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미디어파인=강동형의 시사 논평]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정미 헌법재판관이 주권재민을 확인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불과 3~4개월 전만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헌법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은 그들의 의견이라기보다는 국민의 염원을 담은 것으로 다가왔다. 더 이상 이 땅에 제왕적 대통령, 불통의 대통령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엄중한 선언이기도 했다.

헌재, 헌법정신에 생명을 불어넣다.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 이정미 재판관의 선고가 시작됐다. 13일 임기가 끝나는 이 재판관은 피청구인(박근혜 대통령)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보아야 한다며 운을 뗐다. 이어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이라며 단호한 어조를 이어갔다. 이어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무소불위의 철옹성으로 보였던 제왕적 대통령은 이 주문 한마디로 파면됐다. 역사적인 재판은 이렇게 마무리 됐다. 역사는 오늘을 이렇게 기록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2017년 3월 10일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고.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 헌법 1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에 생명을 불어 넣었다. 이제 우리에게는 세상 모든 나라가 부러워하는, 국민이 진정한 나라의 주인인 민주주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책무가 주어졌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이에앞서 2016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장.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가결됐다. 300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친박 실세인 최경환 의원을 제외한 299명이 투표에 참석해 탄핵 찬성 234표로 탄핵안을 가결했다. 그날은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국회를 통과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후 지난 몇 달 동안 우리는 헌정사상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을 걸어 왔다. 그 길은 헌법과 법 앞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지엄한 명령이었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추상과 같은 주문이기도 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가야 한다. 헌정사상 처음인 현직 대통령 탄핵은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도 희망의 교훈을 찾아야 한다. 그 교훈은 구시대의 적폐를 청산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일이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을 헌법을 개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 보다 60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서 좋은 대통령을 선출해야한다. 진실 되지 못한 대통령, 독불장군으로 소통하지 못한 대통령은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모든 대선 후보들이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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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역사, 반면교사로 삼아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왜 하야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그 하나는 탄핵될 만큼 큰 죄를 짓지 않았다고 스스로 생각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는 세상의 변화를 알지 못하고 과거에 매몰돼 살았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 또 하나는 주변 참모들의 그릇된 조언이 한 몫을 했을 수 있다. 아무도 자리를 걸고 충언을 할 참모가 없었다면 그 또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는 아무런 판단 능력이 없었던 건 아닌지 하는 의심도 들게 한다. 여러 차례 질서 있는 퇴진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왜 그런 기회를 수수방관했는지 안타깝다. 언론에서 조건 없는 하야만이 살 길이라는 것을 충고했지만 듣지 않았다. 역설적으로 그는 역사에 반면교사라는 큰 교훈을 남기게 됐다.

박 대통령의 파면이 역사를 거스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비롯한 행정부와 국회의장 등 정치인들, 나아가 대권 후보들이 모두 국가의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는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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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주권자인 국민들은 결과에 승복해야한다. 민주주의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소수의 의견을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뜻이 하나로 모아지고 결정이 나면 승복해야 한다. 모든 선거와 재판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먼저 승자보다는 패자가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진정한 승복(承服)이라고 한다. 승복이라는 말은 경쟁을 뚫고 벼슬길에 올라 관복을 이어받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벗어야할 옷, 내려놓아야 할 권력을 내려놓지 않고 버틴다면 그게 바로 불복(不服)이다. 국회 탄핵 표결과 헌법재판소의 선고 결과를 받아들이고 승복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요체다. 터무니없는 결과에 승복하라고 하는 게 아니지 않는가. 헌법과 법이 정한 절차에 의한 결과에 승복하자는 것이다.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헌재 선고에 불복해 항의하다 숨진 사건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이상 이 같은 불행이 계속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촛불 집회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대규모 집회를 개최해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을 자극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민주주의의 요체인 승복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승자의 아량도 필요하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면서 승복하라고 하는 것은 승복의 문화를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승자이든 패자이든 제자리로 돌아가야 할 때다.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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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좋은 대통령을 뽑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새로운 대통령은 압축 성장 과정에서 켜켜이 쌓인 적폐를 해소하고, 반칙과 특권이 난무한 사회를 공정한 사회로 만들어 가야 한다. 하지만 다수의 국민이 바라는 민주주의와 공정 사회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양극화, 흙수저니 금수저니 하는 말과 헬조선이니 하는 것도 결국 적폐의 부산물들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적폐들이 하나씩 해결되고 궁극적으로 국민 행복시대가 도래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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