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의 최고를 묻다 [김광훈 칼럼]

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 교수l승인2017.03.20l수정2017.04.03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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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들, 그 중에서도 3번 G장조에서부터 4번 D장조, 그리고 5번 A장조를 아우르는 최후의 세 곡은, 비단 연주자들에게 뿐만 아니라 클래식 입문자에서부터 애호가에 이르기까지 친숙한 레퍼토리다. 기실 연주자에게 모차르트는 여간 까다로운 대상이 아니다. 취미로 악기를 배우는 이들에서부터 전공자에 이르기까지, 바이올린 협주곡을 배울 단계에 다다르면, 대개 하이든 혹은 모차르트로 시작을 하게 된다.

어린 아이들이나 학생들은 대개 모차르트를 쉽게 느낀다. 밝고 유창하며 즐거운 멜로디를 그저 즐기며 표현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점점 들고 배움이 쌓이게 되면서, 그 ‘밝음’ 너머에 있는 세세한 디테일들과, 무엇보다도 모차르트 특유의 어법을 어떻게 하면 더욱 정밀하고 우아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골머리(!)를 썩기 시작한다.

고민과 생각이 진행될수록, 처음에 모차르트를 대했을 때의 즐거움은 온데 간데 없어지고 여기는 이래서 안 되고 저기는 이래서 안 되는, 온통 ‘피해가야 할 규칙들’로 곡은 겹겹이 두터운 막을 치게 된다. 연주자들은 결국, 어렸을 때 모차르트를 접했을 때의 그 초심(初心)을 이렇듯 둘러싸인 경험과 지식을 뚫고 다시 재현해 냈을 때, 최적의, 이상적인 모차르트가 된다는 것을 시간을 통해 배우게 된다.

주지하다사피 모차르트의 어려움은 숨을 곳 없는 투명한 텍스트를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할 수 있는 가로 귀결이 된다. 연주에 있어서는 국제 콩쿠르에서부터 오케스트라 오디션에 이르기까지, 감상에 있어서는 시작의 단계에서부터 전문 애호가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반드시’ 존재하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의 이 한 장의 순간을 만나본다.

누구?
바이올리니스트 줄리아노 까르미뇰라(Giuliano Carmignola)

어떤 음반?
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모차르트(Orchestra Mozart)와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음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도 포함되어 있으며 2008년 발매되었다(Archiv).

왜?
줄리아노 까르미뇰라를 단순히 바로크 시대 원전 악기를 가지고, 폭풍처럼 비발디 사계를 연주하는 그런 바이올리니스트로 알고 있다면 이는 빙산의 일각만을 본 셈이다. 바로크 악기로 바꾸기 전, 1973년대에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입상한 바 있고 나탄 밀슈타인과 헨릭 쉐링 등을 사사하며 바로크 이외의 레퍼토리에서도 일가를 이루고 있는 탁월한 바이올리니스트이다. 혹자는 모차르트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투명하고 높은, 구름 한 점 없는 깨끗한 파란하늘을 바라보며 까닭 없이 느껴지는 우수’를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최고의 모차르트 해석이라 이야기한 바 있는데, 이와 근접한 연주를 찾고 있다면 까르미뇰라의 녹음(Archiv)은 0 순위에 두고 싶은 추천반이다(까르미뇰라는 오래전 모차르트 협주곡 녹음을 남겼으나 결과물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Brilliant Classic 1997).

까르미뇰라의 해석은 어찌 보면 그뤼미오와는 철저하게 대척점(對蹠點)에 서 있는 연주다. 경쾌하고 쾌속한 그뤼미오에 비해 까르미뇰라는 넉넉하고 여유 있는 템포를 고수하고 있다. 보통 모차르트에서 템포를 느리게 잡으면 고통스러운 해석만 남기 십상이고 그러한 와중에 카리스마 있는 진행과 모차르트의 특유의 색채를 놓치지 않기란 쉽지 않은 법인데, 까르미뇰라의 모차르트 해석은 이러한 ‘어려운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 연주를 들려준다. 어찌 보면 그뤼미오에게 그에 걸맞은 콜린 데이비스 경과 런던 심포니의 조력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까르미뇰라에게는 그와 오랜 호흡을 맞춘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지휘와, 까르미뇰라와 찰떡궁합을 과시하는 모차르트 오케스트라(Orchestra Mozart)의 이상적 어울림이 있었기에 이러한 뛰어난 녹음이 가능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 오케스트라는 아바도가 조직하고 음악감독을 맡은 단체로 2004년 볼로냐에서 창설되었다. 아바도는 한 마디로 이미 우리가 알고 있고 익숙한 음악에 어떻게 하면 새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를 확실히 아는 지휘를 펼친다. 뿐만 아니라 작곡가의 의도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자신만의 지적이고도 진심어린 헌신을 부려낸다.

굳이 이 음반이 그라모폰 지가 꼽은 최고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녹음으로 꼽혔다는 부연을 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모차르트, 그러면서도 모차르트다운 모차르트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이 음반은 최상의 경험을 약속한다.

▲ 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 교수

[김광훈 교수]
독일 뮌헨 국립 음대 디플롬(Diplom) 졸업
독일 마인츠 국립 음대 연주학 박사 졸업
현)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 정단원
가천대학교 음악대학 겸임 교수
전주 시립 교향악단 객원 악장
월간 스트링 & 보우 및 스트라드 음악 평론가

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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