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부부의 대화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남녀의 뇌 기능 차이에서도 비롯됩니다.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사람의 뇌는 좌 우 두 반구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 중 좌뇌는 주로 합리적 사고와 언어적 표현을 담당하며, 우뇌는 감성적 지각과 감정 표현을 담당합니다. 또한 좌 우 뇌를 다리처럼 연결하는 ‘뇌량’이라는 구조물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남성들의 뇌가 여성들의 뇌보다 크지만) 뇌량은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에게 약 30%정도 더 두텁게 발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여성들은 좌뇌와 우뇌의 기능 연결이 원활하여, 언어와 감정 처리가 남자들보다 수월한 편입니다. 즉, 여성들은 정서적 표현에 능숙하여 감정이 북받치는 순간에는 자신의 감정을 말로 더 잘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냉정해야 하는 순간에도 감정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문제가 나타납니다. 이에 비해서 남성들은 그 좌 우 뇌의 연결이 약한 특성 때문에 말과 감정을 동시에 활용하는 것에 서투릅니다. 그래서 어떤 사실을 전달할 때에는 거기에 수반되는 감정까지 전달하는 데에 대단히 서투릅니다.

예를 들어 아내에게 사과를 하지만 그 표정이나 말투에서는 미안하다는 감정이 전해지지 않아 “진심에서가 아닌 건성으로 사과하는 척만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상황 전달에만 집중하다 보면 상대의 감정 상태는 미처 파악하지 못하여 아내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을 마구 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무신경하다”라는 비난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감정이 격해진 상태, 즉 우뇌가 활성화되면 좌뇌의 활동이 지장을 받게 됩니다. 한참 게임에 빠져있거나 몹시 화가 난 상태에서는 더 이상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해집니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술에 취하거나 부부싸움 상황에서 일단 무조건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거나, 나중에 후회할 잘못을 저지르는 것에는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쉬운 예로, 무엇에 놀랐을 때 여성들은 비명을 지르며 뛰어 달아나곤 하지만, 남자들은 아예 말문이 막혀 아예 소리치지도 못한 채 제자리에서 꼼짝 못하는 것도 남녀의 뇌 구조와 기능에 이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남녀의 다른 특성은 정서적 상황에서의 반응과 해소 시간에서도 나타납니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정서적인 반응이 빨라서 감정 반응이 풍부하고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쉽게 울고 웃지만 또 빠르게 안정을 되찾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남성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자신의 감정 표현도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하지만 일단 감정이 격해지면 쉽게 벗어나지도 못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부인은 남편과 싸우다가도 (이것도 부인 본인은 하고 싶은 말을 했을 뿐인데, 남편은 싸운 것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때가 되면 식사 준비를 하거나 드라마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부인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부인과의 대화를 피하게 됩니다. 그러나 일단 싸움이 되면 격한 감정 반응을 하게 되고, 이런 후에는 상당히 오랫동안 화를 풀지 못합니다. 그래서 부인들에게 ‘속 좁은 인간’으로 놀림을 받기도 합니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서 감정적인 취약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에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배경이 있습니다. 남성은 원시시대부터 아주 오랫동안 사냥이나 싸움을 담당해왔습니다. 그래서 쉽게 흥분하면 안되지만, 위기 상황에 놓이면 쉽게 긴장을 풀어서는 안되었습니다. 때문에 남성들은 오늘날에도 감정 표현과 말 싸움에 둔하고 한번 싸우면 쉽게 마음을 안정시키지 못하는 것입니다.

반면에 여성은 집터에 머물면서 이웃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자신 뿐 아니라 아직 어린 자녀의 생존에도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또 비록 흥분된 상황에서도 어린 자녀에게 젖을 물리려면 빨리 마음을 안정시켜야 했습니다. 현대의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하여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정서적 표현에 능숙한 것은 이런 인류사적인 배경의 덕택입니다. 따라서 여성이 남성들에 비하여 이런 능력이 우월하다고 해서 남성을 비웃는 것은 정당하지 않습니다. 이는 마치 남성이 여성보다 대체로 몸집이 크고 힘이 세다고 여성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현대에 와서는 남성들도 비로소 여성들만큼의 공감 능력과 감정 표현을 요구 받지만, 아직은 그런 시대적 요구에 적응할 만큼 충분한 ‘역사적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고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렇게 다소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남녀의 이런 신체 및 기능적인 배경에서 생겨난 행동 특성을 상대의 성격이나 사랑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단정하거나 오해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런 남편들에게 좋은 변명거리가 되고 부인들에게도 위로가 될 수도 있는 연구 결과는 또 있습니다. 미국 남가주대학교의 Mara Mather인지심리 연구팀은 “남성들은 여성들에 비하여 자신의 감정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도 않으며 다른 사람의 기분을 헤아리는 능력 또한 떨어진다. 더구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남성들의 이런 능력이 더 떨어진다”고 했습니다.

이들의 연구 결과를 자세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남편이 부인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은 부인에 대한 그의 사랑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므로, 부인은 실망하거나 분노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만약 부인이 남편의 무심함을 탓하고 짜증을 내면 낼수록 그 남편은 자신의 노력에 대한 한계를 느끼고 그나마 마음의 문까지도 닫아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부인들에게 그저 체념하고 살라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남성이란 원래 그럴 수도 있기 때문에, 그가 당신을 더 잘 알고 당신에게 더 잘 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도 부인 자신의 능력의 일부라는 말입니다. 아주 쉽게 말하자면, 대부분의 남편들은 부인이 애써 만든 음식이 맛있다고 말해주는 것이 부인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잘 모릅니다. 이럴 때 “굳이 애써서 상을 차려봤자 알아주지도 않을 걸 뭐 하러 애쓰나? 그는 나를 사랑하지도 않는데”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 대신 부인들이 해볼만한 ‘엎드려 절 받기’ 놀이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부인들은 모처럼 저녁식사를 같이 하는 남편에게 “당신 오늘 힘들었지? 우리를 위해서 수고해주어 고마워. 그런데 나도 오늘 장보고 반찬 만드느라 힘들었어. 그래도 당신이 내게 수고했다고, 또 맛있게 잘 먹었다고 말해주면 그런 피로가 싹 가실 것 같아. 그렇게 말 좀 해줘.” 라고 부탁을 하는 것이 게임의 시작입니다. 물론 그래도 입을 열지 않는 남편도 있겠지만, 만일 그 사람이 어쩌다 당신의 부탁을 들어주면 “당신이 그렇게 말해주니까 내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 다른 남자들은 아내가 죽는다 해도 그런 말을 못한다던데. 정말 나는 당신과 결혼하길 잘 한 것 같아. 여보, 고마워.”처럼 엄청난 감사와 칭찬을 되돌려 주는 것까지가 게임의 과제입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이런 걸 가지고, 뭘. 이럴 때 보면 꼭 어린애 같다니까!” 하면서도 점점 당신이 원하는 남편이 되어갈 것입니다. 아마 당신으로서는 그런 것까지 부탁을 하고 또 감사 표현까지 한다는 게 어린애 장난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조금 더 사랑 받고 또 사랑하기 위해서 어린애 노릇을 하는 것이 뭐 그리 못할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알려주고, 그것을 돌려받는 기쁨은 함께 나누도록 하십시오.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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