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강동형의 시사 논평]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나타난 호남 지지율 변화 분석
19대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이다. 더불어 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들이 경선의 첫 관문인 호남에서 표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 사진=한국갤럽 제공

신문과 방송은 연일 한국갤럽 3월 4주차(조사기간 3월21일~23일) 여론조사를 토대로 호남 표심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쏟아내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기사는 ‘문재인 호남서 14% 폭락’과 ‘5자대결 때 문재인 42%, 반문재인 합치면 40%’ 라는 기사다. 이들 기사는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신문과 종편, 그리고 온라인 기사들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이 기사는 호남에서 큰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주고 있다.

하지만 내용를 살펴보면 호남에서 더불어 민주당은 문재인 후보의 독주에 안희정 후보가 각을 세우면서 동반 하락의 쓴맛을 봤고, 이재명 후보가 2위로 올라서며 선전하는 모습이 돋보인다. 국민의당 경선에서는 안철수 후보의 독주 속에 손학규 후보가 5% 대의 지지율을 보이는 등 후보 경선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문재인 호남서 14% 폭락, 지각변동 오나
먼저 ‘문재인 호남서 14% 폭락’ 제목의 근거가 궁금하다. 한국갤럽 3월 4주차(조사기간 3월21일~23일)  여론조사에서 호남지역 유권자들의 각 후보별 지지도는 문재인 33%, 안철수 17%, 이재명 13%, 안희정 11%, 손학규 5%, 심상정 4%,유승민 2%, 홍준표 1%, 기타인물1% 순이었고, 지지후보 없음 또는 유보가 13%였다.

3월 3주차(조사기간 3월14일~16일)  여론조사에서는 문재인 47%, 안철수 20%, 안희정 11%, 이재명 9%, 심상정 1%, 기타인물 2% 등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3월 2주차(조사기간 3월7일~9일)  조사는 문재인 45%, 안철수 12%, 안희정 12%,이재명 7%,심상정 2%,황교안 1%, 기타인물 3%, 지지후보 없음 또는 유보 17% 였다.

▲ 사진=한국갤럽 제공

4주차와 3주차 여론조사를 비교하면 문재인 후보가 14% 급락하고, 안철수 후보도 3%가 빠졌다. 안희정 후보는 제자리걸음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았던 손학규 후보가 호남에서 5% 지지를 얻었고, 이재명 후보가 4%, 심상정 후보가 3% 상승했다. 수치만 보면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어디로 갔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안희정 후보가 문재인 후보의 군대시절 표창장을 문제 삼고, 문 후보가 반격하고, 안후보가 페이스북에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이 질겁하게 만든다는 등 감정적인 글을 올리면서 두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 또는 정체하고 이에 대한 지지가 손학규 후보와 이재명 심상정후보로 옮겨 갔음을 보여 준다.

이재명 손학규 심상정, 호남 지지율 반등
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급락한 것은 맞지만 혜택을 본 후보는 당내 지지율 2위인 안희정 후보가 아니라 이재명 후보였다. 또한 국민의당 손학규 후보가 국민의당 경선에 돌입하면서 호남에서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 크게 못 미치고, 손학규 후보는 안철수 후보에 크게 뒤져 의미있는 변화로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문재인 호남서 14% 폭락’이라는 기사 제목만 보면 호남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착시 현상이 일지만 지각변동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안철수 후보의 경우 3월 2주차와 비교하면 호남지역에서 상승추세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당 지지율도 변화도 흥미롭다. 더불어민주당은 3월 3주차(조사기간 3월14일~16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호남에서 정당지지율이 58%로 고점을 찍었다. 국민의당 23%, 바른정당 4%, 정의당 3%였다. 없음 10%, 모름 또는 응답 거절 2%였다.

3월 4주차(조사기간 3월21일~23일) 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은 45%로 13%포인트 급락했다. 국민의당 24%, 정의당 6%, 자유한국당 4%, 없은 12%, 모름 응답거절 9%였다.

정당지지율 변화의 특징은 3주차 조사에서 4%였던 바른정당 지지율이 사라지고, 이 자리를 자유한국당(4%)이 차지했다는 점이다. 응답자의 샘플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정의당이 3% 포인트 상승은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손학규 후보의 가세에도 국민의당 지지율에 변화가 없다. 대신 무응답층이 늘었다. 결국 더불어민주당에서 빠진 13% 포인트가 대부분 없음이나 응답 거절 등 무응답층으로 이동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현장투표 결과가 공개되면서 나타난 불협화음 등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국민의당이 반사이득을 보지 못하고 정체돼 있어 호남 유권자들의 표심에는 아직은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 국민의당은 3월 2주차(조사기간 3월7일~9일)에도 24%였다.

조사 결과 ‘문재인 호남서 14% 폭락’이라는 제목은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사에 이재명 손학규 심상정 호남서 반등이라는 내용이 포함됐으면 좋았을 것 같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문재인 후보, 국민의당에서 안철수 후보의 대세론이 흔들려 두 당의 경선 결과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조짐은 없다. 5자 대결시 문재인 후보의 호남 지지율이 47%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5자대결 때 문재인 42%, 반문재인 합치면 40%
민주당 후보 합치면 56%, 민주후보 대통령 당선

▲ 사진=한국갤럽 제공

‘5자대결 때 문재인 42%, 반문재인 합치면 40%’ 라는 제목과 기사는 또 어떤가. 이 기사가 팩트라면 문재인 31%, 안희정 17%, 이재명 8%로 ‘더불어민주당 후보 합치면 56% 대선 승리 확실시’라는 제목도 유효하다. 그러나 이런류의 제목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후보들이 연합하면 각 후보의 지지율이 단일 후보에게 옮겨갈 것이라는 분석은 희망사항이며, 팩트에 기댄 가짜뉴스에 가깝다.

5자대결 여론조사(문재인 42%, 심상정 4%, 안철수 23%, 유승민 5%, 홍준표 12%)에서 궁금한 점은 단순지지율 외에 최종 후보에서 탈락한 안희정 이재명 김진태 후보의 지지자들이 누구에게로 이동했느냐 하는 점일 것이다.

안희정 후보 지지그룹은 안철수 후보 34%, 문재인 후보 31%, 홍준표의원 11%, 유승민 후보 9%, 심상정 후보 1% 등으로 흩어진다. 안희정 후보 지지자의 63% 포인트를 이른바 반 문진영에서 가져간다. 특히 오차범위내에 있지만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 보다 안희정 후보 지지표를 더 흡수하는 점이 이채롭다. 이 같은 결과는 안희정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30년 동지들로부터 배척을 받고, 왜 고립무원에 빠져 있는지를 짐작케 한다. 이재명 후보 지지자는 문재인 53%, 안철수 22%, 심상정 11%, 유승민 3%, 홍준표 1% 등의 순으로 이동했다. 이재명 후보가 호남 경선에서 안희정 후보를 꺾고 2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소문이 허황되지 않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호남에서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13%로 안희정 후보 12%를 1% 포인트 앞섰다. 김진태 후보 지지자들은 문 후보에게는 오지 않고, 홍준표 44%, 안철수 33%로 나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혹세무민 여론조사 보도는 삼가야
5자대결 지지율만 보면 반 문재인 후보들의 지지율합게가 39%인 것은 분명하다. 특히 후보 단일화가 안철수 후보로 이뤄질 경우 40%에 근접하는 지지율을 얻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 사진=한국갤럽 제공

관건은 누구로 단일화 되든 단일후보들의 확장성이다. 여론조사 결과는 어느 누구를 중심으로 단일화해도 40%가 마지노선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의 호감도가 38%(비호감 57%)이고, 유승민 후보는 22%(비호감 68%), 홍준표 후보의 호감도 12%(비호감 81%)다. 호감도와 비호감도는 지지율의 확장성과 관련이 있다. 보수층의 지지가 더해진 안희정 후보가 큰 소리치는 것도 호감도에서 문재인 후보를 앞서는 까닭이다. 결국 호감도 조사 결과는 국민의당 바른정당 자유한국당 등 3당 후보가 단일화한다는 것을 가정해도 문재인 후보를 꺾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최근 쏟아지는 대선 여론조사는 궁금증을 해소하고, 결과를 예측하는 데는 제격이지만 만능은 아니다. 여론조사결과를 보도할 때는 언론사는 물론 기자들도 최소한의 품위는 지켜야 한다. 예측치인 여론조사를 과장 또는 평가절하까지 할 경우 그 내용은 더욱 왜곡된다. 여론조사 수치가 팩트라고 해서 보도 내용이 팩트라는 보장은 없다. 어떻게 해석하고 분석하느냐에 따라 가짜 뉴스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예측 가능한 분석기사도 될 수 있다. 양심을 속이고, 혹세무민하는 여론조사 결과 보도는 삼가야 할 것이다.

※ 본 칼럼에 인용된 여론조사 및 그 밖의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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