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신수식의 세상읽기] 비선실세 국정농단에 분노하여 촛불을 들고 적폐세력의 퇴진을 요구하며 추운 겨울 내내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그리고 세계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요구했던 국민들의 외침은 결국 대통령탄핵을 이끌어 냈다. 그 결과 장미대선이라고 하는 조기대선 투표일이 5월 9일로 결정되어 선거운동이 진행 중이다. 이번 촛불시민혁명의 결과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만들어낸 위대한 평화혁명이었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사실 이러한 정치변동과정을 통해 전개되고 있는 갑작스러운 조기 대통령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어떤 정당, 그 어떤 후보가 국민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이 되느냐 보다는 분열된 국민을 통합하고 비정상의 사회구조와 적폐를 청산하여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출하는 지도자, 진정한 선진민주주의 국가와 사회를 위한 개혁입법을 통해 정상적인 국가구조와 사회구조로 변화시켜 미래와 비전,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고 모든 국민이 더불어 함께 행복을 추구하고 누리는 대한민국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리더십의 정치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지도자를 필자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도 원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언론도 그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TV방송을 중심으로 거의 모든 미디어언론사들은 이러한 책임은 없고 시청자들의 흥미와 관심을 중심으로 시청률을 높이는 프로그램과 운영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혈안이 되어 여론조사를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여론조사를 어떤 정치적 목적을 위한 방향으로 활용하면서 위기의 대한민국에 필요한 정치지도자의 자질을 확인하고 국민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과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사실이 몹시 안타까울 따름이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여론조사결과가 미흡한 상태를 가지고 여론을 호도하거나 유도할 뿐만 아니라 여론조사결과가 우세한 측은 대세를 잡았다고 여론조사를 숭배하고 선거운동의 좋은 수단으로 활용하는가 하면 여론조사결과 열세인 측은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다고 극도로 불신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미 최근까지 선진국에서도 여론조사결과의 예측이 대부분 빗나가면서 여론조사무용론까지 대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론조사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강하게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2016년 제20대 총선, 2016년 미국 대선, 2016년 영국 브렉시트 등에서 여론조사결과는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고 특히 이 가운데에서도 작년 미국 대선의 경우 90%가 넘는 압도적 다수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 예측했으나 결과는 반대였다. 따라서 여론조사무용론이 제기되는 것이 결코 새삼스럽지 않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우리나라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이 오히려 여론조사를 과신하게 만들고 있다는 측면과 국민의 정상적이고 올바른 대통령후보선택을 방해하는 부정적 영향까지 주는 상황에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여론조사가 실제 선거결과와 다른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선거는 인간의 기대와 질투라는 복잡하고도 미묘한 심리작용의 총체적 표현이며 인간의 합리성과 객관성에 기초하지 않고 지역적, 문화적, 시간적, 정치적 상황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되어야 하는 다층적 현상이다. 따라서 선거는 속성상 여론조사라는 샘플로 판단하기에 결코 적절하지 않은 분야라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즉, 합리적이라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을 제시하는 정당 또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실제로는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개선시켜 줄 것이라는 기대와 자신보다 우월한 것에 대한 질투가 총체적으로 반영된 결과 다른 선택을 하는 호감도보다 비호감도가 판단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선거는 또한 유권자의 자존심 내지 자존감을 비밀스럽게 표출하는 수단이나 도구로서도 투표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개인의 자존심, 자존감, 비밀스러움은 여론조사에서 예측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즉, 누군가 지켜볼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는 경우 응답하지 않을 수도 있고 본심과 다른 대답을 하는 경향도 자주 나타나며 자존심 내지 자존감 때문에 자신의 선택 가치를 솔직하게 표시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 질투, 자존감 등 복잡한 고차원 방정식에 의한 인간심리는 여론조사에 잘 반영될 수 없기에 여론조사에서 나타나지 않는 숨은 지지표가 있게 되어 여론조사가 자주 틀리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물론 이상에서 언급한 상황을 인정하고 여론조사를 단지 현재상태의 참고자료로 판단한다고 할지라도 그 대표성,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이외에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또 있다. 여론조사샘플자체를 성별, 연령, 지역 같은 요소뿐 아니라 소득, 학력, 정치성향까지 보다 더 구체적으로 고려하는 정교함이 필요하다. 또 응답률을 높이는 방안이 고려되어야 한다. 응답률이 현저하게 낮으면 응답한 사람과 응답하지 않은 사람이 가진 의견차이를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게 된다.

연구기술로서 여론조사는 국민의견은 국민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다는 단순한 아이디어를 기초로 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조사대상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즉 무작위 추출이라는 통계학적인 이론과 기술로 여론조사문제를 해결하고 연구발전의 비결이 되었다. 한 사람의 유권자를 조사대상으로서 선택할 확률을 다른 유권자를 선택할 확률과 거의 동일하게 하면 수백 명에게 질문한 결과만으로도 유권자 전체의 의견으로서 신뢰할 수 있는 추계가 가능하였다. 여론조사의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된 후 여론조사가 급속하게 발전한 이유는 여론조사와 선거에 그 목표로 하는 것에 관하여 공통점이 있었던 것이다. 즉, 기본적으로는 여론조사와 선거는 모두 민의(民意)를 묻는 방법으로 학자뿐만 아니라 정치가, 매스컴 그리고 다른 의미에서 광고업계도 그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여론조사와 선거의 또 다른 공통점은 의견의 강약과는 관계없이 모든 유권자에게 1표만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의견의 강약에 관계없이 모든 1표가 거의 동일한 비중으로 다루어진다. 관심이 높은 유권자나 적극적으로 정치에 대한 의견을 표현하는 유권자는 유권자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인 민의라고 할 수 없다. 여론조사의 기술적인 발전은 한계에 달해 있으며 몇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첫째, 전반적인 민의를 추계(推計)할 수는 있지만 그것보다 세부적인 분석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현시점에서의 의견이며 여론이 왜 변하였는지를 분석하는 것은 사실상 곤란하다. 선거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유권자 전체보다 투표하는 유권자의 행동을 파악해야 하지만 여론조사는 아직 누가 투표하고 기권하였는지를 판별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에 이것을 해결하고자 한 것이 출구조사이다.

물론 여론조사는 문제점도 있지만 그 실적도 인정해야 하는데 특히 정치학의 발전에 크게 공헌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치가, 매스컴 등에서 여론조사결과와 필요한 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응용기술도 구축되었다

현재 대선을 일주일 남겨둔 상황에서 대선후보지지율 여론조사가 무수히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여론조사결과에 대한 신뢰도논란도 이와 비례해서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따르면 3월부터 지난 21일까지 등록된 대선여론조사만 364개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게 이루어졌고 조작된 여론조사에 대한 문제제기도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뢰도 낮은 여론조사에 당하지 않기 위해선 숫자에 일희일비 할 것이 아니라 유·무선 비율, 오차범위, 조사방식 등 여론조사내용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피해를 보는 문제는 이러한 올바르지 않은 여론조사가 국민들의 올바른 선택을 방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국민 각자가 대통령후보자를 선택하는 나름의 기준을 세워서 투표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필자는 강조하고자 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