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나와 다른 점에서 배우기 [박수룡 칼럼]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l승인2017.07.24l수정2017.08.1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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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결혼 4년차인 승수씨와 희수씨는 성격 차이로 인한 싸움이 점점 커진다며 상담실을 찾았습니다. 사실 두 사람은 연애 기간 중에 이미 서로의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당시에는 그런 점이 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희수씨는 승수의 침착하고 빈틈이 없는 점에 믿음이 갔습니다. 또 자기 직업에 충실하면서도 틈틈이 이벤트를 준비하여 즐겁게 해주는 배려에 감격한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희수씨는 밝고 명랑한 성격입니다. 승수씨는 별로 우습지도 않은 자신의 농담에 잘 웃어주고, 직장에서의 일 처리에 감탄하는 희수씨의 구김 없는 모습에 하루의 피곤을 지울 수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활력을 주면서 재미있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여 결혼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결혼 후 두 사람은 사사건건 싸우며 지내고 있는 것입니다.

매사에 철두철미한 승수씨는 희수씨가 뭐든지 자기 편한 대로만 하려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살림에 서툰 것이야 이해하려 하지만, 그나마도 마지못해서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겁니다. 욕실 사용 후 머리카락 치우기를 잊어버리는 것이나 부모님과의 약속도 갑자기 바꿔버리는 경우들이 잦아지자, 자신이 ‘상대를 잘 모르고 결혼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면, 희수씨는 갈수록 점점 숨이 막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살림을 못한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그냥 넘어가는 법 없이 매번 지적을 하면서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니 자존심이 상하는 겁니다. 또 직장을 다니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약속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는 건데, 그런 것을 이해해주지 않고 화를 내는 것이 결혼 전의 늠름한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 보입니다. 마트의 계산대에서도 옆줄이 빠를 것 같으면 옮기는 것이 좋을 텐데도 “왔다 갔다 하면 더 복잡해진다.”며 가만히 있는 것을 보면서 ‘이런 융통성 없는 남자에게 평생을 맞춰가며 살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전 포스트 ‘결혼할 사람을 어떻게 고를까?’에서 언급했던 내용이기는 합니다만, 결혼 전에는 매력으로 여겼던 상대의 특성인데 결혼 후에는 견디기 어렵게 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하지만 승수씨와 희수씨의 경우에서 보듯 상대의 성격이 결혼 전과 후에 달라졌을 리 없습니다. 달라진 것은 자신의 경험입니다. 결혼 전에는 신선한 장점으로 보았지만, 함께 살면서 자신에게 불편을 주니까 단점으로 보게 된 것입니다. 결국 성격의 장점이니 단점이니 하는 것도 자신의 느낌에 따른 것이고, 그 기준마저도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사실 승수씨와 희수씨는 성격적인 면에서 정반대인 성향이 있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두 사람이 싸우게 된 것은 아닙니다. 이 부부가 이런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은 각자 상대의 문제라고 생각되는 점들을 (사실은 상대를) 고쳐서 내가 편한 대로 살고 싶어 했기 때문입니다.

승수씨가 보기에, 샤워 후에 머리카락을 치운다거나 퇴근이 늦어질 때 미리 전화를 주는 것 등은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일이고, 약간의 성의만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그런 요구를 했는데도 상대가 달라지지 않으면, ‘뭐야, 이 정도도 안 해 주는 거야? 내 말을 뭐로 듣는 거야?’하는 생각이 들고 점점 불쾌해지는 것이었습니다.

희수씨는 자신의 ‘편한’ 성격이 상대에게 얼마나 ‘불편한’ 것인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살면서 지금까지는 거의 들어보지 못한 지적을 (사랑하고 의지하고 싶었던) 남편에게서 듣게 되었을 때, 받은 마음의 상처가 작을 리 없습니다. 그래서 남편의 요구에 맞추려고도 했지만 남의 신발을 신은 듯 너무 어색하고 힘이 들어, 지금은 자신만 상대에게서 불편을 겪고 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문제 상황은 결혼 생활의 ‘홍역’처럼 대부분의 부부들이 경험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경험들이 쌓이게 되면 ‘이렇게 해달라’던 부탁은 ‘내가 옳고 당신이 틀렸으니 고치라’는 싸움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이런 싸움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마치 눈송이가 굴러 커지듯이) 사소한 문제가 곧바로 ‘나를 뭐로 보는 거야?’라는 자존심이 걸린 문제가 되어 버리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우리 두 사람은 왜 아무 일도 아닌 것으로 매일 싸우게 되는 것일까? 어쩌면 애초에 잘못된 만남이었을지도 몰라“라는 ‘부정적 확신’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즉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관계 전체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입니다.

(부부싸움을 하면서 주의하여 지켜야 할 점에 대해서는 다음편에 이어 말씀 드리겠습니다.)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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