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흔히들 신혼 생활을 부러워하는데, 그 중에는 성 생활에 관한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입니다. 요즘의 신혼 부부는 혼전에 이미 함께 또는 각자 성 경험을 가졌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부부 간 성 생활의 중요성은 조금도 줄지 않습니다.

인간에게 성은 더 이상 자손 번식을 위한 짝짓기 행위가 아닙니다. 성은 그 과정에서의 즐거움뿐 아니라 상호간에 강한 일체감을 갖게 해주는 것이 더 핵심적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 생활은 부부 관계에서 이처럼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 이유는 다른 인간 관계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두 사람만의 고유한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그 중요한 만큼, 성적인 문제가 생기면 부부 관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상담 문의가 있었습니다.
결혼한지 아직 일년이 되지 않은 신부입니다. 신랑과의 성 문제로 상담을 받으려 합니다. 신랑은 너무너무 많이 하고 싶어하는데, 저는 싫습니다. 그래서 자주 싸우게 되는데, 이런 이유로 사이도 멀어지는 것 같고 혹시 바람이라도 피울까 봐 걱정됩니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저는 관계를 하고 나면 아프기도 하고 임신도 걱정되고 다음날 출근할 걱정 때문에 그러는 것 같습니다. 남들은 신혼이라고 부러워하는데, 저는 걱정이 더 많습니다. 제가 문제가 있는 건가요?

아래는 다른 사례입니다.
결혼3년차 주부입니다. 결혼 직후부터 시댁에 들어가서 생활하다가 출산 후에는 저만 친정에 가서 5개월 정도 신랑하고 따로 살았습니다. 지금은 분가해서 비교적 편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남편과 부부관계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출산 후에 너무 욕구가 많이 생겨서 걱정입니다. 제가 이상한 건가요? 남편이 문제 있는 것은 아닌가요? 병원에라도 가봐야 할까요?

일반적으로 남성은 성에 적극적이고 여성은 소극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남녀의 신체적 구조 때문에 그러한 차이가 두드러져 보일 뿐이고 사실과는 전혀 다릅니다. 실제로는 성별과 관계 없는 개인적인 취향이나 성격적 특성,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신혼의 남편이 성적으로 적극적이지 않다거나 반대로 신부가 성에 적극적인 반응을 하는 것을 무슨 문제가 있는 것처럼 생각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차이는 사람에 따라 그럴 수도 있는 것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마치 식성이나 기호가 각 사람들에 따라 다르듯이 말이지요. 하지만 남녀를 떠나 누구에게나 성은 가장 중요한 본능들 중의 하나이며, 그것이 충족되었을 때 경험하게 되는 연대감과 행복은 다른 데에서 얻을 수 있는 것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에서의 불만은 부부 관계 자체를 위협할 만큼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혼뿐 아니라 수십 년 함께 살아온 부부라도 자신의 성적 욕구를 상대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를 꺼려하고 상대의 성적 욕구도 역시 잘 알지 못한 채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틀에 박힌 듯한 성 행위는 친밀감과 만족과는 반대로 오히려 지루함과 거부감만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직 신혼기인데도 소위 ‘섹스리스 sexless’ 문제 때문에 상담실을 찾는 부부들이 늘고 있습니다. 섹스리스는 오랜 부부 갈등의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신혼기 부부의 경우에는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이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물론 혼전에 이미 많은 성 경험을 가졌거나 왜곡된 성적 경험으로 정상적인 성 관계에는 만족할 수 없게 되었거나 또는 단순한 성적 취향의 차이를 원만하게 극복하지 못한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부부 간에 섹스가 없다고 해서 반드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부 모두 성기의 결합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서로의 성적 욕구를 충족하며 불만이 없다면 굳이 문제 삼을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그 애정이 왜 성 행위로 연결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탐색이 필요하겠지요. 문제가 되는 섹스리스란 부부 중의 한 사람은 염려와 불만을 충분히 표현했는데도 그 상대가 적절히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있다고 해도,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지고 행복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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