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9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의 부침과 문재인 대통령 당선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미디어파인=강동형의 시사 논평] 19대 대통령 선거일이 5월 9일로 확정됐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은 3월16일 대선불출마선언과 함께 대선일을 확정했다.

각 정당은 대선후보 당내 경선에 돌입했다. 여전히 여론조사 선두는 더불어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였고, 안희정 충남지사가 그 뒤를 이었다. 선의 논쟁과 대연정 발언으로 안지사의 지지율이 조금씩 하향 곡선을 긋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내 경선은 가열됐다. 결과적으로 더불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결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열양상을 보였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진보성향을, 안희정 충남지사는 중도․보수 성향을 흡수하며 민주당 후보 총지지율 합계가 60%를 넘기기도 했다. 누가 후보가 돼도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을 정도다.

국민의당은 호남경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압승하고, 안희정 지사가 호남에서 큰 표차이로 문 전 대표에게 뒤지면서 또다시 대선구도에 변화 조짐이 일었다. 반기문을 지지하던 표심이 안희정을 지나 자강론을 외치던 안철수 후보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4월 4일 민주당은 후보로 문재인을 선출했고, 하루 뒤에 국민의당은 안철수 후보를 대선후보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이라는 당명을 변경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는 홍준표 경남지사로, 바른정당은 유승민후보, 정의당은 심상정 후보로 각각 대선후보가 결정됐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대선 진용표가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 홍준표 후보, 유승민 후보, 심상정 후보 5명으로 압축됐다. 자천타천으로 출마한 후보를 다 합치면 무려 1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본격적인 대선전을 앞두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율에서 앞섰다. 일부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을 앞서는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일부 종편과 방송에서는 문재인 대세가 무너졌다는 보도를 이어갔다. 진보성향의 신문에서도 안철수 후보에게 후환 점수를 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후보 캠프는 긴장했고, 국민의당 캠프는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역전 가능을 숨기지 않았다.

4월 17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냉철하게 분석해 보면 문재인 대세론은 큰 흔들림이 없었다. 하지만 호사가들은 역전 가능성을 점쳤다. 특히 보수 언론들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두 번이나 대세론을 유지하다 역전패 한 것을 예로 들며 문재인 대세가 무너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보냈다. 양자구도니, 양강구도니 하면서 경마식 보도를 이어갔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잔뜩 기대를 모았던 안철수 후보는 스스로 무너졌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안희정 충남지사를 거쳐온 지지층이어서 결속력이 문제였다. 안철수 후보가 안희정 충남지사 만큼만 했더라도 결과는 예측 불허로 흘렀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아직 그에게는 그만한 역량이 보이지 않았다. 1차 TV 토론을 마친 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에는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하루에 1%포인트 떨어진다는 얘기도 들렸다. 2차 TV 토론 이후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의 양강 구도에서 멀어져 갔다.

안철수 후보가 민주당 경선후보였던 안희정 지사의 코스프레를 완벽하게 할 수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어설펐고, 체화된 인상을 유권자들에게 심어주지못했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려는 어설픈 행보로 자멸의 길을 걸었다. 민주당은 뿌리가 같은 당이라며 안철수 후보에 붙어 있는 보수성향 유권자들을 밀어냈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안 후보를 진보 후보라며 보수표를 빼앗았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진보성향과 중도성향, 보수성향 표를 잠식하면서 안 후보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민주당의 검증공세도 지지율 확장에 강한 브레이크를 걸었다.

선거 막바지,여론조사결과 공표 금지기간 동안 안철수 후보는 홍준표 후보에게 추월을 허용했다.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5명의 후보가 난립해 득표율 40%를 넘을 수있을지가 관심사였다.

19대 대선에서 후보들에 대한 검증작업이 선거판을 좌우하지는 못했다. 선두다툼을 벌인 문재인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검증 대상이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었다. 여기에 4월말부터 1,2위 격차가 오차범위를 벗어나면서 투표일이 오기만 기다린 형국이 됐다. 높게 나타난 사전 투표율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TV 토론은 많은 영향을 미쳤다. TV 토론을 잘할 것으로 기대됐던 안철수 후보가 가장 손해를 많이 봤고, 가장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문재인 후보는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홍준표 후보는 보수표 결집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고, 유승민 후보와 심성정 후보는 존재감을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안철수 후보가 가장 손해를 본 TV 토론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선거의 특징 중 하나는 사전 투표율이 26.06%로 역대 선거 중 가장 높았다는 점이다.

사전투표는 5월 4일과 5일 이틀 동안 치러졌다. 사전투표율이 높아지면서 보수진영에서 기대했던 막판 후보 단일화에 대한 희망사항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후보 5명이 끝까지 완주하는 다자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다자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은 오래전부터 예상 할 수 있었다.

지난해 4.13 총선이 가져온 국회 의석 분포를 보면 각 당은 후보가 완주해야 선거 이후 존재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구도다. 19대 대통령은 상생과 협치를 하지 않고서는 국정을 이끌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대선 막바지에 바른정당 소속의원 13명이 탈당, 자유한국당으로 되돌아갔지만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후보사퇴를 단호히 거부했다. 이들이 탈당한 뒤 당 후원금이 늘어나고 유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한 것만 봐도 유권자들의 판단 기준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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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은 사드 등 안보 이슈가 야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가 햇볕정책(외신에서는 달빛정책으로 호칭) 추진하겠다고 당당하게 치고나간 점도 중요하지만 심상정 후보가 보수후보의 안보프레임에 적절하게 대응한 것도 한몫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결국 안보이슈는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을 잠식했을 뿐 문재인 후보에게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선거 막바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비용 청구발언은 사드배치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보를 가장 잘 할 대통령으로 문재인 후보가 꼽힌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5월 9일 오전 6시 투표가 시작됐다. 보궐선거인 관계로 오후 8시까지 계속된 투표에서 전체 투표율은 77.2%로 2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8대대선은 75.8%, 16대 대선은 70.8% 였다.

개표 결과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 41.1%,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24%, 안철수 후보 21.4%, 유승민 후보 6.8%, 정의당 심상정 후보 6.2% 등 순이었다. 1위 문재인 후보와 2위 홍준표 후보간 표 차이는 557만 951표로 역대 선거 가운데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이에 앞서 발표된 방송3사 출구조사 후보별 예상득표율은 문재인 후보 41.4%, 홍준표 후보 23.3%, 안철수 후보 21.8%, 유승민 후보 7.1%, 심상정 후보 5.9%였다. 오차범위는 0.8로 선거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했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막기 위해 국정감사기간 보여준 해프닝에서부터 언론의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제기에서 시작된 국정혼란사태를 겪으며 우리 국민은 민주주의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 무소불위처럼 보였던 제왕적 대통령이 탄핵된 뒤 파면되고, 결국에는 구속되는 소용돌이 속에서도 우리는 슬기롭게 평화적으로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세계가 놀랄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브렉시트),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에 비해 지난 7개월 동안 보여준 우리의 역량은 세계에 자랑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그만큼 주권재민에 대한 국민 역량이 성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생과 협치의 정신이 없이는 결코 정치권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모든 책무는 이제 민주정부 3기인 문재인 정부가 져야할 부채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4.19혁명과 5.18민주화 운동, 87년 6월 항쟁의 몫이 국민들에게 돌아가지 못했다면서 촛불혁명의 몫은 국민의 몫으로 돌리겠다고 다짐했다.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다운 나라가 되길 소망한다. 그리고 그의 소망대로 새 시대를 여는 첫 대통령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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