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대법원은 “재산분할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미 발생한 공무원 퇴직연금수급권도 부동산 등과 마찬가지로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리고 구체적으로는 연금수급권자인 배우자가 매월 수령할 퇴직연금액 중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대방 배우자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의 재산분할도 가능하다.”(대법원 2014. 7. 16. 선고 2012므2888 판결) 고 판결하였습니다.

그러나 이혼한 배우자가 공단에 연금 지급을 청구하면 연금의 양도금지 규정을 근거로 거절하여 매달 가정법원의 이행명령을 받아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최근에 이와 관련하여 이혼하면서 사립학교 교직원인 배우자의 퇴직연금을 나누기로 했다면 이혼한 배우자가 연금공단에 직접 연금을 청구하여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사안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갑은 남편 을의 잦은 외도와 가정폭력, 무시 등을 참다못해 결혼 40여 년 만인 2014년 황혼이혼을 결심하였습니다. 이혼 소송 임의 조정절차에서 을은 재산분할로 매달 지급되는 연금 25%를 갑에게 주기로 하고 공단에 대한 을 자신의 연금 청구권을 갑에게 이전하는 데 동의하였습니다.

갑은 이를 근거로 공단 측에 을이 받을 연금의 25%를 자신에게 직접 지급해달라고 요구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 및 공무원연금법상 퇴직연금의 지급을 구할 수 있는 자는 교직원 본인이고, 예외적으로만 유족이 퇴직연금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며, ​원고의 청구는 양도 또는 압류 및 담보 제공을 금지하는 규정에도 저촉되므로, 원고가 피고에 대해 직접 퇴직연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반박하였습니다.

공단이 퇴직금 직접 지급을 거절하자 갑은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법원은 공단이 배우자에게 퇴직금을 직접 지급해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판결하였습니다.

법원은,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이 원칙적으로 혼인 중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의 청산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장래의 퇴직급여 채권 중 일부를 재산분할로써 이전받은 배우자는 퇴직급여 채권자인 교직원과 동일한 지위를 갖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배우자의 청구를 교직원 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척하는 것은 혼인생활 중 실제 퇴직급여의 형성에 기여하였던 배우자의 신뢰를 침해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더욱이 이 사건의 경우 교직원 본인도 이혼소송 중 임의조정절차에서 장래의 퇴직급여에 관하여 피고에 대한 청구권을 이전하여 주는 방식의 재산분할에 동의하였는데, 피고가 교직원 본인의 청구만이 허용된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한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교직원 본인의 의사에도 반한다.

퇴직급여는 혼인 중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부부공동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으로 볼 것이므로 교직원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기여를 인정하고 그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하여 재산분할로서 장래 퇴직급여의 분할을 허용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재산분할로서 퇴직급여채권의 일부를 이전받은 배우자의 직접청구를 허용하더라도, 퇴직급여의 현금지급을 확보함으로써 퇴직한 교직원 본인과 그 가족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양도금지규정의 취지에 저촉된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교직원의 직접 청구만을 허용한다면 퇴직연금의 안정적 수급이라는 혜택을 오로지 교직원 본인에게만 누리게 하고, 배우자는 퇴직연금의 수령이 교직원의 자발적인 지급 여부에 따라 좌우되는 결과가 되어 애초의 양도금지규정의 취지로 보호하려고 한 가족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에는 역행하는 결과가 되어 버린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위 법원의 판단은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이 원칙적으로 혼인 중 형성된 공동재산의 청산이라는 성격이 있으므로 장래의 퇴직급여 채권 중 일부를 재산분할로 이전받은 배우자는 충분히 퇴직급여 채권자인 교직원과 동일한 지위에 있으므로 공단에 직접 청구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7조 (수급권의 보호)

① 퇴직연금제도의 급여를 받을 권리는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가입자는 주택구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와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한도에서 퇴직연금제도의 급여를 받을 권리를 담보로 제공할 수 있다. 이 경우 제26조에 따라 등록한 퇴직연금사업자는 제공된 급여를 담보로 한 대출이 이루어지도록 협조하여야 한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7조 제1항에는 퇴직연금수급권은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제7조 제2항에는 이를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예외가 규정되어 있습니다.

퇴직연금청구권의 양도나 담보제공을 금지하는 것은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양도금지 규정은 강행법규라고 보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입니다.(대법원 2014.1.23.선고,2013다71180판결)

혼인 중 형성된 공동재산의 청산이라는 재산분할의 성격을 고려하여 이혼한 배우자의 공단에 대한 직접 청구권을 인정한 것은 퇴직연금에 대한 재산분할의 실효성을 높여주는 것으로서 의미 있는 판결이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7조 제1항을 강행법규로 보고 있는 대법원의 입장을 고려할 때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