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류충렬의 파르마콘] 해외를 다녀온 여행자는 잔돈을 준비해야 하는 유료화장실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화장실이 유료라고? 더러는 웃긴다거나 황당하다고 느꼈을지 모른다. 과연 유료화장실이 웃기는 남의 나라의 문제일까? 화장실 문제, 우리에게 ‘화장실과 00집은 멀리 있을수록 좋다’는 옛말이 있었다. 그만큼 화장실은 가까이 하거나 화두로 다루어야 할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화장실 문제를 대화의 주제 또는 정책적 이슈로 다루었던 경우도 드물었다. 그간 화장실은 적당하게 알아서 해결하여 옴에 따라 굳이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있거나, 불편함을 느껴도 애써 모른 척 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한국에서 화장실 찾기의 현실은 어떠한가? 한국인인 필자도 화장실을 찾아 난감해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공중화장실은 규모가 큰 공원에서나 드물게 가능할 뿐이다. 인근에 지하철역이나 공공기관이라도 있으면 다행이나 찾기는 지리에 익숙한 사람이나 가능하다. 겨우 찾은 지하철역에서도 게이트 안쪽에 화장실이 위치한 곳도 예사다. 일부 도심의 대형 빌딩에 개방형 화장실이 있다는 얘기는 있으나 이 또한 외부에서 알아볼 표시는 제대로 없다. 무엇보다 이처럼 드물게 가능한 것들도 낮 시간에 한정된다.

이용가능한 대부분 건물 화장실은 보물을 숨긴 듯 열쇄로 잠겨있다. 요즘은 번호키가 유행하고 있어 미처 열쇠를 잠거지 못해 열려있던 드문 곳마저 찾기도 어렵게 하고 있다. 결국 화장실 이용을 위해 카페나 식당을 찾아 커피나 음식을 주문할 수밖에 없다. 배짱 없이는 커피주문을 피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인에게도 화장실 찾기가 그러한데 외국인 여행자에게 화장실 찾기란 너무나도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다.

차라리 유료화장실을 허가해 주어 필요한 곳에 찾기 쉽고 떳떳하게 이용하게 할 수는 없을까? 아니면 화장실을 개방하는 건물에는 수도요금 대폭감면, 세제지원 등 과감히 지원하고, 정부예산으로 외부에서 찾기 쉽게 안내판이라도 시원하게 하면 어떠한가? 말로만 개방되었다는 공공기관의 화장실은 드물지만 그래도 개방되었음을 외부에서 알기 쉽게 안내판을 설치하여 입구에서 주저하지 않게 하는 것은 어떠한가? 화장실 찾기에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여성용 변기 부족은 어떠한가? 여성용 변기의 부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많이 개선되고 있다지만 여성화장실 앞의 줄은 줄어들지 못하고 있다. 같은 일행들이 화장실을 가도 여성 일행은 항상 늦게 된다. 얼마 전 연말연시의 어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긴 줄서기를 보고 처음에는 명품 세일 중인가로 오해한 기억도 있다. 여성용 변기의 부족 문제, 기존 건물 구조상 한꺼번에 해결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신개축 건물부터 변기 수에 대한 규제를 제대로 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의 어머니, 여동생의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해소의 속도는 더 빠르게 되지 않을까? 여성용 변기에 대하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발 벗고 나서는 적극성이 아쉽다.

남성용화장실의 여성청소는 어떠한가? 필자는 여러 나라를 여행하여도 남성용 화장실을 여성 청소원이 들어오는 경우를 보지 못하였다. 화장실 사용 중에 여성청소원이 불쑥 들어와 당황한 경우가 필자만의 경험일까? 왜 우리의 남성 화장실은 여성이 청소하여도 당연하게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인가. 청소하는 여성분도 화장실을 이용하는 남성도 서로 계면쩍다. 남성화장실의 여성청소원 문제는 여성청소원에게도 화장실을 사용하는 남성에게도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이다. 비록 늦었지만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한다. 혹 인건비 부족의 문제라고 하여도 인권문제 보다 정당화되기 어렵다. 화장실 문제, 애써 모른 척 하고 있지는 않는가?

▲ 류충렬 박사

[류충렬 박사]
학력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박사
경력 2013.04~2014.01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 단장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
국무총리실 사회규제관리관
한국행정연구원 초청연구위원
현) 국립공주대학교 행정학과 초빙교수

저서 : 규제의 파르마콘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