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이성우의 세계와 우리]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문제의 고차방정식을 적극적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미국의 핵심이익인 미국의 초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대중국 견제를 중심으로, 남중국해의 영토분쟁, ASEAN국가들과 협력관계,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 압박, 그리고 아시아의 개발도상국과 무역수지문제는 서로 연계되어 있으면서 한 쪽에서 관계 개선은 다른 쪽에서 관계 악화와 같이 비례 또는 반비례의 복잡한 관계에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아시아외교의 특징은 동남아시아에 대한 우호적인 방향선회는 동북아시아에서 강경노선과 대비되지만 동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이 보여주는 행보는 중국에 대한 압박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트럼프는 취임 초에 TPP로부터 철수하겠다는 동아시아와의 다자협력에 대한 소극적 입장을 취했으나 최근에 와서는 ASEAN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외교정책의 선회가 일어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10일간 한국, 일본, 인도내시아를 경유하면서 역내 동맹국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ASEAN회담과 베트남에서 열리는 APEC정상회담과 함께 11월 필리핀에서 열리는 동아시아 정상회담에 참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의 동남아 국가와의 협력강화에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고 미국이 항행의 자유를 원칙으로 하는 미국의 영향력 확대에 일차적 목표를 두면서 중국을 압박하는 효과를 거두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북아에서는 북한 핵문제의 해결에 상당한 우선순위를 두고 중국에 대한 압박외교를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6일 미중정상회담을 앞두고 4월 2일에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UN 주재 헤일리 미국 대사는 "중국이 북한을 규탄하는 의미로 단순히 말로만 하지 말고 결정적인 행동(definitive actions)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중국을 압박했다. 4월 9일 싱가포르 인근해역에 있던 칼 빈슨 항모전단이 한반도로 향한다고 발표하면서 중국과 북한에 대한 압박외교를 보여주었지만 결국 항모전단은 호주 인근에서 훈련을 마치고 다시 동해로 들어왔지만 4월 15일 북한의 태양절에 맞춰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와 같은 북한의 무력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여기 까지는 일련의 강경정책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끌어올리면서 중국을 대북제재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효과와 함께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일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만약에 김정은을 만날 수 있는 적절한 상황이 된다면 나는 그를 만나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할 것”이라며 “다시 강조하지만 적절한 상황에서 나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압박과 회유정책을 번갈아 가며 활용하는 정책접근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갈지자 행보로 보이지만 북한의 비핵화를 향한 궁극적인 방향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본질에 있어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트럼프의 대북정책도 경제제재의 압박을 중심으로 대화와 협상의 문도 열어놓고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적인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가장 극단적인 군사력 사용에서부터 가장 온건한 북미정상회담까지 모든 카드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강력한 의지를 담은 예측 불가능화 전략을 보여주고 있으나 관건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의지이다. 물론 핵개발의 당사자인 북한이 핵을 포기하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한 변수이지만 이는 종속변수라고 봐야 한다.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단념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독립변수는 중국의 대북제재에 대한 의지이고 미국은 이 변수를 위해 동남아 ASEAN에 대한 협력강화와 동북아에서 사드배치를 통한 한미 및 미일 동맹의 강화로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과 함께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과 같은 경제적 정책수단을 적극동원하고 있다.

최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철'이라는 개인 명의로 게재한 '조중(북중)관계의 기둥을 찍어버리는 무모한 언행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조중관계의 '붉은 선'을 우리가 넘어선 것이 아니라 중국이 난폭하게 짓밟으며 서슴없이 넘어서고 있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원유지원 중단과 같은 핵심적 제재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앞으로 1∼2개월 동안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북제재조치의 수위가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의 승패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 이성우 박사

[이성우 박사]
University of North Texas
Ph. D International relations
현)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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