 화면 캡쳐

[미디어파인=백민경의 스포츠를 부탁해] 2008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 9회말 1사 만루, 투수는 정대현, 타자는 쿠바의 구리엘. 마지막 타구는 땅볼로 굴러갔고 병살타로 이닝이 마무리되었다. 당시 병살타를 잡는 순간은 아직까지도 회자되곤 한다. 이처럼 국제 대회에서 보여준 모습에 우리는 야구장을 찾게 되었고 현재는 800만 관중으로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어느새 한국은 강팀이 되었고 우승후보가 되어 있었다.

한국 야구는 1982년 출범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현재 KBO 리그는 10개 구단으로 늘어났고, 관중은 800만 명을 돌파했다. 또한 몇몇 스타 선수들의 FA 금액은 4년 100억을 넘어섰다. 여기에 류현진(LA 다저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 메이저리거도 많아졌다. 겉으로 드러난 한국 야구의 모습은 화려했다.

하지만 지난 며칠간 대표 팀이 보여준 모습은 그동안 우리가 알던 모습이 아니었다. 지난 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이스라엘에 1-2로 패했다. 다음날 역시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도 0-5로 패하고 말았다. 2라운드 진출의 희망은 사라져갔고 다음날 대만이 네덜란드에 패배를 당하면서 한국의 1라운드 탈락은 확정되었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우리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한국 야구를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재 대표 팀은 류현진, 김광현 이후 10년 동안 에이스 투수가 안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선수들이 없다고 전력이 급격히 낮아진 모습을 보였다. 또한 이번 대회를 앞두고 국가대표팀에 합류하는 것을 꺼려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프리미어 12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시즌 중에는 멀쩡하다 국가대표 선발을 앞두고 부상을 당했다는 등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군 면제와 관련된 국제 대회에는 부상이 있어도 어떻게 해서든 선발이 되고자 노력했다. 우리는 이런 모습을 바라지 않는다. 팬이 없다면 스포츠는 존재할 수 없고 국가가 없다면 역시 존재할 수 없다.

국내 FA 몸값은 기본 수십억 원에서 100억 원을 넘어가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그만큼 한국 야구 시장이 발전했고 야구 팬들 또한 늘어났다. 이번 대표 팀의 클린업 역할을 해줘야 할 김태균, 이대호, 최형우 선수는 FA 몸값이 합쳐서 334억이다. 하지만 이들의 활약은 미미했다. 타선은 오히려 하위 타선이 분발했고, 대만 전에서 김태균의 홈런 하나로 겨우 체면치레했을 뿐이다. FA 몸값의 거품을 빼거나 진짜 그 연봉에 걸맞은 실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약팀이 연승을 할 수도, 강팀이 연패도 할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야구다. 경기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고 9회 말 투아웃의 짜릿한 역전승이 있는 것이 야구의 매력이다. 그것이 바로 한국 야구의 매력이었다. 투지를 보여주었고 재미있는 야구를 했다. 하지만 우리는 분노했다.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야구에 대한 애정이 깊었기 때문이다.

9일 대만전을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한 한국은 다음 WBC 대회 예선 강등이라는 수모를 피하게 되었다. 이마저도 다행이라고 여기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이제 모두 각자의 팀으로 돌아가 시즌을 치르지만 앞으로 있을 국제 대회에서는 대표 팀에게서 과거의 투지와 국가 대표로서의 책임감, 사명감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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