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촬영 : 심지연

[미디어파인=조영곤의 리얼 드라이빙 토크] 혼다가 작정하고 만들었다. 가격 대비 성능이 끝장이다. 진동과 소음은 남의 집 얘기다. 치고 나가는 가속 능력까지 일품이다. 거기에 세련된 디자인까지 입혔으니 요물도 이런 요물이 없다.

혼다 중형 세단 어코드(Accord)가 연비와 파워, 친환경 성능은 물론, 압도적 주행 성능을 자랑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했다. 미리 언급하자면 1박2일 시승 기간 동안 꽉 막힌 도심 등을 주행하며 기록한 연비는 무려 21.7㎞/ℓ.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파일럿과 함께 국내시장에서 혼다의 부활을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국내시장에서 일본 브랜드의 경쟁력을 알린 브랜드가 혼다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 당시, 미묘한 ‘반일 감정’ 역풍에 휘말려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쉽다.

어코드는 혼다를 대표하는 중형 세단이다. 1976년 미국에서 처음 출시된 후 지난 40여 년간 전 세계 160개국에서 2121만대 이상 판매된 명실상부한 월드베스트 모델이다. 국내에서도 2004년 7세대 모델 출시를 시작으로, 지난해 말까지 총 3만2000대 이상 판매됐다.

2008년에는 단일 모델 최초로 월간 판매량 1000대 이상을 돌파하며 수입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끌었고, 혼다를 수입 자동차 판매 1위로 견인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세련미
디자인부터 살펴보자. 전면부는 블루 익스텐션 탑코트의 하이브리드 전용 주간 주행등이 강력한 존재감을 나타낸다.

▲ 사진 촬영 : 심지연

크롬과 피아노 블랙 색상으로 조합된 그릴과 보닛 라인을 보다 직선적으로 심플하게 다듬어 하이브리드 이미지를 배가시켰다. 또 9개의 LED 램프와 방향지시등 등을 적용해 스포티하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완성했다는 생각이다.

측면부 하단에 적용한 사이드 실 가니쉬는 차체를 더욱 낮고 안정감 있게 했다. 하이브리드 전용 17인치 알로이 휠과의 매치도 적절하다. 트렁크 스포일러는 스타일리시한 느낌과 함께 공기역학 성능을 향상시켜 주행 안정성 및 연료 소비 효율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리어 LED 콤비네이션 램프도 하이브리드 전용 블루 익스텐션 탑코트를 적용했다. 하단부에는 하이브리드 앰블럼을 배치했고, 샤크핀 안테나도 추가해 기능성과 날렵함을 더했다.

“오늘은 초대 손님이 없나?”라며 궁금해 할 독자들을 실망시킬 수 없다. 모델 조미라(37)의 깜짝(?) 등장이다. 지난 시승(“E클래스‧5시리즈 한판 붙자”…볼보 ‘S90 T5’ 참조)에서 가구 장인의 면모를 과시했던 만큼 디자인을 보는 안목이 남 다르다.

▲ 사진 촬영 : 심지연

그는 “전체적으로 세련됐다. 혼다만의 품격이 느껴진다”면서 “과하지도,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안정감이 마음에 든다. 절제된 것 같으면서 한껏 매력을 뽐내는 게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장점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제 실내 구성을 살펴볼 차례다. 기존 인테리어 완성도를 높이는데 집중했다는 느낌이다. 직관적이고, 운전자 친화적인 설계, 그리고 하이브리드 모델의 디테일이 곳곳에 배치됐다. 실내 역시 세련미가 돋보인다.

하이브리드 전용 계기판 중앙의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는 차량 셋팅과 트립, 각종 차량 정보를 글과 애니메이션으로 직관적으로 표현해 운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스티어링 휠은 피아노 블랙 색상의 부드러운 가족으로 마감해 그립감이 좋다.

또 운전대 좌우에 조작 스위치를 배치해 손을 떼지 않고도 오디오와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시킬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 사진 촬영 : 심지연

센터 패널 및 대시보드에는 다크 우드 그레인 소재를 사용해 고급감을 더했다. 수입 고급 세단과 비교하면 부족한 것이 사실. 그렇지만 가격(4320만원/부가세 포함)을 생각하면 그 이상을 원하는 것은 욕심이다.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

조미라는 듀얼 디스플레이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상단(7.7인치)과 하단(7인치)으로 구성된 디스플레이가 각종 정보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주행 안정성은 물론 편리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비게이션은 역대급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늘 불만이었다. ‘아틀란 3D 내비게이션’ 정도면 감사 그 자체”라고 피력했다.

한편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전장 4945㎜, 전폭 1850㎜, 전고 1465㎜, 휠베이스 2775㎜이다. 아울러 하이브리드 IPU(파워 유닛)를 소형화해 트렁크 공간을 보다 넓게 확보했다. 이에 9인치(22.86㎝) 골프백 4개, 19.5인치(49.53㎝) 자전거도 거뜬하게 적재할 수 있다.

안전+편의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안전 편의사양도 제대로 갖췄다. 이 차량은 ‘레인 와치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조수석측 도어 미러 하단에 카메라를 장착해 리어범퍼 뒤 50m 범위 이내의 차량을 식별하고 두 개 차선까지 가시 지역을 넓혀 안전한 주행을 돕는다.

▲ 사진 촬영 : 심지연

아울러 급가속, 급제동, 급선회 등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차체 자세를 제어하는 ‘차체 자세 제어 장치’가 탑재됐다. 또 오르막과 내리막에서 차량이 움직이지 않도록 일시적으로 보조해 주는 ‘언덕길 밀림 방지’, 주차 편의와 안전운전을 돕는 ‘멀티 앵글 후방 카메라’가 도입됐다.

편의사양으로는 무선 시동 장치를 적용해 차량 탑승 전에 미리 시동을 걸 수 있다. 겨울철 워밍업으로는 제격이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장치도 매력적이다. 이밖에 2열 열선 시트와 파워&메모리 시트, 쾌적한 실내 환경 조성을 위한 공조시스템 등을 대거 적용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4천만원대 차량 가격으로 이 정도 수준의 안전과 편의사양을 채택했다는 것은 혼다가 소비자를 위한 배려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미라도 깜짝 놀란 모양이다. 그는 “제 차량도 수입이고, 가격대도 비슷하다. 그런데 다른 점이 있다면 안전 편의사양에서 제 애마가 한참 밀린다는 것”이라며 “이 정도 가격으로도 충분히 다양한 안전 및 편의사양을 탑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대목에서 수입차 가격 거품 의혹을 재기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행 성능
본격적인 주행에 나설 시간이다. 오늘 코스는 서울 중구 충정로역(2호선)에서 제2자유로를 경유해 통일전망대로 향하는 구간이다. 출발에 앞서 심장을 뜯어보자.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2.0 직렬 4기통 DOHC I-VTEC 앳킨슨 사이클 엔진을 장착했다. 최고 출력 143마력(6200RPM), 최대 토크 17.8㎏‧m(4000RPM)을 자랑한다.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작지만 강한 2개의 전기 모터가 탑재됐다.

▲ 사진 촬영 : 심지연

2개의 모터는 각각 주행과 발전용 기능을 담당한다. 모터가 생성하는 최고 출력은 184마력, 최대 토크는 32.1㎏‧m으로 강력하다. 스포츠 하이브리드를 지향한다는 말이 허언은 아닌 것 같다. 아울러 고밀도 리튬 이온 배터리를 채택했는데 보증기간이 10년 무제한으로 상당히 파격적이다.

달려 보자. 시동 버튼을 눌렀다. 아무런 소음이 들리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다시 눌렀다. 아! 하이브리드. 기자의 어리둥절한 모습에 모델이 실소를 금치 못한다. 부끄럽다. 기자가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고요한 녀석이다.

도심 구간에서 하이브리드의 진가가 나타났다. 변속기 오른쪽 EV(전기주행) 버튼을 누르면 저속에서 전기모터만으로 주행이 가능한 EV모드와 하이브리드 모드 등 주행환경에 따라 총 3가지 주행모드로 선택해서 달릴 수 있다.

시쳇말로 타이어가 굴러가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어처구니없다. 하이브리드에 대한 상식이 파괴되고 있다. 주행 중 전기모터가 수시로 가동됐다. 기술력이 상당하다. 이 때문에 도심 30㎞를 주행하면서 나온 연비는 무려 22.3㎞/ℓ. 재원상 수치를 뛰어넘었다.

제2자유로에서도 압권이다. 100㎞/h 속도에서도 EV 모드 주행이 가능했다. 달리면서 충전한 에너지를 재활용하며 효율을 높였다. 똑똑하다. 기술을 확인한 만큼 제한 속도 90㎞/h를 유지하며 제2자유로를 왕복했다. 약 50㎞를 주행한 결과, 연비는 23.8㎞/ℓ. 무지막지하다.

▲ 사진 촬영 : 심지연

입이 떡 벌어진 건 모델도 마찬가지. 조미라는 “이게 가능합니까? 디젤도 아닌데 디젤을 능가하는 연비라니 놀라울 따름”이라며 “혼다가 어코드를 통해 기술력을 제대로 뽐내는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스포츠 하이브리드를 지향한다고 하니, 이번에는 좀 거칠게 몰아붙였다. 스포츠 모드 버튼을 누르자. 얌전한 고양이가 맹수로 돌변했다. 반응이 빨라지면서 운전의 즐거움이 배가됐다. 핸들링도 안정적이고 자세도 제대로 잡혔다. 주행 안정성과 정숙성에서 단점을 쉽게 찾기 힘들다. 하체 세팅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총평이다. 나무랄 곳이 없다. 가격을 생각할 때 능력 이상을 발휘했다. 수입 중형 세단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주저 없이 추천한다. 모델 조미라도 기자와 생각이 비슷했다. 그는 “디자인과 성능, 그리고 연비까지 최고의 기술력을 뽐내고 있다”고 극찬했다.

▲ 조영곤 민주신문 편집국장

[조영곤 국장]
민주신문 편집국장
네이버 TV캐스트 카앤토크 제작자 겸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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