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강동형의 시사 논평] 요한복음 8장 7절에 예수가 간음한 여자를 끌고 온 군중들을 향해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하시고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땅에 무언가 썼다는 구절이 나온다. 얼마후 손에 돌을 들고 있던 사람들이 사라지자 예수는 혼자 남아 있던 여인에게 ‘이제부터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며 ‘돌아가라’고 한다.

성경 이야기와 인사청문회를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사청문회에서 후보들의 작은 허물을 찾아 내려고 혈안이 돼 있는 야당 청문위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간음한 여인을 돌로 치기 위해 예수 앞에 끌고 온 군중들의 모습이 떠오른 것은 왜 일까.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진정으로 다름을 인정하고 자신의 편협함을 반성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실행하지는 않고 말로만 꾸미는 것은 교언영색이다. 공자는 교언영색하는 사람치고 어진사람이 드물다고 일갈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뒤 최근 한 모임에서 보수성향의 한 인사로부터 고백 아닌 고백을 들었다. 그의 말은 이렇다. “난 보수만 진리고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진보도 바르고 옳은 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를 이제야 알게 된 것을 후회 한다”

▲ 사진=kbs 뉴스화면 캡처

문재인 대통령 당선이후 이와 보수성향의 인사들로부터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방증이고, 국민들이 진영의 논리에서 벗어나 서로를 이해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새로운 현상이다.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보수와 진보가 진보와 보수가 바로보는 지향점이 그만큼 간극이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협치와 상생도 이런 것이다. 진보가 모두 진리일 수 없듯이 보수도 마찬가지다. 서로 부족한 것을 보완해 나가는데 묘미가 있다. 어떤 정책은 보수적으로 추진하고, 어떤 정책은 진보적 관점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다. 협치니, 상생이니 하는 말들도 말로만 할게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걸음마 단계인 아이에게 달릴 것을 요구하는 것은 협치나 상생이 아니다. 아직 기지도 못한다면 일으켜 세울 일이고 걷는 방법을 가르치는 게 상식이다.

문재인 정부는 여소야대 국회로 출범했다. 소통과 협치의 토대위에서 국정 운영을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협치나 상생은 혼자 힘으로 이룰 수 없다. 새 정부 출범을 위한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우리나라 정치가 과거로 회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 사진=kbs 뉴스화면 캡처

이낙연 총리 국회인사청문회를 지켜 보면서 총리로서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봤지만 자유한국당은 투표 자체를 보이콧했다. 국민의 60% 이상은 이 총리 후보가 총리직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제1야당은 순순히 동의해 주지 않았다. 반대할 사람은 반대하고 찬성할 사람은 찬성하는 등 자유의사에 맡기는 것이 자유한국당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았을 것이다. 그나마 서훈 국정원장 인사 청문회 보고서 채택은 큰 이견 없이 진행돼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김상조 공정거래 위원장 인사청문회는 어떤가. 김 후보자의 막힘없는 답변과 식견, 전문성에 대해 문제를 삼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청문회를 지켜 본 사람들이라면 공정거래 위원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할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는 데 이견이 없다. 물론 논문표절의혹, 위장전입, 다운계약서작성 등 도덕적인 흠이 없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돌을 맞을 만한 흠결은 아니다. 사외이사 유혹을 뿌리치는 등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 왔다는 느낌도 받았다. 신용카드 사용액이 0원이라는 보도를 보고, 제2의 최순실인가 하는 생각도 해 봤지만 오보로 드러났다. 하지만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이 청문보고서 채택을 반대한다고 한다. 어떤 명분을 들고 나올지 궁금하다. 김상조 공정거래 위원장 후보에 덧씌워진 각종 의혹은 재벌기업들이 제공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야당과 기득권세력은 김 후보자의 낙마를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할 것처럼 보인다.

▲ 사진=kbs 뉴스화면 캡처

다음은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다. 역시 본격적인 청문회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위장 전입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위장 전입문제는 서민의 입장에서는 문제를 삼을 수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이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은 맹모삼천지교라는 관점에서 관대하게 다뤄졌다. 문재인 정부는 2005년 이후 위장 전입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하겠다고 천명하는 등 나름대로 위장 전입에 대한 기준을 마련했다. 누구에게는 관대하고 누구에게는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는 것은 곤란하다. 민주당도 자신들이 야당일 때 했던 주장들에 대해 진솔한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 정도의 차이만으로는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책임이 있다. 본인이 후보시절 밝힌 인사 5원칙에는 예외 조항이 없다. 원칙이었고 시간에 쫓겨 기준을 정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스스로 만든 원칙만을 강조하다 보면 인재를 놓치고 적폐청산의 기회마저 놓치게 된다.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아직 진행되지 않았지만 김상조 공정거래 위원장은 야당이 반대하더라도 의사를 관철시켜야 한다. 반대를 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을 좀 더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야당 설득에 실패할 경우 국민들을 대상으로 왜 김 위원장이 필요한 사람인지를 진솔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가 김상조 후보자가 큰 결격사유가 없다고 본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보낸 것은 잘한 일이라 여겨진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게도 장관으로서의 자질문제가 아니라면 외교부의 문화를 변화시킬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 하길 고대하고 있다. 청문위원들도 위장전입과 건강보험 미납 등 행정 처리 미숙지로 벌어진 일들이 장관직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의 도덕적 해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 사진=kbs 뉴스화면 캡처

야당도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 기대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 야당이 여당 잘못하기만을 기다리고 발목잡기만해서 정권을 되찾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국민들이 바라는 협치의 정신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야당 입장에서 장관 후보 2,3명을 낙마시켜야 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구시대의 산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치인의 말은 언젠가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그래서 정치 지도자들은 단정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을 삼간다. 조심스럽기만 하던 문 대통령이 인사원칙에서만 왜 여지를 남기지 않았는지 아쉬움이 있다. 아마도 모두가 자신과 같을 것이라는 착각을 했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원칙을 충족시킬 수는 없다. 양해를 구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문 대통령은 여당 집행부와 함께 큰 결격사유가 없는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인준을 위해 야당을 설득하는 노력부터 기울여야 한다. 그래도 이해를 구하지 못한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한뒤 임명하는 절차를 밟아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고위인사 임명 5대 원칙에 대한 세부 기준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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