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정다운 청춘칼럼]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 시절, 점심을 먹기 위해 친구와 학생식당을 찾았다. 무리지어 점심을 먹는 학생들 사이에서 눈길을 끄는 몇몇 학생들이 있었다. 그들은 넓은 학생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학생들 이었다.

혼자 밥을 먹는 것이 뭐가 어때서 라고 생각 하지만 고등 학생 때까지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을 보는 일이 흔치 않던 까닭에 당시에는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을 보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측은해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보지 않는 척 하면서 몰래 곁눈질로 그 사람들을 흘낏 쳐다보기도 했다. 그러나 한 해, 두 해 나이가 먹어가다 보니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경우도 생기고 혼자가 편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대학생의 경우 학년이 높아질수록 함께 다니던 친구들이 휴학을 하거나 홀로 복학하면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혼자 밥을 먹으면 메뉴도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고 상대방 눈치도 보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먹을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면 바로 사람들의 시선이다. 새내기 시절 내가 그랬던 것처럼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을 향한 호기심과 연민이 섞인 시선이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그들의 시선에는 대개 ‘저 사람은 왜 혼자 밥을 먹을까? 함께 식사 할 친구가 없는 건가?’ 라는 물음이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시선을 견디며 식사를 하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전체 가구의 약 30%가 1인 가구라고 하니 얼마나 많은 이들이 ‘싱글족’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싱글족이 늘어나면서 혼자 밥을 먹는 이들도 늘어났는데 이들을 ‘혼밥족’이라고 부르고는 한다.

최근에는 이 혼밥족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도 생겨났는데 좌석마다 칸막이를 설치해 독서실처럼 만든 식당도 있다. 아무도 나를 볼 수 없고 심지어 주문도 종업원을 통해서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이런 식당의 등장은 곧 혼밥족이 그동안 얼마나 타인의 시선에 불편함을 느꼈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타인의 동정어린 시선을 피해 칸막이 속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어쩐지 조금은 서글프게도 느껴진다. 그러나 혼밥족의 이러한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필자도 타인의 시선 때문에 식사가 불편했던 적이 있다. 작년 여름, 혼자 강릉으로 여행을 간적이 있는데 그때 한 식당의 창가에서 식사한 적이 있다. 혼자 밥을 먹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한 번씩 그 특유의 표정으로 바라보기에 민망해져 빠르게 식사를 마치고 나온 적이 있다.

그런 경험이 있은 후로는 어쩐지 혼자 밥을 먹는 일이 어렵게 느껴졌는데 얼마 전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많은 미국 대학의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혼자 식사를 했다. 그들은 근처 푸드 트럭에서 음식을 사서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는 벤치에 앉아 음식을 먹고는 했다.

이들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고 지나 다니는 많은 사람들도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는 두 나라의 문화의 차이이고 어떤 것이 좋고 어떤 것이 나쁜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혼밥족이 늘어나고 있는 이상 시선에 자유로운 분위기 자체는 주목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

혼자 밥을 먹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자 기호이다. 이들은 시간과 메뉴 선택 등 자유로움을 즐긴다. 때문에 연민이나 동정의 대상이 아니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멋대로 추측하고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 것은 혼자 밥을 먹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이들도 식사시간에 식당을 찾은 손님일 뿐이다. 이들을 향한 지나친 관심과 시선은 자제해야 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