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미디어파인=이성우의 세계와 우리]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비핵화와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금한령 해제와 같은 우리의 관심사인 동아시아와 한반도 외교 현안문제에 대한 진전을 기대했으나 결과적으로 4월 6일과 7일 이틀에 걸친 정상회담이 끝난 후 의례적인 공동기자회견과 공동선언문 채택도 모두 생략된 채 마무리 되었다. 미중관계의 진전이 기대되었지만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시급성에 의견을 같이 했다는 정도의 입장을 표명하는데 그치고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줄다리기 과정을 보면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동아시아 외교정책을 포함한 대외정책의 선회과정을 분석할 수 있는 시점이 되었다.

첫째,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미·중 두 정상이 북 핵 억지를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도움이 없다면 미국이 독자적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의 근본적인 틀에 있어서는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의 국익을 보호하고 중국의 부상을 막는데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인식에서 출발하지만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를 더 강화된 차원에서 수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의 사드 배치를 서두르는 것도 오바마의 민주당 정부 아래에서 추진한 재균형(rebalancing)을 통해 미국의 영향력을 지속하겠다는 전략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은 물론 호주와 같은 동맹국에 대한 아웃소싱을 확대해서 중국을 견제하는 쪽으로 대외전략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둘째,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문제와 미·중 무역분쟁을 연계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고 틸러슨 장관은 미국은 북한에 대해 중국이 추가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 시간을 두고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회담기간 중에 시리아를 폭격한 군사적 조치나 회담 직후에는 중국의 행동을 기다린다고 하면서 남태평양으로 향하던 칼빈슨 항모전단을 싱가포르에서 한반도로 선회하도록 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서 중국을 상대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강한 압박이라는 미국의 정책지향을 확인할 수 있다.

셋째,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에 따르면 중국은 타협안으로 북한과의 평화협정과 비핵화를 맞바꾸는 방안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중단 대신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미국 측에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의 제안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6자회담 재개에도 반대한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불량국가의 협박에 대응해 이를 수용하는 타협을 할 의사가 없다는 전통적인 미국의 대외정책을 재확인해주는 결과이다. 중국 측 우다웨이 6자회담 대표는 한국을 방문해서 북한이 핵을 개발하지 않으면 중국으로부터 엄청난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북한이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중국도 노력하고 있지만 김정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상황설명을 통해 미국을 설득하는 쪽으로 성의를 보이고 있다.

넷째,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 초부터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무역과 경제 분야이다. 2015년 중국은 6천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한 반면 미국은 5천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하면서 미국이 감수한 국익의 손실을 보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의 값싼 소비재의 수입으로 미국의 제조업 기반이 붕괴하고 국내 산업 공동화로 이어지면서 미국의 국익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100일 이내에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것은 트럼프의 성과로 받아들여진다. 취임 초 자유주의 국제경제질서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노골화하면서 무차별적인 무역전쟁을 선포하던 정책의지가 반영된 결과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요약하면 취임 전부터 America First를 주장하고 미국 국민의 물리적 안보와 경제적 부응에 중점을 두고 해외에서 분쟁에 연루되지 않으려고 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민주당 정부가 추진해온 국제주의·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더 이상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기초한 것이었다. 전통적인 미국외교정책은 민주당과 공화당 공통적으로 국내에서 미국의 민주주의를 보호하는데 치중하고 해외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추구하는 Hamiltonian의 국제주의 시각에 동의했다. 취임 초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주의 입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이른바 고립주의를 대변하는 Jeffersonian의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트럼프의 대외정책에 대한 관점이 전환되어 분쟁이 시작되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Jacksonian의 입장을 통해 레이건과 부시 Jr.의 전통적 공화당 입장으로 선회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초기의 고립주의 노선은 포기한 것으로 판단된다.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지역질서에 있어서도 미국의 핵심이익은 무역과 경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봉쇄와 군사적 확장억지에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려고 한다는 정책지향은 분명하지만 구체적으로 군사정책과 경제정책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혼선을 보여주었다. 이번 미중정상회담을 통해 세계전략 차원과 동아시아 지역전략차원에서 미국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힘에 의한 평화라는 입장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앞세운 강압적 설득이라는 이른바 스마트 파워의 개념을 이용한 대중국 및 대북한 외교를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 파워의 개념을 역설한 사람이 힐러리 클린턴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미국외교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국익을 위한 외교가 핵심이라는 것이며 트럼프는 취임 후 지속적으로 미국 외교의 핵심을 향해 수렴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 이성우 박사

[이성우 박사]
University of North Texas
Ph. D International relations
현)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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