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우리가 식사 대용 혹은 간식으로 유용하게 먹는 것이 과일이다. 누구는 영양보충을 목적으로 누구는 피로회복이나 다이어트 목적 등으로 다양하게 과일을 즐긴다. 과일을 어떤 용도로 먹든 맛과 향 때문에 과일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음백과사전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보자.

과일/과실은 채소와 구분되는 나무 열매만을 뜻하는데, 주로 과육, 과즙이 많고 향기가 높으며 단맛이 있는 열매로 식물학에서는 씨방 또는 이와 연관된 기관이 함께 발달한 것을 말한다. 농학에서는 식물학보다 좁은 ‘식용할 열매를 생산하기 위해 가꾸는 나무의 열매’를 과실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비식용 열매와 자생하는 머루, 다래, 개암 등도 과실이 아니다. 참외, 수박, 딸기 등은 과실과 똑같지만 과실과 구별하여 열매채소(과채)로 다룬다. 일상용어 ‘과일’은 농학에서의 ‘과실’보다 넓은 과실과 열매채소 모두를 포함하며, 야생상태의 머루, 다래, 복분자(산딸기) 등도 포함되는 용어이다.

과일/과실은 대개 85% 정도가 수분이고 탄수화물이 10% 정도이지만, 비타민과 무기질의 함량이 타 식품에 비해 풍부하고 영양적 가치가 크다. 육류와 곡물과 달리 과일은 채소와 함께 알칼리성 식품이다. 비타민의 함량은 과일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감귤류와 비파, 살구 등과 같이 카로틴 함량이 많은 것은 비타민 A의 공급원으로서 좋고, 감귤류를 비롯한 모든 과일은 비타민 C의 함량이 많다. 호두, 개암 등은 약 60%나 되는 지방을 함유하고 맛이 좋으므로 식물성 지방을 섭취하는 데 매우 좋은 식품이다.

식물의 열매는 진과와 위과로 나누며, 진과는 과육이나 과즙이 없는 건과(乾果)와 육질과(肉質果)로 분류된다. 진과의 건과중 씨가 1개인 열매는 터지지 않고 하나로 멀리 퍼지기 때문에 열매와 씨를 구분하기 어렵다. 여기에는 첫째, 수과(瘦果)로 씨 껍질과 열매 껍질이 서로 떨어져 있는 민들레가 대표적이다. 둘째, 시과(翅果)로 열매 껍질 일부가 날개로 변해 바람에 날리는 단풍나무가 대표적이다. 셋째, 견과(堅果)로 단단한 열매 껍질 속에 씨가 들어 있는 밤나무, 참나무류, 호두나무 등이 있다. 넷째, 영과(潁果)로 씨 껍질과 열매 껍질이 서로 붙어 씨와 열매를 구분하기가 어려우며, 벼, 옥수수 등이 대표적이다. 씨가 여러 개로 열매가 터져 속의 씨만이 멀리 퍼지는 종류는 첫째, 협과(莢果)로 열매 껍질이 양쪽으로 말리면서 벌어져 씨가 멀리 퍼지는 콩이 대표적이다. 둘째, 삭과로 열매가 갈라지거나 구멍이 생겨 씨가 멀리 퍼져나가며 진달래, 철쭉 등이 있다. 육질과(肉質果)는 장과(漿果), 핵과(核果), 감과(柑果) 등으로 나뉜다. 장과는 과즙 속에 씨가 들어 있으며 버찌, 포도, 머루 등이 대표적이다. 핵과는 과육 속의 단단한 핵 속에 씨가 있으며 복숭아, 자두 등이 있다. 감과는 과육이 여러 개의 방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귤, 밀감 등이 대표적이다.

위과에는 이과, 다핵과, 취과 등이 있다. 위과 중 1개의 열매로만 된 이과(梨果)의 과육은 꽃받기가 씨를 둘러싸는 단단한 핵은 씨방벽이 자라서 된 것으로 배와 사과가 대표적이다. 여러 개의 열매가 뭉쳐진 다핵과와 취과(聚果)는 다핵과로 뽕나무, 파인애플, 무화과 등이 대표적이고, 취과는 많은 열매가 서로 떨어져 있는(예를 들면 딸기의 경우 씨처럼 보이는 것이 하나의 열매임) 딸기, 복수초 등이 대표적이다.

인간은 오래 전부터 과일을 먹어왔는데, 이 중 일부가 품종 개량을 통해 재배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약 3,000종류의 과일이 식용되며 이중 300여 종은 재배된다. 동아시아지역에서 농경문화가 가장 먼저 발생한 황하 유역의 경우, 조, 기장 등이 최초로 재배되고 개암, 밤, 복숭아 등은 앙소(중국 黃河 유역에 있는 마을. 신석기시대의 농촌문화가 발견됨), 용산문화기(중국 黃河 유역에서 발견된 신석기시대 후기 문화), 즉 지금으로부터 5,000∼6,000년 전부터 재배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나라는 옛날부터 과일나무 재배를 권장한 기록이 있지만, 조선시대 말엽까지 부진했다. 19세기 말 서구와 교류가 빈번하면서 과일생산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며 과수재배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 우리 나라에서 과일나무를 처음으로 가꾸기 시작한 때는 고고학적 탐사가 아직 부족하지만, 현재 주요 과수인 배의 기본종인 돌배가 우리 나라 전역에 자생하고 있어 과일나무로서 가장 먼저 재배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문헌상 ‘삼국유사’ 보양이목조(寶壤梨木條)에 배나무 관련 기록이 나오며, 고려에서 배 가꾸기를 권장한 기록이 있다. 매실도 우리 나라에서 배 못지않게 오랜 재배사를 가진 과일이다. 밤, 능금, 앵두 등은 만주지역이 원산지로 이 지역은 고구려의 영토였으므로 이들의 재배연대도 매우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화북지방이 원산인 복숭아와 살구도 오랜 옛날에 우리 나라에 전해졌을 것이다.

감귤은 문헌상으로 볼 때 탐라(제주도)에서 삼국시대 또는 그 이전부터 재배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1906년 서울 뚝섬에 원예시험장을 설립하면서 외국에서 개량된 과수품종을 도입하여 시험재배하는 한편, 본격적으로 과수재배를 권장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 이후 원예재배장과 대학에서의 기술개발과 교육, 정부의 농가소득증대작물지정 및 지원을 계기로 재배면적이 늘기 시작하였다. 1970년대 이후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제주도에서도 10여년 전부터 내한성이 비교적 강한 파인애플 품종을 비닐하우스 안에서 재배하기 시작하였고, 최근에는 파파이어, 바나나 등의 재배를 가온하(加溫下)에서 시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널리 재배되는 과수로는 사과, 배, 복숭아, 포도, 귤, 감, 밤, 자두, 살구, 매실 등이 있다. 이밖에 호두, 대추, 개암 등을 산과 들에서 수확한다. 지역에 따라서는 최근 외국에서 들여온 구즈베리, 비파, 무화과, 석류, 모과, 파인애플, 바나나, 키위(양다래) 등도 재배한다.

인간에게 유용한 먹거리인 ‘과일/ 과실(fruit)’은 어디에서 유래가 되었을까?

‘fruit’은 인도-유럽 공통기어 ‘bhrug(이용하다, 즐기다)’가 ‘fruor(이점이 있다, 이용하다, 즐기다)’에서 파생한 라틴어 ‘fructus(즐거움, 수입, 이익, 생산하다)’가 됐다. 이 말이 고대 프랑스어로 유입되어서 ‘fruit’으로 변형됐다. 1125~75년경 중세 영어에서 ‘fruit/ fruyt/ frut’로 차용하면서 ‘fruit’으로 최종 정착을 하였다. ‘fruit’은 ‘즐기다’라는 의미인데 이 말에서 ‘열매를 즐기다’로 의미가 확장되었고 다시 ‘열매’로 발전을 했다는 것이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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