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페넬로피>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김주혁 소장의 가족남녀M&B]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세계인권선언 제1조). 그런데도 사람들 중에는 지위, 성별, 외모, 학벌, 직업, 소득, 상처 등을 이유로 스스로를 하찮은 존재로 여기거나, 자신만 소중하다고 여겨 다른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많은 사회문제가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나도 남도 존귀한 존재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 출발은 상처와 직면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다.

‘페넬로피’는 한 여성이 외모로 인해 낮아진 자존감을, 있는 모습 그대로 자신을 사랑함으로써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귀족과 하녀의 사랑이 좌절되고 하녀의 자살로 막을 내린다. 그러자 신분에 연연하는 이 가문에 저주가 내려진다. 첫 번째 딸은 돼지의 얼굴로 태어나며, ‘같은 피’의 인간이 그 딸을 죽도록 사랑하지 않으면 저주를 절대 풀 수 없다는 것. 마침내 5대 만에 태어난 부유한 귀족집 딸 페넬로피는 저주대로 큼지막한 돼지코를 달고 집안에서만 25년을 지내게 된다.

▲ 영화 <페넬로피> 스틸 이미지

이 저주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같은 피’인 귀족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이라고 여겨 많은 남자들과 선을 보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돈을 탐낸 남자들은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혼비백산해 줄행랑을 친다.

그런 가운데 이 집안을 취재해온 기자가 노름빚에 시달리던 평민 조니를 귀족 맥스로 둔갑시켜 신랑감 후보로 잠입시킨다. 그는 페넬로피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자신이 귀족이 아니어서 그녀의 저주를 풀 수 없다고 안타까워하며 스스로 떠난다. 그녀가 그에게 느낀 호감도 아쉬움으로 끝난다.

실망한 페넬로피는 머플러로 코를 가린 채 세상 밖으로 향하며 자유를 느낀다. 그러다 실수로 머플러가 벗겨지는 바람에 졸지에 유명인사가 된다. 마침내 한 귀족과 결혼식을 치르지만 신랑의 표정은 구토를 참는 듯 우울하기만 하다. 그녀는 “신랑을 사랑하겠는가?”라는 주례의 질문에 “싫어요!”라고 대답하며 집안으로 도망친다. 뒤따라온 엄마가 “대답 한마디만 하면 완전 새 인생 사는 거야.”라고 딸을 설득한다. 페넬로피는 “새 인생 따윈 필요 없어요. 난 지금 이대로 날 사랑한다고요.”라고 외친다. 그 순간 그녀의 코가 돼지코에서 인간의 코로 변한다. “내가 나를 사랑할 때 저주는 풀렸고, 해답은 처음부터 내게 있었던 거야.” 그동안 ‘같은 피’란 게 귀족인 줄 잘못 알았던 것이다.

▲ 영화 <페넬로피> 스틸 이미지

페넬로피는 외모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정말 원하는 걸 해줄 수 없어서 떠났다는 조니의 진심을 할로윈 파티에서 확인하고는 그와 다시 만나 꿈처럼 행복하게 산다.

동화 같은 내용이지만 자존감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내 안에 열등감이나 상처가 있다면 내면의 자신을 만나 위로하고 장점을 칭찬하고 격려하자. 학대나 폭력 등의 피해로 괴로워한다면 그 책임이 자신이 아니라 가해자에게 있는 것임을 내면의 자신에게 확신시키자. 주변사람들도 피해자가 자책감에서 벗어나도록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줘야 한다.

▲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전문강사
전 서울신문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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