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16년 만에 재결합한 젝스키스가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숱한 팬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H.O.T.의 재결합에 시동이 걸릴 조짐이 보이지 않는 와중에 문희준에게 큰 악재가 찾아왔다. 지난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H.O.T.갤러리에 ‘문희준 지지철회 성명서’가 올라온 것.

이번 팬들의 보이콧 사태는 만만치 않다. 로커로서의 솔로 변신에 대한 비난과는 차원이 다르다. 록은 음악적 취향이기에 좋아하는 쪽만 보고 일방적으로 달리면 그만이었지만 이번엔 개인의 성향과 인격과 자질 문제에 대한 반발과 성원 중단의 결의다. 문희준이란 연예인이 있게 한 버팀목의 이탈이다.

선언의 이유는 팬들의 순수한 지지를 수익 목적으로 이용했으며, 그래서 말과 달리 행동은 팬들에게 무성의하거나 무례했고, 부실한 공연을 여러 차례 여는가 하면, 혼전임신 등 거짓말이 잦았다는 것 등.

소율과의 열애가 널리 알려진 지난해 그는 데뷔 20주년 기념 20여회 콘서트를 가졌다. 그런데 프롬프터를 보고도 번번이 가사가 틀리는가 하면 자주 마이크를 객석으로 돌리는 등 공연준비가 허술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팬들의 ‘돈 목적으로 부실한 공연을 자주 열었다’는 지적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내세운 것.

평소 그는 팬들에게 출퇴근길에도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줄 것을 유도했는데 한 팬이 “참여하고 싶지만 회사가 월차를 안 받아준다”고 하소연하자 “월차도 못 내는 회사에 왜 다녀요?”라고 좌절감을 안겼다는 사례도 있다.

이렇게 자신의 동선에 팬들이 성원 차 동참할 것을 유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8미터 내 접근하는 것과 사진촬영을 금지하는가 하면, 인사를 무시하는 건 물론이고 선물조차도 매니저에게 대신 받게끔 하는 등 말과 행동이 완전히 달라 팬들의 허탈감과 실망감을 유발했다고 한다.

그의 소속사는 가수활동 및 팬클럽 관리에 관해서는 ‘노 터치’다. 그래서 일부 간부와 문희준이 주니스트란 팬클럽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데 여기서 판매되는 각종 선물 및 생일파티 티켓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생일선물 등은 일방적으로 문희준에 의해 결정되고 그래서 파티 입장권 역시 선물이 무엇이냐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그가 각종 행사 등을 통해 판매하는 기념품 구매에 신용카드 결제나 현금영수증 발행이 불가능하다는 데서 탈세 및 자금유용 등이 의심된다는 지적.

콘서트 입장권 13만 원이 비싸다는 의견은 지엽적인 얘기다. 혼전임신의 거짓말도 본질과는 벗어나있다. 하지만 젝스키스와 그 팬들을 마냥 부럽게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요원한 H.O.T. 재결합 문제와 멤버 관련 부적절한 발언 등은 팬들 입장에선 자충수에 의해 생긴 염증이다.

문희준은 소통에 참여한 한 토니안 팬에게 “너, 여기서 뭐하고 있어? 토니하고 놀아야지”라고 무례하게 구는가 하면 강타에 대해 “평소 그가 록을 좋아하는 것을 알았기에 솔로 데뷔 때 록을 들고 나올 줄 알았더니 발라드. 좋아하는 음악을 안 했다.(그래서 실망했다)”라고 말한 데 팬들이 항의하자 “농담과 거짓말도 구분 못해?”라고 아전인수 격으로 대응했다고 한다.

팬들이 이렇게 문희준의 ‘혐의’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공개적으로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한 배경은(그 지적이 사실일 경우)문희준의 미성숙한 인격 혹은 팬에 대한 잘못된 개념에 대한 비난일 수 있지만 내심 요원한 H.O.T.의 재결합에 대한 책임을 묻는 뉘앙스가 짙게 깔려있는 듯하다.

멤버들과 SM엔터테인먼트는 재결합의 난항에 대한 이유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팬들은 그 내막을 상세히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답답할 따름이다. 특히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젝스키스는 전성기 때보다 더 거대한 YG엔터테인먼트를 만나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더욱 안타깝고 질투심도 불타오를 것이다.

사실 40살 안팎의 왕년의 아이돌그룹이 재결합하는 건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하다. 20살 안팎의 아이돌그룹은 ‘스타’란 튼튼한 만고불변의 공동 목표 아래 기획사와 멤버들이 한 마음 한뜻이 돼 뭉칠 수 있다. 여기엔 음악적 취향이나, 개개인의 성향이 개입할 여지가 그다지 크지 않다. 오로지 한 목적을 향해 개별적 이해득실의 계산서를 무시할 대의명분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제 산전수전 다 겪고, 각자의 생계수단을 갖고 있으며, 자신만의 계산법이 정립된 현재로선 대차대조표가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H.O.T. 재결합에 가장 필요한 건 초심이다. 젝스키스 멤버들이라고 각자의 복잡한 계산법이 없었을 리 없다. 그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던 결정적인 비결은 초심이었을 것이다. 개중엔 절박함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데뷔는 조금 빠른 H.O.T.지만 젝스키스를 거울삼는 것도 나쁘지 않다. 먼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재결합이란 명분 하나만 바라보면 의외로 과정은 간단해지고, 속도는 빨라진다. 고지용이 끝내 합류하지 않은 것도 거울이다. 누가 뭐래도 H.O.T.는 SM이 만든 기획상품이고, 팬들이 응답해 완성한 ‘우상’이다. 멤버 한, 두 명 빠진다고 H.O.T.가 미완성되는 건 아니다. 그들의 노래와 활동에 팬들의 추억이 응답하고, 팬들의 정서에 동심의 꿈이 재발생하느냐가 중요하다.

팬들의 주장이 전부 사실이건 일부 오류가 있건 문희준은 잦은 거짓말로 이미 신용이 떨어졌다. 아무리 예능이라고 하지만 수위를 벗어난 ‘뻔뻔함’을 캐릭터로 잡은 건 패착이었다. “결혼하는 데 돈이 많이 들어가지 않냐”는 질문에 “그러려고 돈을 버는 것”이라고 답했지만 돈 문제에 대해 “한 순간도 팬들을 ATM(현금자동인출기)으로 생각한 적 없다”고 전혀 다른 말을 했다.

“결혼할까요, 말까요? 전 여러분밖에 없어요”라고 말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당당하게 결혼을 발표했고, 혼전임신이 아니라고 발뺌했지만 3개월 뒤 출산했다. 어떻게 이렇게 자주 한 입으로 두 말을 할 수가 있을까? 그것도 예능이라고 항변한다면 예능인으로서 자질과 자격에 대한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안창호는 “농담으로라도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했고, 버나드 쇼는 “거짓말쟁이가 받는 가장 큰 형벌은 그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신임을 받지 못한다는 것보다 그 자신이 아무도 믿지 못한다는 슬픔에 빠지는 데에 있다”고 했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서울신문, 미디어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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