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부부싸움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그 싸움의 원인에서 벗어나 확대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상담실을 찾아온 부부들에게 싸우게 된 이유를 물으면,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싸움은 격해지고 해결되는 것 없이 서로에 대한 감정의 골만 깊어집니다. '잘못된 부부싸움'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그 동안 쌓인 여러 불만사항들에 대한 감정을 싸움을 통해서 한꺼번에 터뜨리기 때문입니다.​ 또 싸우면서(상대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서) 오래 전부터 상대가 저지른 잘못들을 끌어와서 반박하는 데에만 애를 썼기 때문에 정작 무엇 때문에 싸우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부인과의 성 생활에서 불만을 가진 남편이 반찬 솜씨를 타박하거나, 시집 식구들에 대해서 불만을 가진 부인이 남편의 적은 소득을 탓하는 식입니다.

이럴 경우 상대는 (자기가 보기에는 말도 되지 않는 것을 트집 잡기 때문에) 선선히 양보하거나 타협이 어려워서 결국 큰 싸움으로 이어지기가 쉽습니다. 이렇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싸울 때는 정말 싸워서라도 얻어야 하는 한 가지 목표'를 정하고, 그것에 한정된 것만 이야기할 것을 굳게 다짐해야 합니다. 이 점을 지키지 못하면 아무리 싸우더라도 원하는 결과를 얻기도 어렵지만, 설령 얻어냈다 해도 만족할 수가 없습니다.

또 다른 점은, 다른 일로 이미 기분이 상했거나 예민한 상태에서는 싸움을 벌이지 않도록 서로 조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심하게 다쳐서 응급실에 가게 된 경우의 부모라면 누구에게든 원망을 터뜨리고 싶은 심정에 놓이게 됩니다. 이럴 때 자칫 상대를 탓하게 되면, 상대 역시 강하게 반발하거나 또는 이미 충분히 자책하고 있는데 그것을 몰라주는 것이 야속해서 싸움이 적정 수위를 넘어가기 쉽습니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상대에게 명백한 잘못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이 있을 때에는 그런 지적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은 자신의 잘못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자신을 모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심하게 반발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또한 이런 경우 반대편에서는 상대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기세가 등등해 보이는 것이 불쾌하여 (그 심정은 미처 헤아리지 못한 채) 더 심하게 추궁하게 되어 서로 씻기 어려운 상처를 주고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서로 “우리는 맞지 않나 보다”는 슬픈 결론과 함께 점점 더 멀어지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부부싸움에는 싸울 동안 뿐 아니라 싸운 후에 어떻게 하는지도 아주 중요합니다. 부부 싸움 후에는 어떤 이유로 싸움을 했든, 누가 옳고 그른 것에 관계없이 ‘감정의 찌꺼기’를 해소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미 말했듯이, 싸움을 하다 보면 지나치게 시시콜콜한 것까지 따지기도 하고 마음에 없던 말이 튀어나오게 될 수 있는데, 그러다 보면 애초에 싸우게 되었던 이유보다도 상대에 대한 불쾌한 ‘감정’만 남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내가 좀 잘못했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나한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어?" 처럼 상대가 잘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 가시지 않는 것입니다. 이처럼 자존심이 상한 상태에서는 화해란 생각할 수 없는 것이 되고 맙니다. 반면 '부부싸움의 고수'들은 싸우고 나서, 상대의 잘못한 점보다는 자신이 지나친 점에 대해서 더 많이 뉘우칩니다. ‘내가 그 때 조금만 참을 걸...,’ 또는 ‘구태여 그런 말까지 해서 상처를 줄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하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점에 대해서 상대에게 사과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싸움이 끝나고 감정이 가라앉은 후에는 “나도 웬만하면 당신 말대로 하려고 했는데, 그래서는 도저히 안 되겠더라. 나만 편하자고 그런 게 아니란 걸 알잖아. 그러니 화를 풀고 우리 다시 사이 좋게 지내자. 당신이 화나 있으면 나도 정말 힘들거든” 같은 말로 분위기를 정리하고 싸움을 마무리를 짓고자 합니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이렇게 나오면, 그 상대 역시 마찬가지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가 쉬워집니다. 그리고 타협점을 찾아서 앞으로 잘 해나갈 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초점이 옮겨가게 됩니다. ​그러니 상대에 대한 미운 감정은 쌓일 틈이 없고 문제를 원만하게 수습할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이들도 살면서 여러 어려운 상황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 부부 관계까지 나빠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런 때문입니다.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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