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핑(topping) [김영훈 칼럼]

김영훈 세종문화회관 예술단공연지원팀l승인2017.07.02l수정2017.07.02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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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김영훈의 예술로 보는 세상] 현대예술은 융․복합이라는 명분으로 장르 간의 벽을 허물어 가고 있다. 예를 들어 장르 간에 자신의 고유성을 해체하여 서로 뒤섞이는 퓨전(라틴어 fuse에서 유래)이라든지, 각 장르 또는 성향과 분야가 다른 예술가가 작품을 일정하게 분담하여 제작하는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등의 작업을 대표적이라 하겠다. 다소 미세한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장르간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창작물이 탄생한다는 관점에서 일반 관객들은 이러한 창작물들을 퓨전이라 대표하여 부르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융․복합 작업들은 꼭 본질을 버리고 가야하는가? 라는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필자가 생각하는 융․복합 작업에는 한 가지 단서 조항이 붙는다. 그것은 바로 ‘본질을 보다 풍요롭게’ 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모차르트나 베토벤, 우리전통음악 중 수제천, 영산회상, 종료제례악 등이 다른 장르 및 분야와 섞이는 작업이 이루어질 때 본질의 아름다움(美 )과 철학(學 )을 골자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융․복합 작업은 본질에 풍요로움을 더해 더 나은 창작물이 탄생되어야 한다는 것을 고집하고 싶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융․복합되는 예술 창작품들의 가지 수는 많지만, 관심이 가고 만족할 만한 작품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무분별한 창작 작업들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리에 소스나 크림 등을 얹는(사전적 의미) ‘토핑(topping)’이라는 단어에 주목해 보고자 한다. 토핑은 기본 음식의 본질을 헤치지 않고, 약간의 장식이나 첨가로 그 음식을 더욱 풍요롭게 하거나, 맛을 향상 시켜준다. 그리고 메인 음식에 본인의 취향에 맞는 첨가를 하도록 선택의 자유를 주기도 한다. 본인이 생각하는 융․복합 작업도 작품 자체의 근본을 헤치지 않고 풍요롭게 해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토핑’에 대해 고민해 본다.

예술 작품의 융․합에 대해 이런 고민을 하던 중 본인의 고민과 부합하는 공연이 있어 잠시 소개하고자 한다.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무용단의 정기공연 ‘토핑(topping)’ 이다.

▲ 사진 : 서울시무용단 토핑

서울시무용단 보도자료를 인용하면(서울시무용단 기획 김 민) ‘토핑’은 한국무용에 다양한 장르나 예술가 등을 얹어 한국무용의 잠재력을 확인하고자 기획된 작품이라고 한다. 2015년부터 시작한 이 공연은 올해로 3년을 맞이하고 있는데, 그 간 스트리트 댄스, 발레, 애니메이션, 연극, 국악 등 타 장르와의 결합을 선보였고, 특히 참여 작품 중 안무가 박수정의 ‘지나가는 여인에게’는 2017년 스페인 빌바오 액트페스티벌 초청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한다. 2017년 올해 공연은 7월 6일(목)~7일(금)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진행된다.

세상을 바라보는 쓸쓸한 시선, TAXI
서울시무용단의 2017 ‘토핑(topping)’에서 본인의 시선을 끄는 작품이 하나 있다. 그것은 서울시무용단의 김진원이 안무한 작품 ‘택시(TAXI)’이다. 특히 이 작품에 관심이 가는 이유는 앞서 융․복합 작업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사실 앞서 언급하였듯이 현재 예술계는 무분별한 융․복합 작업으로 인해 과하게 본질이 파괴되어, 본질의 매력과 이야기 하고 싶은 내용이 묻혀버리는 다시 말해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그러한 작품들을 보고 나면 무엇을 보고 나왔는지 애매할 때가 많은데, 그 이유로는 장르의 정체성이 심하게 무너지는 경우, 지나친 무대 연출과 기술의 투입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안무가 김진원과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작품 ‘택시’는 탁월한 기획력과 연출에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택시’는 무용이 자칫 퍼포먼스로 비춰질 수 있는 현재의 흐름을 춤에 중점을 두고 스토리텔링 하고자 기획되었다고 한다. 한국 춤에 중국 현대무용을 토핑하고, 중간 중간 드로잉아트를 진행시켜, 영상미 또한 춤에 동화되어 유유히 흘러갈 수 있도록 구상했다고 한다. 또한 작품 전체가 지닌 쓸쓸함을 첼로 라이브 연주에 함축적으로 담아 진행시켰는데, 음악을 한 필자 입장에서 상상은 가지만 어떤 표현이 나올지 매우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작품을 감상해봐야 하겠지만 춤에 부합하는 영상미를 위해 드로잉아트를 진행시킨 점이나, 다른 음악은 녹음(MR)으로 진행하지만, 극 전체의 상징성을 위해 첼로 한 대를 라이브로 선택한 점은 매우 탁월해 보인다. 안무가 김진원의 작품 ‘택시’에 필자의 기대가 큰 이유이다.

안무가 김진원이 선택한 ‘토핑’이 제 역할을 한다면, 단 하나의 선이 모든 것을 이야기 하고, 여백조차 하나의 아름다움이 되는 한국적 동양의 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택시’는 실업자가 된 철수 자신이 택시 기사가 되어 바라본 세상으로, 소시민들과의 작은 소통광장인 택시를 매개로 사회 문제와 그로 인해 철수 본인이 겪는 쓸쓸함과 희망을 다룬 이야기이다. 우리사회가 겪어야 했던 아픔인 탄핵, 새로운 정부 출범과 희망, 그리고 실업문제와 그로인한 사회전반의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는 지금, 시기적으로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 사진 : ‘택시(TAXI) 연습장면

안무가 김진원은 서울시무용단 총무로 전주대사습놀이 무용부 장원 등의 굵직한 입상 경력과 중요무형문화재 제 27호 승무 이수자, 한국무용협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서울시무용단의 ‘토핑(topping)’과 김진원의 ‘택시(TAXI)’에서 작품(춤)의 본질이 풍요로워지는 융․복합 작업을 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 김영훈 세종문화회관 예술단공연지원팀 / 문화예술학 박사

[김영훈 PD]
추계예술대학교 및 동대학원 졸업
공연기획자, 문화예술학 박사
전)네오(NE5) 크리에이티브 대표
서울시국악관현악단 기획담당
현)세종문화회관 예술단공연지원팀

김영훈 세종문화회관 예술단공연지원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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