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앞 글에서는 잘못된 애정 표현에 대한 설명과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말씀 드렸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도 자신의 문제를 정확히 깨달으면 그 장애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의 제목처럼 ‘사랑은 배울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프롬은 사랑의 네 가지 요소로 지식, 보호, 존경, 책임을 말합니다.

이를 제 나름대로 바꾸자면 상대에 대한 관심, 아끼고 돌보려는 마음, 상대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 그리고 상대의 필요에 반응하려는 마음 정도로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마음이 있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는가가 그 마음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사실 사랑의 표현에 일정한 규칙이 있을 리 없지만, 그 중 중요한 몇 가지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첫째, 애정 표현은 부드러운 표정과 다정한 말투에서 드러납니다.
이는 서로 좋을 때야 어렵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기분이 상했을 때에도 지킬 점이라는 겁니다. 세상살이가 쉽지 않고 또 부부 관계에서 종종 실망을 겪게 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고 그런 분노나 실망감을 그대로 표현하면 상대는 자신을 비난하는 것으로 여겨서 방어나 역공을 준비하게 됩니다. 그 결과는 점점 더 과격한 말투와 거친 싸움뿐이겠지요. 따라서 비록 불쾌하고 싸울 일이 있더라도 부드러운 태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구나 화가 나지 않았을 때에도 화난 듯한 표정과 퉁명스러운 말투가 습관처럼 배어있다면 정말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혹시 자기 표정과 말투에 고칠 점이 있는지를 틈틈이 거울 앞에서 확인을 하고, 필요하면 표정과 발성 연습을 하는 것이 좋은데, 더 심한 경우에는 (맛있는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서 요리학원을 다니듯) 연기 학원을 다녀서라도 고치려는 각오를 해야 합니다.

둘째는 편안한 일상적인 대화입니다.
부부 간에 정치나 사회적인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거의 없겠지요. 사실 부부가 나누는 말들 중 대부분은 먹고 사는 문제, 자식 키우는 문제, 다른 가족들과의 일 등에 관한 것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꼭 필요해서 나누는 말은 ‘의논’이라고 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대화’는 그저 목적이 없이 상대와 함께 이야기하는 것으로 서로를 위로하며 편안함을 느끼는 것을 말합니다. ‘오늘 하루 잘 지냈는지, 가족들 중에 무슨 일은 없었는지, 또 나에게 할 말은 없는지’ 등을 묻고 또 상대가 하는 말을 잘 듣고 친절하게 대답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이럴 때 가능하면 가까이에서 서로의 눈을 쳐다보고 말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요.

노파심에서 덧붙이자면, 이런 질문과 대답이 형식적인 것으로 되거나 시시콜콜 캐묻는 것은 도리어 역효과만 줄 수 있으니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점은 상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부인들은 일찍 귀가하여 집안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남편에게서 사랑을 느낍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의 처리’ 자체보다 ‘부인의 수고에 감사하며 함께 수고를 나누는 것’입니다.

반면, 대부분의 남편들은 아내가 적극적으로 성 관계에 응하고, 정성스럽게 음식과 옷을 준비해주며, 시댁이나 남편의 친구들을 잘 대해줄 때 자신이 남편으로서 존중을 받는다고 느낍니다.

이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 보다, ‘한 이불 덮고 자는’ 부부라도 해주고 싶고 받고 싶은 것이 크게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상대의 욕구에 대한 섬세한 반응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이럴 때 상대는 (그 결과에 대한 평가보다) 자신을 위한 노력에 대해서 아주 후한 평가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이들은 칭찬을 하면 그런 노력을 그만 둘까 봐 염려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작은 노력에 큰 인정을 받을 때 더 열심히 하려는 마음을 가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이 주고 받는 말투나 표정 그리고 그 손길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또 자연스럽던가요? 그 분들이야말로 애정 표현의 대가라고 할 만 합니다. 그 분들이라고 76년을 함께 살아온 동안 서로 못마땅하고 밉고 한 적이 왜 없었겠습니까? ​그러나 그런 원망들보다도 서로 주고 받은 감사와 배려가 두 분이 해로할 수 있게 하였을 것입니다.

아마 우리들 대부분은 그 두 분보다 더 많이 배우고 더 나은 환경과 조건에서 살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그분들보다 더 잘 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그분들 못지 않게 사랑하며 살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건강하고 아름다운 결혼 생활의 비결은 작더라도 끊임없는 애정 표현에 있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 마음 속에는 상처받을 것에 대한 불안이 있습니다. 그래서 상처받을 위험을 피하려고 (또는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으려는 상업주의적인 영향으로) 자신의 사랑을 자연스럽게 드러내지 못합니다. 그러나 상대를 향한 자신의 사랑을 드러내는 것은 전혀 두려워할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애정 표현은 처음에는 서툴더라도 하면 할수록 쉬워지고 그 효과는 커집니다. 따라서 자신의 사랑을 솔직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익혀서라도 표현해야 합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만큼 또 사랑 받는 만큼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