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프레임 속 희생양들 [방세잎 칼럼]

방세잎 청춘칼럼니스트l승인2017.05.17l수정2017.05.2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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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방세잎 청춘칼럼] 과거 우리는 ‘애국자’라 하면 일제에 맞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힘쓴 독립투사, 혹은 한국전쟁에서 싸운 호국영웅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2017년인 지금 우리사회가 말하는 애국자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다.

작년 기준 출산율이 1.17%로 지구상에서 가장 빨리 소멸할 국가로 예상되는 한국에서 요즘 청년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애국자로 불린다. 비단 몇 년 전 만해도 다둥이를 가진 부부들이 애국자 라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작년 기준 혼인율이 1000명당 5.5건으로 최저를 기록한 현재에선 결혼을 하는 것만으로도 애국행위가 되었다.

해가 갈수록 출산율과 혼인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 청년들도 심각성을 잘 알고 있지만 요즘같이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세상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치솟는 주거비와 결혼은 가문과 가문의 만남으로 체면을 중시하는 부모세대의 사고방식으로 결혼준비에 들어가는 많은 비용을 경제적 기반이 약한 청년들이 감당하는 것은 대출 없이 불가능하다. 더구나 복지가 취약하고 사교육에 목숨 거는 한국에서 2세를 계획하는 것은 돈 문제로 직결되어 쉬운 결정이 아니다.

경제적인 이유 뿐만 아니라 결혼 후 남성에게 가장의 무게가 집중되고 여성에게는 경제활동을 같이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사와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가부장적 인식의 잔재로 기러기 아빠, 워킹맘, 출산 이후 여성의 경력단절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요즘 청년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대단한 결심으로 애국이라 불릴만하다. 그렇지만 어딘지 모르게 결혼과 출산을 선택한 청년들을 애국자라고 표현하는 것이 조금 불편하다.

두 사람이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는 것은 그들의 행복을 위한 선택인데, 국가가 이를 국가를 위한 애국행위라고 표현하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거북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애국이라는 단어자체가 “자신의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 혹은 행위”라는 뜻이기에 국가적인 시각에서 지금같이 저출산이 야기한 인구문제로 국가의 존폐위기를 걱정하는 상황에서는 이들을 애국자라고 표현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과 출산은 애국이라는 말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진짜 이유는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는 행위가 자신의 행복을 위함과 동시에 국가의 입장에서 애국이 되는 것이라면 다른 측면에선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청년들은 애국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청년들은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이들 중 이유 없이 포기를 결심한 이들은 없다.

경제적인 이유로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 포기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가정을 꾸려 아내와 자식에 대한 가장으로써의 책임과 역할이 커지는 삶보단 혼자만의 시간과 자신의 취미를 더 중요시 생각해 결혼을 하지 않는 ‘초식남’ 혹은 ‘절식남’들이 있다. 그리고 여성의 결혼과 출산이 경력단절로 이어지는 사회구조 탓에 비혼을 결심하는 ‘알파걸’들 또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 모두 결혼과 출산이라는 과거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정답의 틀로 들어가지 않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공통점은 경제적 불황과 더불어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전통적인 가족문화와 사회분위기를 견딜 자신이 없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결국 자신이 추구하는 행복을 위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것이다.

다시 말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만드는 경제상황과 사회분위기는 청년세대가 결혼과 출산이 비용이자 자신의 행복에 걸림돌로 인식하게 만들었고 이것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결정적인 이유인 것이다. 그러나 청년들의 포기에 기성세대는 가차없이 혀를 내두른다.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이들에겐 자신들은 지금보다 더 가난한 시대에 단칸방에서 시작했는데 뭐가 결혼하기 힘들 다는 것인지 요즘 빚 없이 시작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며 나무란다.

또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리기 보다는 자신 개인의 여가나 일을 더 중시 여겨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 이들에겐 “사람은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되고 행복한 것이며 자기 부인과 자식들 건사 하는 것이 남자로써 최고의 자존심이고 여자가 일하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가사와 육아가 진짜 여자의 일”이라는 전통적인 결혼관을 강요하여 청년세대들을 답답하게 만든다. 청년세대와 자신들의 세대차이, 그리고 과거와는 다른 시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성세대는 자신들의 잣대로 청년세대를 나약하고 책임지기 싫어하는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요즘 젊은 것들’로 만들었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결혼과 출산을 두고 청년세대와 기성세대가 큰 세대갈등을 보이는 상황에서 국가는 ‘결혼과 출산은 애국’이라는 프레임을 가지고 슬며시 기성세대 편에 서서 청년들을 궁지로 내몬다. “저출산 시대에 결혼하고 아이를 갖는 젊은 이들은 애국자다.”라는 정부의 출산독려슬로건이 전통적인 기성세대의 생각과 합쳐지면서 자연스럽게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젊은이들은 ‘나라 앞날은 걱정 안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젊은이들’이 된다.

지금의 대한민국에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보단 차라리 포기하는 것이 더 행복할 것 같아서 그런 건데 부모에겐 걱정덩어리, 국가에겐 애국하지 않는 국민이 된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것도 억울한데 어느새 자기밖에 모르는 나약한 젊은이가 되었다.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청년들은 나약하고 이기적이라고 비판 받아야 마땅한가? 영화 스물에서 주인공 중 하나인 동우는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꿈을 포기한다. 그런 그를 향해 친구들이 비난의 말을 던지자 동우는 왜 포기하는 사람들만 욕을 먹어야 하는지 포기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아냐며 울분을 토한다. 청년들에겐 저마다 꿈꾸는 자신의 목표와 행복한 미래가 있다. 그 안에 결혼과 출산이 있는지는 개인의 선택의 자유다. 결혼과 출산을 선택한 이들과 포기한 이들 모두 앞으로 조금 더 행복하기 위한 결정이며 결혼과 출산이 힘든 환경 속에서 그것을 선택하는 것도, 포기하는 것도 어느 하나 더 쉽고 어렵지 않다.

저출산이 국가 최고의 문제로 대두되는 요즘 “결혼하고 출산하는 젊은이들에게 애국자라고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 결혼과 출산은 그들 자신의 행복 추구와 동시에 국가적인 측면에선 애국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국가의 ‘결혼과 출산은 애국’이란 표현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이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시에 위험하다. 우리가 화살을 겨누어야 할 대상은 저출산 문제를 야기한 경제불황과 사회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청년들에게 결혼과 출산을 권하는 정부이지, 문제의 희생양인 포기한 청년들이 아니다.

더욱이 중요한 점은 이러한 프레임으론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진짜 해결을 위해선 국가가 청년들에게 결혼과 출산을 애국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 아닌, 결혼과 출산을 행복으로 인식하게끔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국가가 적극적으로 청년들의 일자리, 사회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전반적인 복지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구축하여 청년들이 결혼을 하고 2세를 갖는 것을 고생길이나 인생에 행복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아니라는 것으로 인식을 바꿀 수 있게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저출산 문제의 해결의 책임을 국가가 우선적으로 가져야지 그것을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청년들에게 지게 해선 안될 일이다. 더 이상 ‘결혼과 출산은 애국’이라는 논리로 청년들을 애국하는 자들과 애국하지 않는 자들로 나누는 이분법은 그만 사용되길 바란다. 그 프레임을 통해 정말 비판 받아야 할 사람들은 교묘히 빠져나가고 억울한 희생양들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놓쳐선 안 될 것이다.

방세잎 청춘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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